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157분 오찬회동…갈등 봉합일까, 서막일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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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현장 동행 엿새만에 오찬…당정협력 방안 논의
與의견 분분…“원팀 회복” vs “공천 등 뇌관 여전”

이른바 ‘사천(私薦) 논란’을 계기로 갈등설에 휘말렸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가 다시금 회복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격 회동했다. 지난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방문하며 손을 잡은 이후 엿새 만이다. 여당 지도부는 이를 계기로 당정관계가 보다 견고해졌다고 평가한다. 다만 일각에선 공천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등을 둘러싼 당정 간 미묘한 입장차가 여전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주한 尹-韓, ‘김 여사’ 대신 ‘민생’ 논의

‘한동훈 비대위’ 출범 한 달째인 이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직접 관사로 불러 오찬과 차담을 함께 했다. 한 위원장이 취임 후 윤 대통령과 식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도 함께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긴 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오찬과 차담을 합해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2시간37분이었다.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한 뒤 윤 대통령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37분간 차담을 나눴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창문 밖에 보이는 용산어린이정원, 드래곤힐 호텔, 분수 등 대통령실 주변 경관을 손으로 가리키며 한 위원장에게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날 테이블에 오른 화두에 집중됐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등의 고리로 지목된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사천 논란’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 대응을 두고 얘기를 나눴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오로지 민생과 관련된 얘기만 나눴다는 게 동석한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찬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한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며 “주택문제, 철도 지화화를 비롯한 교통문제 등 민생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잇따른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고, 대통령은 신속하게 조치를 하도록 관계 부처에 설명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해서 논의가 이뤄졌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오늘은 민생 문제만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의 언론 간담회 등에 대한 질문에도 “민생문제만 얘기해서 이런 쪽의 이야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어 “당정관계도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민생 문제를 위해서 당정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 비슷한 이야기들”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 불씨 여전? 계속되는 ‘사천 논란’

절정에 달했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가면서 한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친윤계 의원들도 일제히 총부리를 거두는 모습이다. 이용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오찬 회동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 비대위는 봉합됐다. 조금의 소통 문제, 오해의 문제였지 대통령과 한 위원장 신뢰는 여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후보의 수행실장을 지낸 친윤 인사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있기 전,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의원들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총선이 코앞인데 ‘원팀’이 찢어지면 필패”라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도 같은 인식일 것이다. 인간적인 서운함이 대의를 앞설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을 계기로 갈등이 일순간에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비대위, 당내 의원들 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김경율 비대위원의 공천 문제로 촉발된 사천 논란이 또 다시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이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띄우자, 이 지역 출마를 밝힌 여당의 권오현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공개 반발, 사천 논란이 거듭 제기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봉합과 별개로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 여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이 “명백한 당무 개입이고 정치 중립 위반”이라며 윤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사천 논란을 촉발한 것은 한 위원장의 잘못이 일부 맞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의 일이지 대통령실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워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이 사실이었다면 이는 적나라한 당무 개입이자 총선 개입이 되는 것으로, 민주당이 총선 내내 문제를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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