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로 다시 돌아온 한국형 연애 리얼리티의 시간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0 11:05
  • 호수 178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닮은 듯 다른 《솔로지옥3》와 《환승연애3》…변함없는 매력과 화제성으로 시청자들 설레게 만들어

다시 연애 리얼리티의 시간이 돌아왔다. 현재 연애 리얼리티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두 프로그램이 동시에 출격해 방영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3》와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3》가 그것이다.

ⓒ넷플릭스 제공

두 개의 지옥도로 돌아온 《솔로지옥3》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은 첫 시즌부터 지옥도와 천국도라는 세계관을 가져옴으로써 연애 리얼리티의 색다른 서사를 만들었다. 즉 지옥도에 모인 남녀들이 서로를 선택해 짝을 이루거나, 혹은 특정 미션을 성공시켜 천국도에서 둘만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식이다. 물론 지옥도도 아름다운 섬에 잘 꾸며진 곳이라 시청자들에게는 그 자체로도 로망을 불러일으키지만, 천국도가 너무나 럭셔리하고 모든 걸 만끽할 수 있게 돼있어 한번 그곳을 맛본 이들은 지옥도로 돌아가기 싫어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이러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것 같은 공간에서는 없던 감정들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설레는 감정이 같이 있는 상대방 때문인지 아니면 그 화려한 공간 때문인지 헷갈리게 되지 않겠는가. 지옥도와 천국도로 나뉘는 콘셉트는 《솔로지옥》이라는 세계에 일종의 서바이벌(경쟁)의 의미를 더해 넣는다.

시즌2에서 변화 없이 시즌1과  너무 비슷한 서사를 보여줬다는 비판 때문이었는지 시즌3는 새로운 설정을 집어넣었다. 두 개의 지옥도를 만든 것이 그것이다. 시즌3는 지옥도에서 남녀 각각 세 명씩 6명이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커플 매칭을 하고 연결된 커플이 천국도로 가는 과정을 보여줬는데, 이런 빠른 전개는 아무래도 이미 시즌을 거듭하며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어느 정도 관계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천국도행을 하는 남녀에 시청자들이 쉽게 몰입하기는 어려웠다. 제작진이 너무 빠르게 드라이브를 거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하지만 그렇게 천국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다음 날 아침 이들은 시즌3의 새로운 세계관을 맞닥뜨리게 됐다. 천국도에 함께 왔던 커플이 갈라져 호텔 앞에서 다른 인물과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인물은 다른 지옥도에서 온 인물이라는 것. 즉 두 개의 지옥도가 펼쳐져 있다는 걸 이들은 알게 된다. 그래서 다른 지옥도로 넘어간 이들이 그곳에서 새로운 출연자들을 만나는 일이 펼쳐진다.

연애 리얼리티에서는 결국 얼마나 시간을 함께했는가가 그 친밀도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천국도에 함께 간 커플들이 좀 더 친밀해지는 이유다. 그래서 두 개의 지옥도는 《솔로지옥3》 초반에 함께 보낸 이들이 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친밀도가 교란되는 효과를 만든다. 하지만 두 개의 지옥도가 하나로 합쳐지게 되면서 서사는 이전 시즌과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간다. 선택을 하거나 대결을 벌여 천국도로 가는 커플들이 탄생하고 그걸 바라보는 욕망과 애증의 애틋한 시선들이 교차하는 식이다. 결국 프로그램은 다시 매력적인 인물에게 주목하게 된다. 시즌1에서 닉네임 프리지아로 불리는 송지아가 관심과 논란까지 불러일으켰고, 시즌2에 메기로 등장했던 덱스가 있었다면 시즌3는 등장부터 남달랐던 이관희가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쥐락펴락하며 끝까지 끌고 나간다. 두 개의 지옥도를 가져와 색다를 줄 알았지만 비슷한 흐름으로 밋밋해질 수 있었던 프로그램은 독특한 인물로 인해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추진력을 얻는다.

