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프로파일링…존 레넌을 살해한 ‘광팬’ 데이비드 채프먼과 유사 
  • 배상훈 프로파일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2 10:35
  • 호수 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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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 과잉→사이버 공간 통해 확대→집착애정망상→극단주의 살인

2024년 1월10일 부산경찰청은 1월2일 발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살인미수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로 송치했다. 경찰은 범행동기에 대해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이 극단적 범죄로 이어졌다”고 발표했다. 또한 범인이 ‘변명문’이라고 기자들에게 강조한 이른바 ‘남기는 글’이라는 8장짜리 메모 안에도 유사한 주장이 반복적으로 담겨있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한 프로파일링에 앞서, 다수의 언론에서 언급한 ‘확신범’이라는 표현부터 살펴보자. 사전적 의미는 “도덕이나 종교, 정치적인 신념이 결정적인 동기가 돼 행해지는 범죄 또는 그런 죄를 저지른 사람”이지만, 이 개념에는 함정이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군사정권) 시기에 반독재로 대표되는 정치적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형사법에 저촉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전체 맥락에서는 정치범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정치범이 아닌 일반 형사범으로 취급해 반독재 투쟁에 대한 정당성을 희석하려고 정치범이라는 표현 대신에 그 사전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확신범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곤 했다. 사실 정치범이나 확신범은 법률적인 용어도 아니고 범죄학 용어도 아니다. 따라서 이 개념을 쓰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데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혹은 의도를 가지고 사용하는 듯하다.

1월2일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용의자가 흉기를 든 채 경찰에 제압되고 있다. ⓒ뉴시스
1월2일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용의자가 흉기를 든 채 경찰에 제압되고 있다. ⓒ뉴시스

전형적인 ‘외로운 늑대’는 2007년 미국 총기난사 ‘조승희 사건’

프로파일링을 하려면 그에 맞는 범죄분류가 선행돼야 한다. 프로파일링과 범죄분류는 서로 역의 관계로서, 프로파일링의 역순이 범죄분류다. FBI 범죄분류 매뉴얼 3판 기준으로 이번 범죄를 분류하면, 연애망상 살인(Erotomania murder)과 개인적 극단주의 살인(Extremist homicide)의 특징을 공유한다. 우선 전자에서 ‘eroto’라는 개념은 성욕 혹은 애정 등을 의미하고, ‘mania’는 열광 혹은 광기 등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스토커들이 대상에 대해 가지는 광기 어린 애정망상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murder’와 ‘homicide’의 차이는 대상성에 있다. 특정한 어떤 대상에 대한 살인이 전자라면 후자는 그런 특징을 가진 누구라도 죽이는 살인을 의미한다. 대분류 개인적 동기 살인(Personal cause homicide)의 하위 범주 중 121번 연애망상 동기 살인(Erotomania-motived murder)과 대분류 극단주의 및 의료살인(Extremist and medical homicide)의 하위 범주 중에서 127번 개인적 극단주의 살인(Individual extremist homicide)의 세 가지 하위 범주 중 하나인 127.01번 정치적 살인(Political)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관용적인 표현으로서 언론에서 자주 회자되는 ‘외로운 늑대(lone wolf)’는 자생적으로 생겨나서 소속 집단이나 배후 세력 없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를 말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범죄분류가 아닌 언론이 만든 개념이 범죄 개념으로 사회화한 것이다.

