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 잃었나…한동훈 리더십, 어디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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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통령실 ‘사퇴 요구’ 거부…“선민후사 하겠다”
총선 앞 與 내홍에…“대통령의 당무개입이 문제” 지적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간의 ‘불화설’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제 용산 대통령실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에게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빌려 사퇴를 요구했지만 한 위원장이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당정 갈등이 표면화한 가운데 친윤석열(친윤)계도 ‘한동훈 사퇴’에 힘을 실으면서 한 위원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사회자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사회자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尹心’에 역행? 韓 “사퇴 요구 거절”

지난 주말 간(20~21일) 정치권 일각에서 ‘지라시’ 형태로 한 위원장과 용산 대통령실의 갈등설이 확산했다. 당초 낭설로 치부됐으나 한 언론에 의해 한 위원장을 향한 친윤계의 ‘공개 비토’가 있었음이 확인됐고, 실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비판한 김경율 비대위원을 한 위원장이 ‘서울 마포을’에 ‘사천’하려 했다는 의혹이 당정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추측과 함께다.

그간 당정 관계에 대해 말을 아꼈던 한 위원장도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설’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나아가 이 같은 요구를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및 당무 개입 여부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며 “그 과정에 대해선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당정 간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당정 갈등 요인으로 거론되는데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윤심’에 의해 사퇴할 의향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또 “4월10일 총선이 국민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왔다”고 했다.

이어 “저는 선민후사 하겠다”며 “우리 당의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 드려서 지금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잡기 행태로 국민이 고통받고 이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한 위원장은 ‘당정 갈등 봉합을 위해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평가를 제가 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이준석‧김기현’ 전철 밟나

한 위원장이 총선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당내 친윤계 의원들은 반기를 드는 모습이다. 친윤계 좌장인 이용 의원 등이 의원 단체방에 한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비대위원들의 행보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TK(대구‧경북)계 의원을 비롯한 당내 중진 의원 일부도 ‘한동훈 사퇴’에 중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친윤계 의원은 “당정 갈등설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지금의 비대위가 과연 당의 위기 국면을 잘 수습하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되레 불필요한 논란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감기를 이유로 이날 공개 일정을 취소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대통령의 신뢰를 잃었다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다만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한 위원장이 중도 사퇴할 경우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사천’ 논란은 한 위원장의 잘못이 맞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그것은 당의 일이지 대통령실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윤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워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이라면 이는 적나라한 당무 개입이자 총선 개입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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