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MAGA, 한국 없이 실현 불가능 [권상집의 논전(論戰)]
  •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0 10:05
  • 호수 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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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몰고 올 불확실성 전 세계가 경계…위축되기보다 위기관리 역량 집중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미국 대선에 많은 이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국 대통령이 곧 세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은 전 세계의 정치경제, 사회문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실세는 AI와 검색으로 정보를 컨트롤하는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란 말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피부로 느끼는 No.1 실세는 미국 대통령이다. 차기 No.1은 그럼 누가 될까? 변함없이 바이든 아니면 트럼프라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 2기 출범에 관해 국내외 언론 그리고 모든 국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가치와 철학이 없는 지도자가 몰고 올 불확실성이다. 그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합리적인 추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그럼에도 트럼프 2기의 확실한 방향성인 ‘미국 중심의 정책 추진’은 정치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까지 먹구름을 드리운 부정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하락한 코스피 전광판 ⓒAP연합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하락한 코스피 전광판 ⓒAP연합

트럼프 재집권이 불러올 충격과 공포

트럼프 1기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정치 혐오라는 포퓰리즘을 내세워 혐오정치를 극대화하며 달렸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입만 열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지만, 그와 함께한 측근들은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기간에 보여준 미숙한 의사결정을 꾸준히 폭로했다. 그와 함께한 언론비서관 마크 로터, 국방부 장관 짐 매티스, 국무부 장관 폼페이오는 매 순간 그를 보며 경악했다. 트럼프 2기를 많은 이가 ‘충격’과 ‘공포’로 읽는 이유다.

일단, 트럼프가 2기 집권을 시작하면 우리에게 미칠 중요한 안건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현재는 1조원이지만 그는 5배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는 분명히 주한미군의 방위비 이슈를 다시 꺼낼 것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인상이 MAGA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무역전쟁이 심화될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손해 보는 것을 트럼프는 이해하지 못한다. 경제학원론 교과서만 읽어봐도 장기적으로 미국이 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음에도 그는 단기적인 손해를 인내하지 못한다. 트럼프는 2기가 출범하면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고 그를 맹종하는 지지자는 열광했다. 현재의 관세 비율을 3배 이상 인상하겠다는 의지다.

셋째,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이른바 친환경 정책의 백지화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정책은 미국에 70조원 넘게 투자한 국내 기업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그가 친환경 정책을 백지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생에너지 개발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으로 인해 불필요한 지출이 많다는 것이다. 그의 눈은 늘 장기보다 단기에 집중한다.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했던 트럼프 1기의 정책도 이해타산의 관점에서 보면 간단하다. 기후변화는 눈에 드러나는 이슈도 아닐뿐더러 비용도 많이 든다. 청정에너지 투자를 최소화하고 전기차 생산 확대를 최소화하고 화석연료를 오히려 늘리겠다는 트럼프의 논리. 장기적 관점에서 다가올 미래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단기적 관점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트럼프는 기업가라기보단 장사꾼에 가깝다.

트럼프는 이 거친 생각을 건설적인 확실로 믿고 있지만 그를 제외한 다수는 이를 불확실로 읽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트럼프 2기의 집권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닥쳐올 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위기관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1기에는 좌충우돌하는 그를 통제했던 베테랑 관료와 합리적인 보수 정치인이 존재했지만, 트럼프가 2기 집권을 시작할 경우 자신을 견제한 이들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단,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시설 등 바이든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투자를 진행한 국내 기업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반전기차, 반친환경에너지, 친화석연료를 선호한다.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는 형국이다. 다만, 국내 기업 역시 안테나를 선제 가동하고 대비해 왔기에 그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가능성은 없다.

막강한 글로벌 기업보다 극심한 외부환경 변화에 노출되고 쉽게 타격을 받아온 건 국내 기업들이다. 그 결과, 우리는 미국 기업보다 지난 20년간 위기관리를 수없이 경험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트럼프 1기, 2020년 코로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악재를 거듭하며 국내 기업도 다양한 위기관리 역량을 축적했다. 이를 토대로 안전핀을 조용히 세워두며 대비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

중소·중견기업 대응 방안도 세심히 살펴야

예컨대 트럼프 2기가 IRA를 뒤집는 걸 차단하기 위해 신규 투자 대부분은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트럼프가 이를 뒤집으면 그가 극도로 싫어하는 추가 비용 지출과 일자리 감소가 나타난다. 현재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배전반’ 산업은 국내 주력산업이기에 타격이 예상되나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가 일자리와 미국의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트럼프 2기에 영향을 미칠 인사가 누구인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소통의 파이프라인을 꿰뚫어 트럼프의 이해타산 관점에서 그를 설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IRA 이후 신규 투자 중 80%가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해당 지역 인사와의 네트워크 강화 역시 필요하다. 물론, IRA 폐기는 의회에서 진행되기에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세심히 제공해야 한다. 대기업은 안전핀을 여러 곳에 세우는 등 위기관리 전략을 수립해 왔지만 중소·중견기업 등 허리가 무너지면 국가경쟁력은 순식간에 휘청인다. 다만, 대한민국의 영향력도 강해진 만큼 우리 없이 그의 MAGA 역시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위축될 필요는 없다. 가치와 철학을 중시하는 정치인보다 돈밖에 모르는 장사꾼이 상대하기 쉬운 법이다.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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