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말라”…판사가 ‘180억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건넨 위로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4.01.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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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가해 50대女엔 ‘징역 15년’ 선고…檢 구형량보다 높아
“사죄는 법원에 구하는 것 아냐…불리한 정상 너무나 현저”
법원 로고. ©연합뉴스
법원 로고 ©연합뉴스

부산에서 사회 초년생 등 약 200명을 상대로 180억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벌인 5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1단독(박주영 판사)은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인 징역 13년보다 높은 중형이다.

공소사실을 종합하면, A씨는 2020년경부터 작년 1월까지 다수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며 담보 채무 현황 및 실제 임대차 현황 등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보증금 반환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뒤 전세금을 미반환 했다. 본인 자본은 거의 없이 부동산을 사들이는 일명 ‘무자본 갭투자’ 수법이었다. 결과적으로 총 229명의 피해자가 180억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A씨는 ‘다른 부동산이 있어 변제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유보된 약속은 또 다른 기망일 뿐”이라면서 “A씨는 공판 과정 내내 사죄하고 반성한다고 말했으나 피해자들이 항상 지적하듯, 사죄와 용서는 법원에 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탄했다.

재판부는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법정에 이르러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점, A씨의 원룸 임대 사업의 경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처음부터 불법성을 갖고 시작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다만 유리한 정상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A씨가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과 그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해악, 회복되고 있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감안하면 불리한 정상이 너무나 현저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판사는 이날 법정을 찾아온 피해자들에겐 따듯한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박 판사는 피해자들에게 “절대로 자신을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아달라”면서 “기록과 탄원서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 흔히 마주치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이라고 짚었다.

이어 박 판사는 “이 사건이 남긴 상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여러분의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선 이 시련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욱더 빛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부디 마음과 몸을 잘 챙기고 스스로를 아끼고 또 아껴서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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