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폐지’ 풍선효과? …강남에 ‘큰 장’ 들어선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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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제 폐지 이후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아져
강북인데 59㎡ 평형이 11억 호가 비일비재
‘옥석 가리기’ 심화 속 분양 미룬 강남 단지들 ‘귀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건설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새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상 분양가는 시세보다 저렴해 ‘로또 청약’으로 불려왔지만, 이제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다만 아직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의 사정은 예외다. ‘집값 1위’ 강남구의 신규 분양가가 역설적이게도 강북 일부 지역보다 저렴한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단지들은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는 가운데,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은 일부 강남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공사비용 상승으로 인해 새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싸진 것으로 조사됐다. ⓒ 연합뉴스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공사비용 상승으로 인해 새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싸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로또 청약’은 옛말…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싸다

22일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지역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3505만원, 평균 매매가는 3253만원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분양가(2549만원)가 시세(3506만원)보다 957만원 낮았지만, 2022년부터 분양가(3442만원)가 시세(3276만원)를 추월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그 격차는 252만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실제 개별 사례별로도 20평대 소형 평수조차 10억원을 호가했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분양된 서울 지역 아파트 전용 59㎡ 평형의 공급가액은 모두 10억원을 넘었다. 양천구 신정동 ‘어반클라쎄목동’의 59㎡ 최고가가 11억6700만원대, 성동구 용답동 ‘청계리버뷰자이’가 10억4000만원대, 마포구 아현동 ‘마포푸르지오어반피스’가 11억4300만원대였다.

올해에도 고분양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되는 ‘포제스한강’의 84㎡ 평형 공급금액이 44억원에 공고로 나왔다. 3.3㎡당 분양가가 1억1500만원으로, 역대 분양가 기준 최고 금액이다. 고급 주택을 표방하는 단지라 고가 공급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지만, 강남도 아닌 강북 지역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게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다만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단지들은 잇따라 미분양으로 이어졌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나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 등은 완판에 실패하면서 최근 미분양 물량 150여 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전국 집값도 연달아 하락 곡선을 그리는 흐름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04% 내려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매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중에 분양가까지 뛰어오르면서, 청약 시장에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계속된 집값 하락과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아파트 청약시장이 바짝 얼어붙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견본주택ⓒ연합뉴스<br>
올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서만 1만8700여 가구의 분양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강남만 시세보다 싸네”…미뤘던 분양도 풀린다

그러나 강남의 사정은 예외다. 강남은 분양가상한제가 아직 적용되고 있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수 없는 데다, 시장 침체기일수록 매수 수요는 안전한 대장 단지로 몰리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올해 강남 지역의 청약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건설 업계도 강남 지역에서만큼은 지난해 미뤄뒀던 분양을 재개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된 34개 단지 가운데 강남 3구 소속은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이 유일했다. 반대로 올해엔 강남 3구에서만 16개 단지, 총 1만8782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 1만588가구, 강남구 2356가구, 송파구에서 5848가구의 물량이 쏟아진다.

단지별로는 당장 이달 말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가 분양에 나선다. 이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6705만원으로, 전용 면적 59㎡의 분양가는 16억700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같은 자치구에서 분양된 단지 가운데 가장 높은 분양가가 책정됐지만, 시세와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라 10억원대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이밖에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와 ‘아크로리츠카운티’ 등이 상반기 분양 예정이고 하반기에도 방배동 ‘디에이치방배’와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이 공급될 예정이다. 다만 이들 단지는 주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일반 분양물량은 세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강남 3구는 용산구와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의 청약 규제를 적용받는다. 대출도 담보인정비율(LTV) 50%가 적용돼 까다로운 편이고, 재당첨 제한도 5년간 받는다. 이런 이유로 자금 마련 계획 없이 무턱대고 청약을 넣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어 유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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