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갈등설’ 이틀 만에 끌어안았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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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시장 화재 현장 함께 점검…20일 만에 대면
총선 전 분열 우려 커지자 빠르게 봉합 시도…‘극적 반전 노린 것’이란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전격적으로 만났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지 불과 이틀 만에 함께 모습을 보이면서 빠르게 갈등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극적 반전 효과를 노린 ‘약속대련’이었다는 의심 또한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방문,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3일 5부요인 등 입법·사법·행정의 주요 인사들과의 신년인사회 후 20일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지 이틀 만의 조우이기도 하다.

이날 한 위원장은 오후 1시경 점포 227곳이 전소되는 화재 피해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이날 별도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한파 속 대형화재로 피해를 입은 시장 상인을 위로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기다렸고, 이후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화재현장을 둘러보며 점검에 나섰다. 윤 대통령을 마주한 한 위원장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고, 이에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한 후 어깨를 감싸는 등 한껏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 소식이 전해지자, 21일 오후부터 불거진 갈등설을 빠르게 봉합하고 화해모드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총선을 불과 78일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 갈등과 분열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응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에 따른 ‘사천(私薦)’논란과 관련해 한 위원장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은 이를 거부하면서 충돌을 빚어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이견이 속출하면서 분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론까지 악화하자 더 이상의 갈등 국면은 공멸을 낳는다는 인식에 23일 오전부터 양측은 추가 대응을 자제하며 봉합 모드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극적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다만 언론을 통해 갈등설이 불거진 지 불과 이틀 만에 이 같은 화해 모습을 연출하면서 사태 초반부터 일각에서 제기돼 온 이른바 ‘약속대련설’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 여사 리스크를 둘러싸고 당내 출구전략이 꽉 막힌 상황에서 당정 간 극적인 갈등 봉합에 따른 반전을 노리며 처음부터 짜고 쳤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대표적인 인물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다. 이 대표는 전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내게 ‘이관섭 비서실장을 (한 위원장에게) 보낸 건 약속대련’이라고 이야기하더라”라고 전하며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된다”며 “굳이 이 실장을 보내 ‘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만남으로 사퇴설을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갈등설을 촉발한 쟁점들은 그대로 살아 있다. 여전히 당 안팎에선 명품백 의혹 등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 여부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쟁점들이 어떻게 해소될지 여부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중 권력의 무게추가 어디로 쏠려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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