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식생활, 30·40대 음주와 흡연, 50대 만성질환 ‘적신호’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0 12:05
  • 호수 178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눈에 보는 대한민국 건강 수준...지방 섭취 늘고, 고콜레스테롤혈증 증가세
“먹는 양 줄이고 술 섭취량 낮춰야 비만 예방할 수 있어”

우리 국민은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국가는 매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시행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의 내용은 복잡하지만 3가지(만성질환·건강행태·식생활)로 분류할 수 있다. 3가지 내용을 종합하면 우리 국민의 질병 상태는 물론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건강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올해 건강 목표를 세우거나 실천하는 데 참고할 수도 있다.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해 보니 우리 국민은 연령대에 따라 건강 위험이 다르게 나타났다. 20대는 식생활에 문제가 있고, 30·40대는 바람직하지 못한 건강행태를 보이며, 50대는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이다. 비교적 젊은 층의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방치하면 그들이 장년층이 됐을 때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 당국도 이 점을 지적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022년은 코로나19 유행 3년 차를 지낸 시기로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되면서 우리 국민의 건강 수준에도 변화가 있었다. 신체활동은 2020년 이후 지속 증가해 개선됐으나 음주 행태는 다시 증가 경향으로 바뀌었다. 비만과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만성질환 유병률은 여전히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식생활, 30·40대 건강행태, 50대 이상에서 만성질환이 지속 증가해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청장년층의 건강 위험요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만성질환 : 남성 비만·여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증가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만성질환 유병률은 상승했다. 특히 남성에서는 비만이 늘었고 여성에서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이 급증했다. 우리나라 남성의 약 48%는 비만이다. 2명 중 1명은 비만인 셈인데, 특히 30·40대 남성이 비만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30대 남성의 비만율은 56%로 가장 높고 다음은 40대 남성으로 54%다. 여성의 비만율은 약 26%다. 모든 연령에서 비만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20대 여성의 비만율은 18%로 전년 16%보다 상승했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여성이 23%로 남성 21%보다 높다. 약 10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남녀 모두 12% 정도였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남녀 모두 50~7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데, 남녀 간 큰 차이를 보인다. 남성은 50~70대 모두 각각 30% 초반에 머무르지만 여성은 50대(39%), 60대(53%), 70대 이상(55%)으로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런 현상은 당뇨병에서도 관찰된다. 당뇨병 유병률은 남성 11%, 여성 7%다. 당뇨병도 남녀 모두 50~7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한다. 그런데 남성 50~70대는 모두 각각 20% 후반이지만, 여성은 50대(11%), 60대(16%), 70대 이상(31%)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했다.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현저히 높다. 남성은 27%로 전년보다 상승했는데, 특히 50대(36%→42%)에서 가장 큰 폭으로 높아졌다. 여성 고혈압 유병률은 17%로 전년 대비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정신 건강 상태는 어떨까. 우울증 유병률은 남성이 4%이고 여성은 6%다. 최근 10년 동안 조금씩 하락해 왔다. 문제는 젊은 층이다. 20대 남성의 우울증은 5%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고, 여성도 20대와 30대가 각각 8%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정신 건강 문제로 전문의와 상담한 사람도 남성이 3%, 여성은 6%로, 남녀 모두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정선재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울과 자살 등 정신 건강 지표는 20·30대에 맞춰 모바일 앱 등 청년층 대상의 정신 건강 서비스 확대 및 홍보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전후의 변화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정신 건강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에 30대 남성의 정신 건강 악화 정도가 더 커 이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정신 건강 상담 경험률이 증가하는 경향이지만 아직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이 커 정신 건강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의 교육과 홍보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만성질환의 변화를 종합해 보면, 남성 비만은 20대부터 50대까지 고루 증가하는데, 특히 30~50대는 2명 중 1명이 비만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남녀 모두 40대 이상에서 증가하기 시작하며, 특히 여성 유병률이 남성을 앞지르는 현상을 보인다. 김윤정 질병관리청 책임연구원은 “비만·고혈압·당뇨병은 남자 30~50대,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남녀 전 연령에서 발병률이 높다. 10년간 만성질환 관리 수준은 소폭 개선됐으나, 만성질환 유병자의 건강행태는 개선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만성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 또는 치료받지 않은 사람의 건강행태가 나쁘다”고 지적했다. 


