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조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8 09:05
  • 호수 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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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미모에 폭발적 장타 지녀 향후 여자골프 이끌어갈 기대주로 각광
2년 전 ‘오구 논란’ 이어 이젠 ‘징계 감면 논란’ 이어져

윤이나(21)는 누가 뭐라 해도 현재 한국 여자골프에서 가장 ‘화제를 낳는 인물’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2022년, 화려한 미모에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일찌감치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시즌을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첫 승까지 따냈다.

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자신이 치지 않은 공으로 플레이한 사실을 뒤늦게 자진 신고하면서 3년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활동을 중단한 동안에도 윤이나의 일거수일투족은 매번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그런 윤이나가 2년 만에 돌아온다. 1월8일 KLPGA가 이사회를 통해 윤이나의 징계를 1년6개월로 감면하면서 오는 4월 시작되는 2024 시즌 KLPGA투어 국내대회부터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윤이나의 조기 복귀를 두고 골프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대회에 참가해 오구 플레이를 한 윤이나가 2022년 9월20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사무국에서 열린 상벌분과위원회에 출석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세대 스타’, 한순간의 유혹에 무너져

윤이나는 2022년 KLPGA투어에서 가장 빛나는 스타였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장타를 구사하는 19세 루키의 등장에 골프팬들은 열광했다. 같은 해 7월,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에서 그해 루키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실력까지 검증받았다. 윤이나는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며 스타 기근으로 고민하던 KLPGA투어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그가 추락하는 데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그해 7월25일, 대한골프협회(KGA)는 “윤이나가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도중 오구 플레이를 한 사실을 한 달여가 흐른 7월15일 협회에 이메일로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오구(誤球) 플레이란 필드에서 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을 치는 것을 의미한다.

내막은 이랬다. 윤이나는 그해 6월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홀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렸다. 러프에서 공을 찾아 플레이를 이어갔고 대회도 마쳤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나서야 당시 두 번째 샷부터 자신의 공이 아닌 것으로 플레이했다고 자진 신고했다. 한국여자오픈 주최사인 KGA는 윤이나에게 3년 출전금지 징계를 내렸다. KGA는 윤이나가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31조 제2항 위반행위별 징계 기준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골프인 품위를 훼손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봤다. 이어 한 달 후 KLPGA도 3년간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했다. 윤이나는 2025년 9월까지 KLPGA가 주관 또는 주최하는 모든 대회(투어·시드전·선발전)에 나올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사실상 국내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이 막혔다.

오구 플레이는 라운드 당일 바로 자진 신고했다면 실격 정도로 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윤이나는 한 달이나 묵힌 후에야 신고에 나서 3년간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스스로 초래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9월이다. KGA는 돌연 윤이나의 출전금지 기간을 1년6개월로 경감한다고 발표했다. 윤이나를 구제해 달라는 탄원 5000여 건이 접수됐고,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 1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전액 기부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KGA의 징계 경감으로 윤이나는 2024년부터 KGA가 주최하는 한국여자오픈 대회에는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회복했다.

하지만 그건 30개 넘는(2023년까지는 32개 대회였으나, 올해는 30개 대회) KLPGA투어 가운데 단 하나의 대회일 뿐이다. 자연스레 시선은 KLPGA로 쏠렸다. 프로골퍼들의 주무대는 KLPGA투어이기 때문이다. 윤이나 측은 지난해 10월 KLPGA에 재심을 신청했다.

구제가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규투어에서 오구 플레이로 인한 징계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골프는 프로 스포츠 가운데 유일하게 심판이 없는 종목이다. 그만큼 선수 스스로 룰을 지키고 정직해야 할 의무가 강하게 지워진 스포츠인 셈이다. 윤이나의 오구 플레이는 골프의 근본을 뒤흔든 반칙이었던 만큼, 징계를 경감할 충분한 명분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KLPGA는 첫 논의에서 윤이나의 처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달 만에 다시 열린 이사회에서 KLPGA는 긴 토론 끝에 윤이나에 대한 징계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스폰서, 골프 관계자와 팬 등 전체 회원의 입장을 고려하고, 윤이나가 징계 기간에 자숙의 시간을 가지면서 봉사와 기부한 사실을 경감 사유로 들었다. 앞서 KGA가 윤이나에 대한 징계를 감면한 것 역시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

2022년 7월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윤이나는 2024년까지 정규투어 시드를 갖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징계가 끝나는 3월20일부터 대회 출전이 가능해졌다. 오는 4월 시작되는 KLPGA투어 국내대회에는 모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아이언샷을 하는 윤이나 ⓒKLPGA 제공
아이언샷을 하는 윤이나 ⓒKLPGA 제공

오는 4월 국내 개막전에 복귀할 가능성 커

윤이나의 조기 복귀가 확정되었지만 그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KGA의 전격적인 징계 감면 결정도 갑작스러웠지만, KLPGA의 이번 결정 역시 의외라는 분위기가 많다. 일반인이 많은 KGA 이사회와 달리 KLPGA 이사회는 대다수가 선수 출신이다. 때문에 룰 위반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그럼에도 KLPGA는 오구 플레이라는 중대한 위반을 저지른 윤이나에 대해 전격적으로 구제를 결정했다.

19세 어린 선수의 실수에 대해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그의 징계를 감면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여자골프 선수의 전성기는 20대 초반이다. 20대 중반만 돼도 ‘살짝 꺾인다’는 분위기가 강한 한국에서, 19세에 한 번의 잘못으로 전성기에 활동할 기회를 모두 박탈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이 먹힌 것이다.

하지만 골프계 안팎에서 보는 실제 속사정은 KLPGA가 윤이나라는 흥행 카드를 놓치기 아쉬웠으리라는 것이다. 한 프로골프구단 관계자는 “화려한 외모에 장타를 구사하는 윤이나는 존재 자체로 KLPGA투어의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스타”라며 “복귀 자체로도 국내투어에 대한 관심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카드”라고 설명했다.

반면 KLPGA의 이번 결정이 한국 프로골프에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 프로 데뷔의 꿈을 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골프 꿈나무, 주니어 선수들에게 안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골프에서의 룰 위반, 그리고 이를 고의적으로 숨기는 행위에 대해 해외에서는 한층 더 강도 높게 처벌한다.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오구 플레이 등 부정행위 후 이를 숨긴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을 내린다.

올 시즌부터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윤이나 측은 복귀 일정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윤이나 측 관계자는 “아직 징계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은 자숙에 전념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징계 감면에 대해 아직 부정적인 여론이 뚜렷하고, KLPGA투어 동료 선수들 역시 이번 결정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한 상황에서 섣불리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계에서는 4월4일 제주 테디밸리CC에서 열리는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위브챔피언십이 윤이나의 복귀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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