극단주의 정치테러는 크게 각 개인이 독립적으로 의식화·내재화한 극단주의 살인과 집단에 근거를 둔 극단주의 살인으로 구분된다. 전자가 127.01번이고 후자는 대분류 집단 동기 살인(Group cause homicide)의 하위 범주로서 142번 극단주의 살인(Extremist homicide)의 두 가지 하위 범주 중 하나인 142.01번 정치적 극단주의 살인(Political)이다. 과거 사이버 공간이 출현하기 전에는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이 의식화되는 방법으로 다른 극단주의자들과의 접촉이 유일하고, 그 결과 조직화는 비례적으로 발생했다. 반면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하는 뉴미디어 시대에는 극단적으로 말초적·퇴행적인 자극 덩어리가 개인을 폭발적으로 의식화하는데, 개인이 주변으로부터 고립되면 될수록 의식화의 정도가 더욱 강하므로 조직화와는 반비례한다. 즉 다른 사람과의 소통보다는 자기만의 세상에 집착하고 자기만의 대상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결국 자기만이 옳고 자기 수단만이 최적이므로 스스로 대상에 대한 폭력을 실현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런 과정과 겉모습 때문에 ‘외로운 늑대’로 불리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후자, 즉 집단으로부터 유래한 정치적 극단주의 살인에는 IRA(아일랜드공화국군)나 일본의 적군파 같은 사례가 있다. 참고로 종교적 극단주의 살인에는 대부분의 사이비종교 집단에 의한 살인 사건, 즉 도쿄 사린 테러를 감행한 옴진리교가 대표적이다. 반면 전자, 즉 개인이 독립적으로 의식화한 경우는 조승희 사례(2007년 미국에서 총기난사로 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나 브레이빅 같은 사례(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에서 폭탄과 총격으로 77명이 사망한 사건)가 있다.

범죄에서 동기는 두 가지 층위로 구성되는데, 내적 충동으로서의 동인(motive)과 표면적인 행동으로서의 의도(intent)가 있다. 프로파일링이 찾으려는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다. 이 사건의 범인은 스스로 정치테러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앞서 분류된 바와 같은 의도(intent)이고 그 안에 내재해 있는 결핍이나 충동과는 구분돼야 한다. 즉 범인은 살인이라는 범죄로 정치테러를 시도했지만 그를 그 범죄로 이끈 내적 충동은 ‘결핍’이나 ‘자의식 과잉’일 수 있다. 

 

추상적으로 악마화한 이재명만 타깃으로 삼아

범인이 쓰고 다닌 ‘내가 이재명’이라는 조잡한 종이왕관이나 수준 낮은 민주당 지지 정치구호가 적힌 푯말, 스스로 칼을 갈아 검으로 만든 범행도구 제작 과정, 평소 유튜브 방송만 들었다는 주변의 진술, 소심하고 루틴한 일상 등은 그가 개인적 극단주의자(individual extremist)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개인화된 의식화의 결과로서 감각적인 퇴행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 범인은 연애망상 동기(erotomania-motivated)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가 작성해 품에 넣고 다녔고 범행에 성공했을 때 언론에 뿌리려고 했다는 일종의 성명서로서의 ‘변명문(남기는 말)’의 내용을 분석하면, 그 문서대로라면 범행 대상은 이재명이 아니라 문재인이나 민주당의 다른 인사들이 돼야 함에도, 반복되는 구절마다 추상적으로 악마화된 이재명만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homicide’가 아닌 ‘murder’가 돼야 함이 그 근거 중 하나다. 아울러 검찰에 송치될 때, 범인은 대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을 뿐이었다. 

이는 범인이 ‘이재명’이라는 대상을 극단적으로 이상화한 후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마치 아이돌 스타를 따라다니다가 결국에는 그들을 대상으로 스토킹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범죄분류는 존 레넌을 살해한 데이비드 채프먼의 사례에서 유래했는데, 존 레넌을 스토킹했던 채프먼은 언제부터인가 존 레넌이 변했다고 느끼게 됐고 어느 순간 지금 돌아다니는 존 레넌은 가짜고 진짜는 저 가짜를 죽여야 다시 나타난다는 망상을 가지게 돼 결국에는 존 레넌을 살해하기에 이르렀고, 이런 사례가 다수 나타나면서 하나의 독특한 범죄분류가 만들어진 것이다.

범인은 공무원 퇴직 후 부동산중개업을 하다가 불상의 계기로 정치적인 각성을 하게 됐는데 그 각성의 과정과 결과가 합쳐져 자의식 과잉 상태에 이르게 됐고 이런 상태가 사이버공간을 매개로 폭발적으로 확대돼 집착애정망상에 이르게 됐고, 그 결과 극단주의 살인으로 귀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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