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보다 ‘韓心’? 공천 앞 한동훈 ‘손’에 쏠린 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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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김경율‧원희룡 응원에 지역 당협위원장 반발
“심판이 특정 선수 응원” 반발에 韓 “경선 약속”

총선을 3개월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특히 ‘공천 개혁’을 선언한 한 위원장이 어느 지역구, 누구에게, 어떻게 힘을 실어줄 것이냐에 여권 내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 위원장이 거듭 ‘공정한 경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한심’(한동훈 위원장 의중)을 읽기 위한 후보들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시사? 원희룡과 포옹하고 김경율과 만세

한 위원장은 17일 서울을 마지막으로 전국 순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2일 대전과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광주, 부산, 인천 등 전국 곳곳을 돌았다. 이 기간 정치권의 시선은 한 위원장과 동행하는 인물들에 쏠렸다. 한 위원장 곁에 선 인물들이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한 위원장은 전날 인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직접 소개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 국민의힘에는 이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이라면 그곳이 호남이든 영남이든 서울이든 인천이든 충청이든 어디든 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어 하는 후보들이 많이 있다”며 “그중 한 분이 여기 계시다.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의 원희룡’”이라고 외쳤다.

원 전 장관은 한 위원장과 포옹을 나눈 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길을 막고 있다.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막고 있다”며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재명 대표를 ‘돌덩이’에 비유하며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는 곳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건 상징적 의미가 있고 그 한 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원 전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어 17일 한 위원장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김경율 비대위원의 ‘자객 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의 손을 들어올리며 당원들에게 인사했다. 그러면서 “서울 마포 지역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있다”면서 “개딸 민주주의,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특권정치, 이재명 개인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지금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바로 정 의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것’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않다”면서 “4월 선거에서 우리 국민의힘 후보로 김경율이 나서겠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을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국민의힘의 김경율과 민주당의 정청래 중 누가 진짜인가”라고 당원들을 향해 묻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인천 계양구 카리스 호텔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한 공천이라더니…드러난 ‘韓心’ 불만도

한 위원장은 ‘험지’로 나서려는 모든 도전자를 응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당협위원장과 예비 출마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당 공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특정 인물의 ‘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공천의 ‘편파 논란’이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위원장이 이날 김경율 비대위원의 출마를 언급하자 마포을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던 김성동 당협위원장 측이 현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형선 인천 계양을 당협위원장도 입장문을 내고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서울의 국민의힘 한 당협위원장은 한 위원장을 ‘심판’에 빗대면서 “경기가 펼쳐지기도 전 심판이 특정 선수에게 박수를 쳐준 꼴이다. 그 이후 펼쳐지는 게임이 과연 공정해 보일까”라고 반문한 뒤 “한 위원장은 험지 후보라서 응원해준다고 하는데 그럼 그 지역 모든 후보를 단상 위에 세웠어야 옳다. 이렇게 되면 경선이 펼쳐져도 ‘한심’을 얻는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한 위원장은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김성동 당협위원장 쪽이 반발하고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김 비대위원) 도전을 대단히 의미 있게 생각하고 국민에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렸다. 당내 절차는 당연히 거칠 것”이라며 “공천은 시스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본인이 김 비대위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공천 불공정 논란’을 부를 수 있지 않냐는 물음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명백히 져 왔던 험지에 (김 비대위원이) 초반에 나서준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거듭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김성동과 김경율) 두 분에 대해 경선할 것이라고 약속드린다”면서 “공정해 보이는 공천이 대단히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민주당보다 충분히 공정해 보이는 외양을 갖춘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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