TV 생방송에 총 든 괴한 10여 명 난입…‘무법천지’ 에콰도르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4.01.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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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총성과 “쏘지 말라” 외침 들려…관련자 13명 체포
대법원장 폭탄테러, 수감자 탈옥 등 폭력 사태 줄이어
9일(현지 시각) 에콰도르 과야킬에 있는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총기를 든 괴한들이 난입해 직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9일(현지 시각) 에콰도르 과야킬에 있는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총기를 든 괴한들이 난입해 직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치안이 극도로 악화된 남미 에콰도르에서 수감자 탈옥 사태와 대법원장 자택 앞 폭탄테러에 이어 무장 괴한의 방송국 난입까지 벌어지며 전국이 공포에 휩싸였다. 

9일(현지 시각) 에콰도르 TC텔레비시온과 경찰 및 교정청(SNAI)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 에콰도르 최대 도시인 과야킬에 있는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10여 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했다.

이들은 두건과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채 뉴스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 난입해 방송 진행자와 스태프 등에게 총구를 겨눴다. 괴한들은 카메라에 수류탄을 내보이거나 방송국 직원인 듯 한 남성의 상의 주머니에 폭발물을 집어넣는 행동도 했다. 현장에서는 총성과 “쏘지 말라”는 외침도 들렸다.

직원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스튜디오 바닥에 엎드리거나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급박한 상황 일부가 그대로 생중계됐고,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이 퍼져나갔다.

이에 에콰도르 군과 경찰은 현장에 급파돼 진압 작전을 펼쳤고, 1시간여 만에 관련자 13명을 체포한 뒤 상황을 마무리했다.

에콰도르 경찰은 소셜미디어에 “경찰의 즉각적인 개입을 통해 이번 범행과 관련한 피의자 신병과 증거물을 확보했다”며, 손이 결박된 채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남성들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사건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오늘 에콰도르가 내부 무력충돌 상태임을 선포하는 긴급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며 “대통령은 폭력 집단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도록 군 등에 명령했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노보아 대통령은 ‘로스 초네로스’ 갱단 수괴인 아돌포 마시아스 탈옥을 계기로 60일 기간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에 강력한 치안 유지를 지시한 바 있다. 주민들에게는 통행금지(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5시)도 명령했다.

그럼에도 에콰도르 내 사회 혼란은 더 가중하고 있다. 이날 새벽 쿠엥카에 있는 이반 사키셀라 대법원장 자택 앞에서는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사키셀라 대법원장은 “명백한 테러 행위”라며 “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엘우니베르소는 전했다.

간밤에 키토 도심에서도 적어도 5차례의 폭발 사건이 발생했고, 과야킬·에스메랄다·로하·엘구아보 등지에서는 차량 방화와 총격 사건이 이어졌다.

마찰라와 키토에서는 번호판을 떼어낸 차량으로 이동하던 괴한들이 경찰관 최소 7명을 붙잡은 뒤 강제로 어딘가로 끌고 갔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이날 새벽에는 또 다른 수감자가 탈옥했다. 경찰이 파악한 바로는, 탈옥수 가운데 디아나 살라자르 검찰총장에 대한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수감됐던 ‘로스 로보스’ 갱단 두목급 범죄자, 파브리시오 콜론 피코 수아레스가 포함돼 있다.

SNAI에 따르면 마시아스 탈옥을 전후로 에콰도르 24개 주 가운데 6개 주에 있는 교도소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폭동은 대부분 진압됐으나, 일부 시설에서는 한때 교도관이 인질로 잡히기까지 했다.

탈옥한 수감자들의 행방을 뒤쫓고 있는 에콰도르 당국은 일련의 공격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보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동영상 연설을 공개하고 “모든 에콰도르 국민이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위치한 에콰도르는 몇 년 새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며 갱단 간 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그러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살인과 납치 등 강력 사건 발생 빈도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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