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참석 카이스트서 졸업생 끌려 나갔다…대통령실 “원칙 따른 것”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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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연설 중 “R&D 예산 복원” 외치다 제지 당해…대통령실 “불가피한 조치”
진보당 강성희 이어 ‘과잉경호’ 논란…민주 “참 비정한 ‘입틀막’ 대통령”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 축사 중 졸업생이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대통령실 경호요원들에게 끌려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법과 규정, 경호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졸업 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졸업생들을 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며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 손을 굳게 잡겠다”고 격려했다. 이어 “과학강국으로의 퀀텀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R&D 예산 확대를 언급하던 중 학사모를 쓰고 졸업 가운을 입은 한 남성이 정부의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생색내지 말고”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에 대통령실 경호요원이 즉시 그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제지했고, 남성의 팔다리를 든 채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카이스트 졸업복을 입고 학생들 사이에 잠복해 있던 경호원들이 소란이 벌어진 직후 곳곳에서 튀어나와 졸업생을 제압해 ‘과잉경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퇴장 조치에 대해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알려드린다”고도 말했다.

졸업생 사이 잠복 논란과 관련해서도 “군중이 많은 곳에서는 위장 근무를 한다. 예전부터 해오던 경호기법”이라며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었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선 즉각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서용주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연구예산 복원 요구하는 카이스트 졸업생까지 끌어낸 윤석열 대통령은 ‘입틀막’ 대통령인가”라며 “근접거리도 아닌 멀리서 대통령을 향한 의사표시의 외침조차 한시도 참을 수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R&D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계의 목소리를 입을 틀어막아 내쫓은 것”이라며 “참 비정한 대통령”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통령 연설 중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라는 대목을 경호처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끌어내라’로 들은 것이 분명하다”고도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 R&D 예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후 올해 관련 예산을 총 26조5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전년 31조원 대비 15%가량 삭감된 규모로, 과학계에선 반발이 이어져왔다.

앞서 지난달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선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한 뒤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항의하다 경호처에 의해 퇴장 조치돼 한 차례 ‘과잉 경호’ 논란이 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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