《솔로지옥3》가 두 개의 지옥도 같은 새로운 설정을 넣었다면, 《환승연애3》는 기존 감성과 포맷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취했다. 사실 이건 조금 의외의 선택이다. 《환승연애》를 처음 만들고 시즌2까지 이끌었던 이진주 PD가 CJ ENM에서 JTBC로 이적하면서 김인하 PD가 시즌3의 새로운 연출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보통 새로운 연출자가 새 시즌을 맡아 들어오게 되면 자기만의 새로운 색채를 집어넣으려 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야 새로운 연출자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인하 PD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스스로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이지만, 《환승연애》 팬이라고 밝힌 김인하 PD는 연출이나 섭외도 이전 시즌들을 찾아보며 공부를 했다고 했다. 《환승연애》는 이미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한 공간에서 생활해 가며 다시 만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인연을 찾을 것인가를 갈등하며 생겨나는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콘셉트의 연애 리얼리티로 시청자들의 열광을 얻었다.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든 이진주 PD가 밝힌 것처럼, 가장 중요한 건 출연자들이다. 이들이 얼마나 진심인가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헤어진 연인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가슴 아픈 상황에서도 축복해줄 수 있을 만큼 좋은 인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야 한다. 그게 아니면 시청자들이 애초 우려했던 것처럼, 거의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자극적인 상황들이 펼쳐질 수 있어서다.

ⓒTVING 제공

《환승연애3》 제작진 바뀌어도 이상무

시즌3 역시 김인하 PD는 출연자 섭외에 약 6개월의 공을 들였다. 그리고 포맷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등장과 함께 서로를 연결하는 상징물로서의 끈을 끊을 것인가 아니면 아직은 매듭을 이어놓을 것인가라는 오프닝에 가까운 설정을 넣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변화는 없었다. 그래서 다소 익숙한 전개로 밋밋해지는가 싶었는데 3화에 1년간이나 사귀다 헤어진 송다혜와 서동진 커플 이야기로 다소 불을 붙였다. 걸그룹 베스티 멤버인 송다혜의 출연은 시작부터 연예인 출연자라는 점 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들의 아이돌 연습생 시절부터 이어진 사랑과 이별 이야기는 이를 반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둘 다 시즌3로 돌아온 《솔로지옥》과 《환승연애》는 이제 그 익숙한 포맷 속에서 새로운 매력적인 출연자들의 변주를 통해 흘러가는 연애 리얼리티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두 프로그램은 한국형 연애 리얼리티가 보여주는 두 경향을 드러낸다. 《솔로지옥》이 좀 더 서바이벌과 경쟁에 맞춰져 있다면, 《환승연애》는 사랑과 이별의 순간에 주목하는 멜로적 경향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공간만으로도 쉽게 설명되는데 《솔로지옥》의 천국도·지옥도라는 섬 설정이 이미 서바이벌 공간인 데 반해, 《환승연애》의 로맨스가 피어날 것 같은 셰어하우스가 멜로의 공간인 점이 그렇다. 물론 두 프로그램이 시즌1을 내놓을 때 받았던 스포트라이트에 비교하면 현 시즌3의 반응은 미지근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매회 화제가 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건 이들 연애 리얼리티가 이제는 레귤러로 자리 잡았다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연애는 멀고 연애 리얼리티는 가깝다? 최근 들어 연애 자체를 버겁게 느껴 차라리 연애 리얼리티를 본다는 이도 적지 않아졌다. 그만큼 여유가 사라진 만만찮은 현실을 말해 주는 것이지만, 그 자리를 연애 리얼리티가 꿰차기 시작했다는 건 씁쓸함 또한 남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차가운 겨울날 옆구리가 시린 시청자들이라면 《솔로지옥3》나 《환승연애3》처럼 저마다의 색다른 맛을 가진 연애 리얼리티에 충분히 빠져들 만하다고 여겨진다. 어쩌면 잊고 있던 설렘의 감정이 느껴지고, 죽었다고 여겼던 연애세포가 살아있다는 걸 연애 리얼리티를 통해 경험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연애에 대한 욕망을 일깨워줄 수도 있지 않을까.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