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發 ‘운동권 청산’ 프레임, 중도 민심도 관통할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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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운동권 청산’-민주 ‘검찰 독재 청산’ 두고 거친 설전
지지층 결집‧이슈몰이 성공…‘총선 시대정신’으로 한계 지적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여의도 당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여의도 당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총선 ‘시대정신’으로 내세운 이른바 ‘86운동권 청산’을 두고 여야가 연일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겨냥하는 한 위원장의 발언 수위도 날로 세지고 있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함으로 풀이되지만, 캐스팅보터인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끌어오는 면에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은 13일 오전 출근길 문답에서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그분들(독립운동가)이 돈봉투 돌리고, 재벌한테 뒷돈 받고, 룸살롱 가서 여성 동료에게 쌍욕 했나”라고 직격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5·18 전야제 당시 광주 ‘새천년 NHK’ 룸살롱에 갔다가 이를 지적한 동료 여성 정치인에게 욕을 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 등을 가리킨 것이다.

이에 홍 원내대표도 “룸살롱과 특수활동비, 쌍욕이 기준이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정치권 청산 1순위”라고 맞받아치며 설전을 이어갔다. 앞서 이재명 대표 역시 한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이 총선 시대정신’이라는 발언을 받아 “사실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이 매일 내세우고 있는 ‘운동권 청산론’이 총선 전략으로서 적합한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실제 우상호 등 민주당 운동권 출신 정치인 당사자들을 겨냥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총선 전 대야 이슈 몰이에도 성공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지지층 사이 한 위원장의 인기와 리더십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젠 집토끼보다 산토끼 끌어들일 전략 앞세워야”

다만 이것이 정작 총선에서 승패를 가를 캐스팅보터 ‘중‧수‧청’에는 그리 어필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다소 올드하고 중요치 않은 문제로 인식될 수 있는 데다, 여당이 지나치게 ‘네거티브’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운동권 출신들을 향한 한 위원장의 사이다 발언이 지지자들 사이에선 반응이 좋다. 하지만 ‘중‧수‧청’ 사이에선 ‘이게 내 먹고사는 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는데?’라며 선뜻 와 닿지 않는 구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한 위원장이 국민 여론이 강한 ‘정권 심판론’을 희석하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권 심판’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란 주장도 하고 있다.

실제 여야가 ‘운동권 청산’ 대 ‘검찰 독재 청산’ 프레임으로 맞붙은 이후 나온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운동권 청산’에 대한 공감대가 열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동훈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공감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39%로 집계됐다. 반면 ‘이재명 대표가 ’검사 독재 청산‘이라고 반박한 데에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해 ‘공감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47%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의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중‧수‧청’ 사이에서 ‘운동권 청산’에 대한 공감도는 대부분 전체 응답률 39%를 밑돌았다. ‘서울 응답자’(공감 48%)를 제외하고는 ‘경기‧인천’(공감 37%), ‘중도층’(공감 36%), 20대(공감 30%)‧30대(공감 33%)로 낮게 나타났다.

일각에선 ‘운동권 청산론’이 민주당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전략 차원이란 면에서도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민주당의 수장 이재명 대표부터 운동권과 거리가 있는 인물인 데다, 그동안 한 위원장과 가장 대립각을 세워 온 ‘처럼회’ 등 민주당 신(新)주류 또한 운동권에서 대부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도 한 위원장이 보다 전연령대‧전지역에 소구력이 있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앞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총선이 이제 두 달도 안 남은 만큼, 좀 더 민생 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몰두해야 한다”며 “운동권 청산으로 결집할 지지층은 다 결집한 상태다. 이제 바깥의 산토끼들을 끌어들이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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