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이낙연-이준석…‘신당 연대’ 장애물 세 가지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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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조’ ‘정치 스타일’ ‘지지 기반’ 극과 극…주도권 신경전까지
“정반대 이미지가 ‘환상 조합’ 될 수도” vs “이미 ‘마이웨이’ 의지 피력”
이낙연 개혁미래당 대표(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이낙연 개혁미래당 대표(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총선 핵심 변수로 꼽히는 ‘이낙연-이준석’ 신당의 연대가 시작도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이견을 조율하겠다며 띄운 ‘비전대화 협의체’ 회의가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총선 주요 공약을 두고 양당 인사들 간 신경전까지 전개되면서다. 아직 양측 모두 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다만 ‘낙준 연대’의 성사가능성과 별개로 성공가능성을 두고 정치권 의견이 분분하다. 양당의 ‘정치 이념’ ‘리더십 성향’ ‘핵심 지지 기반’이 상반된 탓에, 둘의 결합이 큰 시너지를 부를 것이란 전망과 지지율에 되레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시각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소통 없어”…대화 협의체 일정도 ‘올스톱’

설 연휴 전후로 연대를 시사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은 최근 돌연 ‘거리두기’를 하는 분위기다. 도화선은 ‘당명’이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로 꾸려진 미래대연합과 세력을 합치는 과정에서 꺼내든 ‘개혁미래당’ 당명을 두고, 이준석 대표가 “무임승차는 곤란하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나아가 이준석 대표는 1월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혁미래당과 공적 소통은 없는 단계”라며 연대에 선을 그었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위원장의 새로운미래 등이 합의한 ‘비전대화’ 협의체의 첫 회의 일정도 예정일보다 두 차례나 연기된 후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당초 비전대화 협의체는 개혁신당·새로운미래·미래대연합 등 제3지대 세력들이 공통의 정체성을 확보해 합당·연대로 나아가기 위한 기구로 출범됐다. 정치적 가치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상태에선 합당해도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양측은 협의체 운영 방식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개혁미래당(가칭) 측에선 비전대화를 기존처럼 3자 간 대화 형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개혁신당 측에선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이 합당한 만큼, 양자 간 협의로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해당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공식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1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br>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1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式 ‘거침없는’ 행보, 이낙연 측은 “리스크 우려”

양측의 갈등이 연대를 염두에 둔 ‘조율 과정’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연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약속 대련’으로, 결국 제3지대의 생존을 위해 ‘빅텐트’가 꾸려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그러나 연대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선 양측의 연대를 막는 ‘세 가지 장애물’이 꼽힌다.

첫 번째는 ‘정책 기조’다. 두 세력은 진영 뿌리가 아예 다른 만큼, 연대의 핵심 열쇠는 ‘개혁 정책’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의 정책 노선마저 엇갈릴 경우 연대는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해당 리스크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노인 무임승차 폐지’와 ‘여성 병역제도 도입’을 두고 개혁미래당 측에서 의구심을 표하면서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없애는 대신, 대상자들에게 연간 12만원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지난 1월18일 발표했다. 이어 경찰·소방관이 되려는 여성은 군 복무를 해야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약도 1월29일 연이어 발표했다.

이 같은 파격 공약들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개혁미래당에서도 “선을 넘었다”며 각종 우려가 쏟아졌다. 한 개혁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인 무임승차는 노인 활동을 촉진시키는 사회적 서비스의 일종인데, 대안도 없이 폐지하는 것은 우려가 있다”며 “신성한 문제인 병역을 공무원 지원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개혁신당 측에서도 비전대화의 주제를 당초 예정된 ‘정치개혁’ 대신 해당 정책들에 대한 토론으로 바꾸자며 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의 입장 간극이 워낙 커 원만한 정책 이견 조율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연대의 두 번째 방해 요인은 양당의 ‘상반된 리더십 스타일’이다. 양당 지도부의 프로필을 보면 평균 연령층부터 정치 이력은 물론, 그동안 보여 온 주요 행보가 극과 극이다. 관련해 천하람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지난 1월5일 시사저널과 만나 “우리는 몽골 기병처럼 빠르게 움직이지만 이낙연 위원장은 엄중하고 진지하게 움직인다. 오히려 이런 일 처리 속도와 스타일의 차이가 연대에 실질적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개혁미래당 일각에서도 이준석 대표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반감’이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만나 “특정 계층을 배척하면서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며 “특히 언론과 국민을 게임 다루듯 하면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이 대표의 전략이 신선하고 여론몰이도 효과적인 만큼 2030 계층에서 좋아할 수는 있지만, 정책 개발이나 언행에 있어 신중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핵심적 ‘지역 기반’과 ‘지지층’이 상반된 점도 연대 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분류된다. 각각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두 정치인의 지지 기반은 ‘영남과 수도권 기반의 이준석‘, ‘호남 기반의 이낙연’으로 갈린다. 핵심 지지 연령층도 다르다. 전 세대의 통합을 강조하는 이낙연 위원장에 비해 이준석 대표는 20대 남성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 만큼 지도부가 물리적 연대를 하더라도 지지자들이 오히려 반감을 가져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제3지대에서 활동하는 한 전문가도 통화에서 “양당의 지지기반이 워낙 다른 만큼, 통합을 해도 지지자들이 상대 정당에 지지를 보내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역 갈등 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합쳤을 때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연대 전망도 분분…“이준석은 이미 ‘느슨한 연대’ 결심”

양측의 갈등에도 제3지대에선 ‘빅텐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이른바 친윤석열, 친이재명으로 대표되는 거대 양당의 주류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집합이 더 크다는 분석에서다. 또 이준석·이낙연의 이미지가 대비될수록 연대의 시너지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3지대에서 신당 연대 교섭 역할을 하고 있는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1월17일 시사저널과 만나 “잘 합쳐놓으면 ‘상생과 포용’이라는 시대정신이 잘 구현될 수 있다고 본다. 정치인 이준석은 전략가이면서 정책 디테일에 강하다. 그에게 부족한 면은 또 품위와 배려에 일가견이 있는 정치인 이낙연이 포용해줄 수 있다”며 “얼핏 보면 ‘극과 극’처럼 보이지만, 둘을 잘 조합하면 환상의 조합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느슨한 연대’를 결심하거나, 합당 없는 ‘마이웨이’ 의지를 보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월30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위원장과) 같이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합당이 아니라 선거 연합만 하자는 것”이라며 “‘비례에서 의석이 나올 건데, 이걸 내가 왜 (이낙연 측과) 나눠먹어야 하냐’는 것이 이준석 대표의 생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 공약들을 통해 합의될 수 없는 것들을 막 선뵈는 것도 결국 혼자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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