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사위 경영’ 전성시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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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손님이 경영 전면 나선 기업은 어디?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 본 종로 지역의 대기업 빌딩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 본 종로 지역의 대기업 빌딩들 ⓒ시사저널 최준필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첫째 사위인 이윤행 HL만도 부사장 최근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선임되며 ‘사위 경영’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HL그룹처럼 사위가 경영을 맡고 있는 기업은 또 어디가 있을까. 우선 HL그룹과 ‘한집안’인 현대자동차그룹에도 사위 경영인이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이자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2년 대표이사 선임 이래 지금까지 현대카드를 이끌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삼우 부회장도 과거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1997년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과 결혼한 신 부회장은 이듬해 현대하이스코(당시 현대강관)로 자리를 옮겼고, 2005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4년까지 현대하이스코의 성장을 견인한 신 부회장은 현재 그의 부친이 운영하는 삼우로 복귀한 상태다.

삼성가(家)에서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이 있다. 그는 제일모직과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에서 사장을 지내고 2018년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로 자리를 옮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이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도 한때 경영에 참여했지만 2016년 이혼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범삼성가로 시선을 넓혀보면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이 있다. 그는 1967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백년가약을 맺었고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관(현 삼성SDI) 사장, 삼성물산 부회장, 삼성항공 부회장, 삼성종합화학 부회장을 거치며 ‘삼성맨’으로 활약했다. 1997년 신세계가 삼성에서 분리되면서 신세계와 조선호텔의 회장을 역임했다.

정 명예회장의 사위이자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의 행보도 눈에 띈다. 그는 현재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털(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책임지고 있다. 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의 남편인 정종환 CJ 경영리더도 CJ그룹의 미주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신정훈 해태제과식품 사장도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의 사위다. 2008년 해태제과 대표이사에 오른 신 사장은 2008년 멜라민 파동 당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데 이어 2014년에는 허니버터칩 출시를 주도하면서 시장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총수에 오른 사위 경영인도 있다.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결혼한 담 회장은 이 창업주 사후에 동양제과를 중심으로 계열분리에 나서 지금의 오리온그룹을 일궈냈다. 이 창업주의 첫째 사위인 현재현 전 회장도 동양그룹 총수에 올랐다. 그러나 동양그룹은 2013년 경영난으로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 밖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로 제주항공을 애경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킨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은 2018년 환갑을 맞아 경영에서 물러났고,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사위인 박장석 전 SKC 부회장은 2015년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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