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선거제 결정도 ‘당심’에 미루나…“또 개딸 동원”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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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원 투표’ 준비 돌입…반복되는 ‘책임 떠넘기기’ 논란
“천벌 받을 짓” “국민 심판”…친명계서도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4·10 총선 후보 공천 면접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4·10 총선 후보 공천 면접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결정하기 위해 전(全)당원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 사이에서 당이 절반으로 팽팽히 갈리자, 결국 당원의 뜻을 물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재명 대표가 기존 공약을 뒤집고 병립형을 택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책임을 당원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선거제 결정을 위해 전당원 투표를 위한 실무 준비에 나섰다. 투표의 선택지 문구 등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여러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투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의 공식적인 논의와 의결을 거치게 된다.

앞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전당원 투표를 먼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내선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병립형 회귀를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내에선 지도부가 먼저 결정을 내리고 그 안을 당원들에게 추인 받는 절차가 적절하다며, 전당원투표 먼저 꺼내드는 데 대해 부정적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친(親)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도 “지도부의 방향이 있다면 그것으로 의원을 설득하고, 이어 당원을 설득하는 절차로 가는 게 맞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발언해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싣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당내 상당수가 반발하면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당 소속 의원 80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를 향해 연동형 유지 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 의원의 절반에 이르는 숫자로, 당 지도부와 친명계 일부도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의 지나치게 긴 침묵이 더욱 부담스러운 결단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성정당’ ‘당헌‧당규 번복’ 때도 활용한 ‘전당원투표’

당내에선 이 대표의 결단만 남은 이 순간에 ‘전당원투표’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직접 약속한 ‘연동형 사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부랴부랴 당심을 명분으로 부담을 분산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당 밖에선 이 대표가 또 다시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기대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와의 갈등 속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미래당(가칭)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은 이원욱 의원은 1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전당원투표 추진을 두고 “개딸들을 동원해서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찾아보겠다는 것”이라며 “약속을 어기는 선거에 대해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국민들은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하여튼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투표로 한다”고 비판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원래 히틀러가 ‘국민만 보고 간다’고 그랬다. 독재가 항상 하는 소리가 국민만 보고 간다는 것이며, 대의제를 무시하고 당원 투표를 한다”며 “민주당도 (그동안) 못된 짓은 다 당원 투표로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도 또 (약속을) 뒤집으면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 말을 누가 믿겠나”라고 꼬집었다.

유 전 사무총장이 언급한 민주당의 ‘못된 짓’은 과거 결정적 순간에 전당원 투표를 실시했던 사례들을 일컫는다. 민주당은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비례 위성 정당을 창당할 당시 전당원투표를 실시했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을 두고 “민주주의 파괴”라고 비판하다가, 총선에서 불리해질 위기에 놓이자 전당원투표로 동의를 얻어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만든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은 지난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뒤집고, 전당원투표를 실시해 결국 후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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