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컷오프 통보’ 초읽기…野후보 “떨어질라” 전전긍긍
공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여야 내 미묘한 김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모습이다. 이 대표가 최근 직접 당내 전·현직 의원들을 접촉해 불출마 등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권 후보들은 이 대표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압박’이 자신을 향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 대한 통보를 준비하고 있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은 경선 득표수의 20%, 최하위 10%는 30%가 감산된다. 이 때문에 최하위 10% 대상자는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로 평가된다.
당이 컷오프를 예고하면서 22대 총선 출마를 노리는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돈다. 앞서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친명(친이재명) 세력이 ‘자객 공천’ 등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에 ‘어느 지역’의 ‘누가’ 컷오프되느냐에 따라 당내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 대표가 직접 현역 3선인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갑)을 비롯해 5선 출신의 이종걸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험지 출마를 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대표는 직접 회동을 요청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후보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확한 통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총선 승리’ ‘대의’를 위해 몇 몇 후보자들에게 지역구 조정 및 불출마 등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심 끝에 이 대표의 의중을 따르겠다는 후보자도 나왔다. 인재근 의원은 이 대표와 면담 후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 의원의 지역구인 도봉갑에는 민주당 총선 인재 영입 10호인 김남근 변호사와 이동진 전 도봉구청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당사자의 거친 반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공천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 불출마 등을 압박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문학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선의 농간에 흔들리는 당”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재명 ‘친위부대’를 꽂으려다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두고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하고 있다”며 “당이 지금이라도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경기 광주을에 공천을 신청한 문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적합도 조사 결과를 전하며 총선 불출마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문 전 의원이 해당 조사에서 1위 후보 보다 20% 이상 뒤진 것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당대표가 직접 불출마를 권유하면 후보자로서는 마땅히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분란이 일기 전 교통정리를 한다는 의미겠으나 (이 대표의) 전화를 받으면 무언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자들의 반발에도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당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결과 통합을 통해서 민주당 역량을 하나로 묶겠다”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리 안의 과거를 극복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서 양보해야 한다”며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드리는 총선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