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심야 격론’ 후 “시스템 공천 잘 되고 있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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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3시간 비공개 최고위 회의…‘공천파동’ 논의 無
김우영 ‘은평을’ 출마로 격론…홍익표·고민정 반대 의견 ‘무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공천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주말인 25일 3시간 넘게 비공개로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여론조사 공정성 문제를 비롯해, 친문(親문재인)‧비명(非이재명)계 공천 배제 논란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회의에서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 이재명 대표의 결단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그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약 3시간 동안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었지만, 최근 공천 파동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열고 ‘공천 파동 관련해 논의했나’라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의결 안건이 많아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선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서울 은평을 지역구 경선 참여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지도부 내 격론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결국 은평을 현역인 비명계 강병원 의원과 경선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앞서 강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고, 서울 지역 출마 의사를 밝힌 후 당 지도부로부터 주의까지 받은 점에서 경선은 부적절하다며 공천관리위에 재심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는 전날 오후 강 의원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심야 최고위에서는 재심 기각 결정을 수용해야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4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홍익표 원내대표가 반대 의견을 냈나’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며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도부 내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도 홍 원내대표와 의견을 함께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경선 여론조사 업체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명(친문-친명) 갈등’의 핵심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여부와 일부 ‘올드보이’ 배제 등 문제는 회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천 파동을 키운 여론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지도부가 후속대책을 마련하거나, 향후 공천을 둘러싼 분열을 어떻게 수습할지 관련해서도 중지를 모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최고위 뒤 공천에서 비명계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의견에 관해 “민주당은 1년 전에 확정한 특별당규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각종 위원회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데 낙천되신 분이나 경선에 참여를 못 하는 분들은 매우 억울하실 텐데 위로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불가피한 부분은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재명-홍익표 갈등설에 대해 일축하고 당내 공천 파동에 대해 애써 축소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도부 내에서도 여러 사안들로 친명‧비명 간 의견이 갈리면서, 조만간 발표될 임종석 전 실장 등 복수의 지역 공천 결과에 따라 당내 갈등이 확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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