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조원’ 투자서 제외됐던 배터리, ‘JY 관심리스트’에 다시 오르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3 19: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심 무죄 받고 달려간 첫 현장 경영 행선지
투자 계획서 소외됐던 배터리에 힘 실릴 듯
2025년 전기차 성장 맞춰 대규모 투자 불가피

삼성그룹의 배터리 사업 투자에 활기를 띌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설 연휴 기간 말레이시아 삼성SDI 생산 공장을 찾은 탓이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고 나선 첫 현장 경영지로 배터리 공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배터리 사업은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서 제외돼왔고,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이 4.6%로 7위에 그치는 등 ‘삼성’이란 명성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이 회장의 방문으로 배터리 사업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용 회장이 첫 해외 출장지로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2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현황을 보고받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회장이 첫 해외 출장지로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2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현황을 보고받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수년째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 방문을 통해 현장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는 △이스라엘(삼성전자 R&D센터) △이집트(삼성전자 TV·태블릿 공장) △사우디아라비아(삼성물산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현장), 2022년 추석에는 △멕시코(삼성전자 가전 공장·삼성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건설현장) △파나마(삼성전자 판매법인) 현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이 회장의 해외 현장경영은 특별한 행보는 아니다. 하지만 재계에선 그 시점과 사업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지난 5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고 찾은 첫 현장 경영이란 점이다. 지난 8일 검찰이 2심 판단을 받겠다며 항소했지만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사법적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낸 상태에서 이뤄진 방문인 셈이다.

재계는 이에 더해 배터리 공장을 찾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240조원, 450조원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AI, 6G 등의 선제 투자를 발표하면서도 배터리 사업은 연이어 투자 목록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삼성그룹이 배터리 사업에 대해 육성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대규모 투자와 증설을 거듭하는 배터리 경쟁 업체에 비해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도 ‘삼성’이란 명성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4.6%로 7위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첫 해외 출장지로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첫 해외 출장지로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이재용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 앞두고 대규모 투자 이뤄지나

그러나 재계에선 이 회장이 꾸준히 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22년 유럽출장에서 삼성SDI 헝가리 공장을 방문하고 복심이라 불리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동행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가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SDI 내부에서도 투자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박종선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2025년 이후 본격적인 전기차 성장 시기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규 거점 캐파 증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기존 라인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박 부사장이 언급한 2025년엔 유럽의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가 예정돼 있어 전기차 수요가 한층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샘플 생산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로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화재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배터리 사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에서 빠지면서 업계에서도 의아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2차전지 산업은 여전히 성장성이 큰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이번 사업장 방문으로 배터리 사업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라며 “관건은 투자 시점과 유럽, 미국 등 장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