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올해 들어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약 2300억원의 원금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H지수가 현 추세를 유지할 경우 상반기 손실 규모가 기존 예상치보다 많은 6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상품 가운데 지난 19일까지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8일 올해 첫 만기 상환이 시작된 이후 11일 만에 손실액이 23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손실률도 점점 악화하고 있다. 전체 손실률은 52.8%로, 한 주 새 2.0%포인트 떨어졌다. 만기 일자마다 손실률이 다르지만, 일부 상품에서는 최대 56.1%의 손실률도 확인됐다.

손실액이 점점 불어나는 데에는 H지수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 넘게 뛰었으나 그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추락세를 거듭했다. 특히 H지수는 새해 들어서만 10% 가까이 또 내리며 현재 5100대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손실 규모는 향후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ELS 상품 구조 상 원금 손실을 막으려면 기초 자산인 H지수가 고점 대비 70% 수준까지 반등해야 하는데,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고려하면 이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만약 현 추세가 유지되면 ELS 상품 손실률이 60% 넘게 치솟아 원금 손실 규모도 6조원을 넘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또 오는 3월까지 보상 비율과 향후 재발 방지 정책 방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