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고로쇠 수액 채취, ‘수확기 예측 난항’ 임업인 긴장
  • 김대광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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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2일 진주 인공조림지서 올해 첫 수확
경남 인공조림지에서 고로쇠 수액 출수 모습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제공
경남 인공조림지의 고로쇠 수액 출수 모습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제공

미네랄 성분이 많아 건강에 좋은 천연 이온 음료로 알려진 ‘고로쇠’ 수액 채취가 일찌감치 시작됐다.

22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에 따르면 1월12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인공조림지에 식재된 우산고로쇠나무 등 4종에서 올해 첫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이 시작됐다. 또 하동군 역시 지난주부터 지리산 일대 최대 고로쇠 산지인 화개면 의신 및 범왕마을 일원에서 수액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하동군은 화개면을 비롯해 청암·악양·적량면 등 해발 500m 이상 지리산 자락에서 260여 농가가 고로쇠 수액 채취허가를 받아 수액을 채취한다. 이들 농가는 지난해 국유림 4962㏊와 사유림 60㏊에서 72만ℓ 수액을 채취해 약 21억원의 농가 소득을 올렸다.  

농한기 큰 소득원인 만큼 농민들로선 효자 작물이 아닐 수 없지만 동시에 걱정거리기도 하다. 고로쇠 수액 채취시기와 출수량이 다소 불안정 하기 때문이다. 고로쇠 채취 시기가 빨라진 것은  이상기온으로 인한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예전에는 주로 경칩 전후에 채취를 시작했는데 2000년대 들면서 조금씩 출수시기가 앞당겨졌다. 10년 전쯤부터는 2월 초까지 빨라지더니 2020년에는 진주시 인공조림지 기준 1월 27일에 첫 출수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1월17일에 첫 채취가 시작돼 역대급으로 빠르다는 말이 나왔는데, 올해 이보다 닷새 더 빠른 12일까지 앞당겨졌다. 2020년 이후 불과 4년 만에 출수시기가 보름이나 빨라진 셈이다.

고로쇠 수액 채취는 밤 최저기온 영하 2.1℃ 이하, 낮 최고기온 영상 10.6℃ 이하 조건에서 일교차 10℃ 이상 차이를 보일 때 출수가 가장 활발하다. 올해는 일부 지역에서 이미 지난 12월 말쯤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파 등 악천후가 예정되면서 2주 정도 뒤에 첫 채취가 이뤄졌다. 

하동의 한 임업인은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고로쇠 수액 채취가 갈수록 앞당겨지는 추세”라며 “경험이 부족한 농민들은 출수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리산 일대 최대 고로쇠 산지인 화개면 의신 및 범왕마을 일원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하동군
지리산 일대 최대 고로쇠 산지인 화개면 의신 및 범왕마을 일원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다. ⓒ하동군

일각에선 계속해서 이상기후가 이어질 경우 1월 초까지 수확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채취 시기 변화는 농가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로쇠 수액은 날씨가 흐리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수액이 아예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생산 조건이 까다롭다. 

여기에 1년 중 딱 겨울철 3주 안팎으로만 채취 가능한 단기소득임산물로 수확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수 적정 기온이 지속되는 시기에 채취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잡을 수 없는 겨울 날씨 탓에 자칫 시기를 놓치면 아예 한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관련 기관들 역시 기상조건에 따른 고로쇠 채취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마다 편차가 커 정확한 시기 측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김석주 연구사는 “수액이 잘 나오는 기온과 일교차에 대한 정보를 활용한다면 안정적인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미기상인자와 수액 출수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시기 예측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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