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피했지만…尹대통령-한동훈 화해 바라보는 두 시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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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화재 현장서 尹 재회 후 “깊은 신뢰” 강조…갈등 봉합 수순
與의견 분분…“총선 앞 원팀 회복” vs “김경율 거취 등 뇌관 여전”

이른바 ‘사천(私薦) 논란’을 계기로 갈등설에 휘말렸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가 다시금 회복될 조짐이다. 23일 충남 서천 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현장을 같이 점검한 데 이어, 한 위원장이 직접 윤 대통령에 대한 ‘불변의 신뢰’ 입장을 밝히면서다. 다만 김경율 비대위원의 공천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등을 둘러싼 당정 간 미묘한 입장차가 여전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등 엿새만 손 맞잡은 尹-韓

윤 대통령은 23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방문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으나,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기로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계획된 일정을 직접 조정해 윤 대통령과 비슷한 시간대에 현장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을 만난 한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띠며 윤 대통령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한 번 ‘툭’ 친 뒤 악수를 나눴고, 이후 같이 화재 현장을 둘러봤다.

한 위원장은 이후 대통령 전용 열차에 동승해 귀경했다. 윤 대통령이 먼저 한 위원장에게 동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갈등은 봉합됐다고 보면 되는 건가‘라는 질문에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니 그런 말(갈등)을 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 4월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에 관한 질의에는 “그런 말보다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이날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화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의 갈등설이 불거졌고, 실제 한 위원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사회자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사회자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율‧김건희 두고 논란 ‘불씨’ 여전?

절정에 달했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가면서 한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친윤계 의원들도 일제히 총부리를 거두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이날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철회했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당 소속 의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에 실망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을 담은 한 언론의 기사 링크를 공유한 바 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총선이 코앞인데 ‘원팀’이 찢어지면 필패”라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도 같은 인식일 것이다. 인간적인 서운함이 대의를 앞설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을 계기로 갈등이 일순간에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사천 논란과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책을 두고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 당내 의원들 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면서다. 특히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빗댄 김 위원의 발언을 두고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후문이 파다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김 위원 거취 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비대위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퇴 요구에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봉합과 별개로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 여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이 “명백한 당무 개입이고 정치 중립 위반”이라며 법적 검토를 언급한 바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사천 논란은 한 위원장의 잘못이 일부 맞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그것은 당의 일이지 대통령실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윤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워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이라면 이는 적나라한 당무 개입이자 총선 개입이 되는 것으로, 민주당이 총선 내내 문제를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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