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반복되는 총선 앞 ‘대통령 선거개입’ 논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5 15: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 尹 ‘민심청취 광폭행보’에 “선거개입‘ 강력 반발
총선마다 ‘공수 교대’…盧-MB-朴-文도 선거개입 논란 휘말려

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각 지역을 돌며 정부 성과를 강조하고, 민심을 청취하는 게 ‘선거개입’에 해당한단 주장이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크고 작은 선거마다 반복되어온 ‘대통령 선거개입’ 논란이 회자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 앞서 '스마트 시뮬레이션센터'를 방문, 전공의들의 외과 수술 실습을 참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월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 앞서 '스마트 시뮬레이션센터'를 방문, 전공의들의 외과 수술 실습을 참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 尹 ‘격전지’ 방문에 “관권선거”

민주당은 15일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격전지를 방문하고 있다며, 이는 ‘관건 선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13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경부선 지하화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질문을 피해서 기자회견도 열지 못하면서 불법적인 선거운동으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게 공무원들이고, 대통령도 법적 구속을 받는 사람”이라며 “이런 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는 절제하고 자제하는 게 필요한데 (윤 대통령이) 선거문화를 확신시키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법적 조치도 언급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당 관권선거위원회의 정밀 검토를 거쳐 윤 대통령과 그 밑에 있던 공무원들의 행위에 법적 조치를 검토하곘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윤 대통령, 그리고 그 밑에서 정책을 짜고 정책 활동을 한 공무원들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공직선거법 제85조를 위반한 것으로, 제1항은 공소 시효가 10년”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85조는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3지대’에서도 같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전날(14일)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부산을 찾아 글로벌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 등 지원책을 쏟아냈는데, 이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 엑스포 유치를 119대 29로 참담하게 실패한 것을 만회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연합뉴스
왼쪽부터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연합뉴스

盧-MB-朴-文 반복되는 ‘선거개입’ 논란

야당이 대통령의 선거개입 의혹을 띄우고, 여당은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진영을 막론하고 선거철만 되면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사모가 다시 한 번 뛰어달라”,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해 선거개입 논란을 불렀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다며 반발했고, 새천년민주당도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라”고 촉구했다. 실제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도 노 전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이후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 자민련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으나,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위반’은 아니라며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 역시 선거개입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두 달 뒤에 총선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 보고에서 국무총리가 강원도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고 말했고, 전북 군산 새만금을 방문해서는 “군산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당시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너무 노골적이고 구체적이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천 개입으로 기소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에 관여한 것을 박 전 대통령이 승인·공모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며 “우리 헌법과 법률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정당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당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정당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선거개입’ 논란의 당사자가 된 윤 대통령도 한 때는 ‘피해자’를 자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2월9일 대선 후보 시절,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다음날 참모회의에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 직후 국민의힘은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선관위 측은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특정 후보자가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언론 인터뷰를 한 데 대해 참모 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