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한동훈, ‘김건희 명품백’ 논란으로 루비콘강 건넜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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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직접 ‘사퇴’ 요구-韓 즉각 거부
김 여사 리스크 대응 두고 충돌…韓 거취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한 달을 맞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이 21일 한 위원장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한 위원장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2년도 안 되는 시점에 대통령과 집권여당 수장이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총선을 앞두고 파장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의 도화선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파악된다. 대통령실은 처음부터 ‘김 여사는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는 입장인 반면, 한 위원장은 당초 이와 같은 입장이었다가 최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태도를 선회했다. 이러한 한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불만을 표출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을 만나 직접 사퇴하라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의 최근 공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가 내걸어온 한 위원장 사퇴 요구의 표면적 이유는 ‘사천 논란’이었다. 앞서 이날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윤 대통령이 김경율 비대위원과 관련한 한 위원장의 ‘밀어주기’ 논란에 불만을 공개 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여당 주류들도 한 위원장의 ‘자객공천’은 그의 개인 정치용 ‘사천’이라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수행한 이용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 지지 철회’ 보도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사천 논란’보다 김 여사에 대한 김 비대위원의 쓴소리, 이에 대한 한 위원장의 묵인과 방조가 갈등의 발단이 되었다는 시각이다. 여권은 최근 김 여사 논란에 대한 대응방식을 두고 분열해왔다. 그 과정에서 일부 친윤 인사들은 “김 여사는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며 사과 불가론을 피력해왔다.

용산의 공개적인 사퇴 요구에 대해 한 위원장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측은 “대통령실 사퇴요구 관련에 대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입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선 딱 잘라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한동안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버티기 힘들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아직 집권 전반기인 윤 대통령, 그리고 당내 친윤 주류들에 맞서기엔 세(勢)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앞선 김기현 당대표 사퇴 상황의 데자뷔가 펼쳐질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이번 용산과 당 대표 간 갈등은 이전과 다른 국면으로 진행될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데다, 가장 유력한 여권 차기 대권주자인 한 위원장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여론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표결 절차가 남아있다. 이탈표를 막아야 하는 용산으로선 당을 이끄는 한 위원장과 대립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이 총선 전 잡음을 줄이기 위해 ‘무늬만 봉합’에 나설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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