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심 ‘反中’ 택했다…‘친미 라이칭더 당선’에 양안 관계 격랑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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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성향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승리…40.05% 득표율
라이칭더 “지구촌 첫 대선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 가져와”
中, 대만 상대 군사 압박 수위 높일 듯…대화 복원 요원

제16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8년 주기의 정권교체 관례를 깬 이번 선거 결과는 대만의 민심이 반중(反中) 노선을 선택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총통선거 결과로 인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에도 격랑이 예상되고 있다.

제16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의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AP=연합뉴스
제16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의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AP=연합뉴스

“외부 개입에 성공적 저항…민주주의 동맹국과 동행”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3일 오후 9시58분(현지 시각) 총통선거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558만6000표를 얻어 40.0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친중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가 467만1000표로 33.49%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제2야당인 중도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가 369만 표로 26.46%의 지지를 받았다.

라이칭더는 이날 당선 확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민주주의 공동체의 승리를 거뒀다”며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계속 동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대만은 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개입에 성공적으로 저항했다”며 중국의 선거 개입을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이어 “존엄성과 동등성을 바탕으로 중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며 “건강하고 질서 있는 교류를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만 총통선거는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받았다. 대만 정권이 8년 만에 친미‧독립 성향을 버리고 친중 노선을 선택하게 될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했다. 올해 선거는 양안 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당선인,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하는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 양안관계를 개선하길 원하는 커원저 민중당 후보의 3파전이었다.

지난 12일 밤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대만 집권 민진당의 선거 전야 유세 현장. 앞줄 왼쪽부터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 차이잉원 현 총통,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2일 밤 대만 신베이시에서 열린 대만 집권 민진당의 선거 전야 유세 현장. 앞줄 왼쪽부터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 차이잉원 현 총통,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차잉잉원 총통보다 강경한 독립주의자

라이칭더 당선인은 차이잉원 현 총통의 친미 정책을 계승하고, 경제 교류는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제안한 인물이다. 그는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도 강경한 독립주의자로 분류된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 긴장 수위가 차이잉원 총통 집권 8년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그동안 라이칭더가 당선될 경우 양안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며 위협을 가해왔다. “독립은 곧 전쟁”이라는 원색적 언급을 했고, 대선이 임박하자 과학 연구용이라고 주장하며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지속해서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띄웠다. 군용기를 동원한 시위성 비행도 계속해왔다.

중국은 대만의 대중 무역 제한 조치가 무역 장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선거일 직전까지 연장한 데 이어, 대만산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연장하는 등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 조치가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노골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보복 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취임식이 치러지는 5월20일까지 중국이 군사 훈련 등의 명분으로 대규모 무력 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세금 감면 중단, 특정 제품 수입 중단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도 할 수 있다.

창우에 대만 담강대 교수는 대선 직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민진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더 많은 경제적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대만 매체들도 선거 직전 보도를 통해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될 경우 시진핑 중국 주석이 대만에 대한 행동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예상했다.

이로 인해 대만이 안보 불안 등을 내세워 미국과 더욱 밀착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달 말 이후 예고된 남중국해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 포병 사격 훈련 등 맞불성 무력 시위를 전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제16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의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AFP=연합뉴스

“현 총통의 안정‧실용적 양안 정책 이어갈 것”

중국과 대만 간의 공식 대화 채널 복원도 기약 없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이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부터 대만과의 대화를 중단했다. 차이잉원 총통보다 더 강한 독립주의자로 분류되는 라이칭더 당선인을 상대로 중국이 대화 채널을 복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라이칭더 당선인이 대만 독립을 선포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차이 총통의 안정‧실용적이며 일관된 양안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중 대리전 양상을 띤 이번 선거에서 라이칭더가 당선되면서, 미중 갈등 국면에서도 미국에 힘이 실렸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송로인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에서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줄 수 있게 됐다.

친미 정권 8년간 중국을 압박하는 주요 통로로 대만을 활용해 온 미국은 이번 선거 승리로 대만해협을 수호한 만큼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경우, 무기 수출 확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안보를 중시하는 라이칭더 당선인 체제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된 미중 갈등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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