건강행태 : 폭음 증가…신체활동 감소

건강행태란 흡연·음주·신체활동 등과 같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의 건강행태를 살펴보면 만성질환이 악화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우선 흡연은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담배 제품(일반 담배, 전자담배 등) 사용률은 남성 37%, 여성 7%다. 

흡연은 줄고 있지만, 음주는 상승 곡선을 그린다. 월 1회 이상 한 번에 7잔 이상(여성 5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월간 폭음률이 남성은 49%, 여성은 26%다. 남성은 2명 중 1명, 여성은 3명 중 1명이 매월 폭음하는 셈이다. 특히 남성은 40대(65%)와 50대(69%), 여성은 20대(51%)와 30대(37%)의 월간 폭음률이 높다. 여성 20대의 월간 폭음률 51%는 남성 평균(49%)을 웃돌고, 약 10년 전(42%)보다도 많이 상승했다. 

폭음을 월 8회 이상 하는 음주 행태를 고위험 음주라고 한다. 고위험 음주율이 남성은 25%, 여성은 9%로 꽤 높다. 특히 남성은 40대와 50대가 각각 33%로 모든 연령대보다 높고, 여성은 20대(10%)와 30대(11%)가 높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주류 소비 및 음주 폐해 감소를 위해서는 대국민 음주 가이드라인 개발, 음주 경고 문구 강화, 주류 광고 및 마케팅 규제, 장소·시간적 음주 제한 등 주류 이용 가능성을 제한하는 정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민은 신체활동을 얼마나 실천했을까. 유산소운동 실천율은 남성이 55%, 여성은 51%다. 2021년보다는 각각 약 5%포인트 상승했으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하락했다. 2013년 유산소운동 실천율은 남성이 62%, 여성은 55%다. 이처럼 과거보다 운동은 하지 않으면서 건강에 해로울 정도로 술을 마시는 행태가 증가하고 있다.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식생활 : 아침 결식 증가…총 에너지의 30%가 지방

우리 국민의 식생활은 건강할까. 흔히 건강을 위해 아침을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하지만, 남성의 아침 결식률은 40%나 된다. 특히 20대의 아침 결식률은 55%로 가장 높고 30대도 53%다. 남성의 아침 결식률은 2013년 25%에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여성의 아침 결식률도 2013년 23%에서 36%로 늘었다. 역시 20대가 63%로 가장 높다. 

결식이 늘어남에 따라 하루 섭취 열량도 줄어들었다. 남성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은 최근 10년 동안 2370kcal에서 2088kcal로 감소했다. 여성도 같은 기간 1760kcal에서 1557kcal로 떨어졌다. 열량을 구성하는 영양분의 비율도 달라졌다. 하루 섭취하는 전체 에너지 중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녀 각각 58%다. 대신 지방 섭취는 10년 동안 20% 이상 증가해 2022년 기준 남녀 각각 26%다. 단백질 섭취는 남녀 각각 16%다. 

지방 섭취가 늘어나는 동안 과일과 채소 섭취는 줄어들었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과일량은 175g에서 124g으로, 채소량은 303g에서 255g으로 감소했다. 과일과 채소를 합해 하루 약 500g 이상을 먹는 것이 이상적이다. 대신 같은 기간에 당분 섭취는 늘어났다. 하루 음료류 섭취량만 봐도 186g에서 304g으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우리 국민의 만성질환·건강행태·식생활 변화를 보면, 건강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은 명확해진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하루 섭취 열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는 밥만 먹었으나 요즘은 간식과 술 등 다른 것들을 많이 먹는다. 그런 것들까지 합하면 하루 섭취 열량은 과거보다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 결론은 먹는 양 조절이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하다. 하루 세끼 외에 간식이나 야식 등 부가적으로 먹는 양을 줄이고 술 섭취량을 낮춰야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정기적으로 콜레스테롤을 측정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