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금 갔던 ‘20년 지기’ 尹대통령-한동훈, 갈등 봉합 수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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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일정 조정해 尹대통령과 서천 화재 현장 함께 점검
尹대통령-한동훈 1:1 대화 나설까…친윤 “갈등 수습할 것”

이른바 ‘사천(私薦) 논란’을 계기로 ‘갈등설’에 휘말렸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가 다시금 회복될 조짐이다. 윤 대통령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 시장 화재 현장을 한 위원장과 같이 점검하면서다. 한때 ‘포스트 한동훈 체제’까지 언급하며 한 위원장을 저격했던 친윤석열(친윤)계도 총부리를 거두고 다시금 ‘원팀’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총선을 78일 앞두고 당정 갈등이 발생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대통령실과 당 모두 ‘확전’을 피해가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등설’ 후 화재 현장에서 만난 尹-韓

윤 대통령은 23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방문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으나,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 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과 비슷한 시간대에 현장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을 만난 한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띠며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 어깨를 한 번 ‘툭’ 친 뒤 같이 화재 현장을 둘러봤다.

이날 취재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원래 예정된 일정을 조정해 윤 대통령을 직접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역시 한 위원장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한 채 화재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이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화해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최근 대통령실과 여당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가능성에 따른 사천 논란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직접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尹대통령-한동훈 대화 여부 주목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깜짝 대면’한 가운데, 앞서 한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친윤계 의원들도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이날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철회했다. 이 의원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장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21일 당 소속 의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김건희 여사 ‘고가 가방’ 의혹에 대해 사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과 ‘윤석열 대통령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에 실망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을 담은 한 언론의 기사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최근 갈등 양상과 관련해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이 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소통하는 과정에 조금씩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절정에 달했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총선이 코앞인데 ‘원팀’이 찢어지면 무조건 필패”라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도 같은 인식일 것이다. 인간적인 서운함이 대의를 앞설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별도 회동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양측에서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회동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리인’이 아닌 윤 대통령이 직접 한 위원장을 만나 오해를 풀어야한다는 인식에서다.

다만 갈등이 일순간에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사천 논란 외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책을 두고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 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면서다. ‘선민후사’를 밝힌 한 위원장과 최근 당의 공천 상황을 ‘부정입찰’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갈등을 풀고 ‘원팀’으로 총선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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