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도발이 소환한 김관진의 원점→지원 세력→지휘부 타격전 [쓴소리 곧은 소리]
  •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현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2 15:05
  • 호수 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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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서해안 사흘 포격에 이어 김여정의 심리전까지…한국의 민심 분열 노려
2010년 김관진 장관, 대통령 승인받고 미군 설득해 육·해·공 총동원 사격훈련

북한이 2024년 새해 벽두부터 사흘 내내 백령도와 연평도 앞바다에 포격을 했다. 북한군이 쏜 포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7km까지 근접했다. 북한이 해안포를 사격한 해상은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과 합의한 ‘9·19 군사합의’에서 규정한 완충구역이었다. 북한군은 보란 듯이 사격을 제한한 완충구역을 향해 해안포를 쐈다. 이로써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변했다. 더 나아가 그들은 NLL까지도 무력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은 ‘한국군이 북한이 터트린 폭약 소리에 놀라 속아넘어갔다’는 거짓말도 했다. 북한의 도발과 기만은 한국의 민심을 분열시키고 정부와 국민을 이간하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

백령도와 연평도를 지키는 우리 해병대가 북한이 쏜 200발의 2배인 400발을 쏜 것은 북한이 실제 도발하면 2배 이상 되갚아주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다. 훈련 때 땀 한 방울이 전쟁 때 피 한 방울이라는 말도 있지만 평상시 해병대의 갈고닦은 훈련이 실전에서 한 치의 착오 없는 대응으로 연결된 것이다. 백령도와 연평도의 해병대가 보유한 대포병레이더는 북한군의 야포 위치는 물론, 포탄이 떨어지는 지점까지 자동으로 파악한다. 합참이 김여정의 거짓말에 대해 “수준 낮은 심리전”이라고 일침을 가한 배경이다.

북한은 2018년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합의를 3600회 위반했다. 그런데다 사흘 연속 연평도 해상 포격을 강행하자 우리 합참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지상과 해상의 적대행위 중지구역(완충구역)이 무효화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해상과 지상의 완충구역에서 함정과 육상부대의 기동 및 포사격 훈련을 재개할 방침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이 1월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2023년 11월28일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뉴스뱅크이미지 조선일보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와 유사한 위기 국면

북한이 벌인 일련의 도발적 행태는 2009년부터 시작해 2015년으로 이어지는 기간에 북한이 조성한 긴장 고조 양상과 비슷하다. 위험 강도는 과거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북한은 2009년 봄부터 대청도 인근의 NLL 북쪽 해상에 사격하는 한편, 그해 11월에는 북한군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면서 남북 해군 사이에 대청해전이 벌어졌다. 북한군의 완패로 끝났다. 북한군은 이를 앙갚음하는 차원에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우리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 승조원 46명이 전사했다.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0년 11월 평온한 연평도에 무차별로 포격해 민간인과 해병대 장병이 사망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일과 그의 아들 김정은의 권력교체 시기였다. 김정은을 새 지도자로 등극시키는 과정에서 기획된 대남 도발이었던 것이다. 2013년의 핵 위협, 2014년의 무인기 침투, 2015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과 남북 간 전면적 대결 구도 조성, 2017년 6차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등은 김정은 권력을 공고화하는 수단이었다.

현재의 상황을 2010년대와 비교하면 다가올 위기의 강도는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수준이 지난 10년 동안 천지개벽할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까지 직접 위협할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했다.

동시에 북한은 그 이상의 취약점을 안고 있다. 심각한 경제 상황과 이에 따른 내부 혼란 문제다. 북한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무너졌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만만치 않다. 김정은은 오로지 국가 통치를 핵과 미사일을 활용하는 외통수 전략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부가 취약하고 전쟁을 오래 끌 수 없는 김정은 입장에선 핵과 미사일로 대한민국을 극단적으로 위협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김정은이 위험한 것이다.

 

“자위권 차원”…적 굴복할 때까지 응징해야

윤석열 정부는 2010년 전후의 북한 도발과 이를 억제한 김관진 전 국방장관(현재 국방혁신위 부위원장)의 경험과 전략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김 장관 시절 내내 국방부 대변인을 하며 상황 관리에 참여했다. 김관진의 전략은 명확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것. 일선 부대 현장에서 쏠까 말까 묻지 말고 ‘선(先) 조치 후(後) 보고’를 하라는 원칙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취임한 김 전 장관은 2010년 12월부터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3단계 전략을 세웠다. 도발한 북한 부대에 대한 원점 타격, 지원 부대에 대한 타격, 지휘 세력 타격 등이다. 당시 북한 지휘 세력이란 서해안에서 도발한 핵심 부대로 황해도에 위치한 북한군 4군단 사령부다. 김관진의 3단계 전략은 북한이 도발하면 굴복할 때까지 응징하는 개념이다.

김관진은 북한의 포격으로 중단된 연평도 사격훈련을 2010년 12월20일 재개했다. 이 사격훈련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었다. 그는 연평도 사격훈련을 재개하는 작전에 국군 육해공군을 총동원할 생각이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슬램-ER을 장착한 F-15K 전투기가 뜨고, 해군 함정을 북상시키고, 육군 미사일과 해병대 K9 자주포까지 모두 투입하는 작전이었다. 자칫 국지전으로 확대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이 작전계획을 승인했다. 북한 도발에 굴복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확전을 우려한 한미연합사령관은 물론, 미 태평양사령관과 미 합참의장까지 용산으로 날아왔다. 김관진은 그때마다 “자위권 차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관진의 전략은 지금도 적용된다. 북한이 보유한 치명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겁을 먹는 순간, 대한민국은 김정은의 발아래 놓인다. 우리 국민과 영토를 보호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재래식으로 도발하면 재래식 무기로 철저하게 응징하고, 김정은이 핵무기를 한 발이라도 사용하면 한미의 핵억지 전력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군 지휘부를 제거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김정은이 겁을 먹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다행히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010년대 북한의 도발 때 김관진 당시 장관 지휘하에 적극 대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 군과 정부, 국민은 핵을 가진 북한에 유사시 팔을 내주고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담력과 결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을 보전할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현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현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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