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만든 거대한 ‘트로트 신드롬’ 새 스타 발굴로 이어가야
  • 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1 07:3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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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은 트로트의 인기 비결
폄하와 경쟁작 도전 등 난관 뚫고 ‘미스-미스터트롯 불패’ 계속
TV조선 《미스트롯2》 포스터 ⓒTV조선
TV조선 《미스터트롯2》 포스터 ⓒTV조선

《미스트롯3》가 16% 내외의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올리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미스트롯1》의 18.1%, 《미스트롯2》의 32.9%보다 떨어진다며 예전만 못하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그건 기준을 너무 높게 잡은 탓이다.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는 초기에 비현실적인 국민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런 사태가 항상 터질 순 없다. 폭발적인 대성공 이후에 찾아오는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중요한 건 완전히 붕괴하는가, 아니면 하락하면서 의미 있는 지지선을 지키는가다. 

《미스트롯3》는 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예능계에선 5~6% 정도만 나와도 성공적이라고 한다. 또 다른 유명 경연 프로그램 시리즈인 《싱어게인3》는 얼마 전 7%대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10%대 중반의 시청률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스트롯1》과 《미스터트롯1》 성공 이후 일각에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쇠퇴론을 제기해 왔다. 분명히 높은 시청률 수치가 확인되고, 큰 화제성이 체감되는데도 프로그램이 실패했다고 한 배경엔 트로트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폄하가 있을 것이다. 워낙 대단찮은 장르라고 생각하니 부정적인 쪽으로만 바라보게 됐다. 

트로트 경연 쇠퇴론, 진짜일까? 

《미스터트롯1》 신드롬 직후 지상파 방송사들도 앞다퉈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그건 한때에 불과했고 그 후엔 TV조선과 MBN만 트로트 경연을 방영했다. 그런데도 많은 매체가 반복적으로 트로트 경연이 범람해 문제라고 보도했다. TV만 틀면 나올 지경이어서 지겹다는 표현도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사실은 TV조선과 MBN 모두 1년에 한 번 정도씩만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돌을 뽑는 경연은 더 많은 플랫폼에서 더 자주 진행되는데도, 그보다 적은 플랫폼에서 더 드물게 방송되는 트로트 경연만 문제 삼은 것이다. TV만 틀면 나와서 지겹다고 비난하는 이들이 과연 정말로 일부 종편의 트로트 경연을 TV만 틀면 보는지도 의심스럽다. 안 그래도 트로트에 부정적인 터에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니 그게 부대껴서 무조건 지겹다고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것들이 모두 뿌리 깊은 트로트 폄하 의식에서 비롯된 일이다. 트로트를 정상적인 음악, 존중할 만한 음악으로 대우하지 않고 푸대접하는 문화가 있다. 과거엔 ‘뽕짝’이라면서 경시했고, 1990년대 이후 서구식 K팝이 득세하자 트로트의 입지가 더욱 쪼그라들었다. 1990년대 댄스음악 혁명에 대한 대응으로 2000년대 초에 장윤정, 박현빈 등의 뉴 트로트가 잠시 반짝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트로트는 장기간 침체 국면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주류 무대에서 밀려나 매장될 것만 같았던 트로트를 살린 것이 바로 《미스트롯1》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나타나기 직전엔 TV의 유명 쇼 프로그램에서 젊은 트로트 가수를 거의 볼 수 없었다. 트로트 가수들의 쇼 무대는 《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 등으로 한정됐고, 일반 예능에도 트로트 가수가 설 자리는 없었다. 그나마 제공되는 몇 안 되는 자리엔 중견 스타들만 설 수 있었다. 한국 가요계는 주류 메이저 방송 무대와 행사장으로 양분됐는데 주류 무대는 댄스, 힙합, 발라드의 몫이었고 젊은 트로트 가수들은 행사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스트롯1》이 시작된 후 생각지도 못했던 거대한 신드롬이 터졌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트로트가 사멸할 것처럼 보였던 위축된 상황에 국민의 갈증이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원래 트렌드는 극성하면 쇠퇴하고 쇠퇴하면 다시 성장하게 마련이다. 《미스트롯1》이 시작되자마자 가뭄에 단비가 내린 것처럼 많은 시청자가 열광했다. 당시 상당수 언론은 《미스트롯1》이 퇴폐적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시청자의 힘에 의해 세상은 뒤집혔다. 

그 중심에 송가인 등 새로운 스타 군단이 있었다. 이들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트로트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실로 오랜만에 트로트 판에 역동적인 분위기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송가인은 당대 최고 핫스타 반열에 오르며 각종 프로그램 섭외 1순위로 떠올랐다. 트로트 가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원래 성공한 오디션 직후가 무섭다. 처음에 긴가민가했던 사람들도 성공한 오디션을 보고 그 후속편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미스트롯1》 이후에 치러진 《미스터트롯1》이 그랬다. 인재들이 집결했고 시청자 관심도 집중됐다. 여기서 임영웅이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탄생했고, 톱7이 한국 대중문화계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자 그 후 방영된 《미스트롯2》의 열기도 높아졌다. 

트로트를 살린 《미스트롯》 

하지만 《미스터트롯1》의 35.7%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32.9%를 기록했다. 《미스터트롯1》의 성적이 워낙 범접 불가 수준으로 높기도 했거니와, 《미스트롯2》에서 전유진이라는 최대 스타가 중도 탈락한 것이 시청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때부터 언론의 집요한 폄하 보도가 시작됐다. 레퍼토리는 항상 대동소이하다. 시청률이 《미스터트롯1》보다 못하다, 송가인·임영웅 같은 스타가 없다는 등의 내용이다. 

《미스터트롯1》은 역사적 수준으로 대성공했고, 임영웅은 초현실적 대스타이고, 송가인도 경연 프로그램 출신 중에서 역대급 톱스타인데 어떻게 이런 성공과 스타 탄생이 매번 가능하단 말인가? 말이 안 되는 기준을 갖다 대면서 폄하하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기준엔 못 미쳤지만 《미스트롯2》도 대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도 양지은, 홍지윤, 김태연, 김다현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 군단이 탄생했다. 트로트 경연이 당대에 가장 유력한 스타 등용문 중 하나이며 예능 인재 배출창구로도 우뚝 섰다.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 《화요일은 밤이 좋아》 《미스터 로또》 등 ‘미스-미스터트롯’의 파생 프로그램들도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예능계 판도까지 뒤흔들었고, TV조선이 일약 쇼예능 메이저급 방송사 반열에 오르는 방송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번에 치러진 《미스트롯3》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 첫째는 트로트 신드롬이 터진 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인기가 시들해질 시점이 됐다. 둘째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바로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의 원조 제작진이 독립해 MBN에서 방영한 《현역가왕》이다.  

《미스트롯3》의 제작진도 당연히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방책으로 프로그램의 긴장도를 끌어올렸다. 과거엔 100여 명의 도전자가 1회전을 치렀다. 당시 1회전은 어느 정도 즐기면서 보는 이벤트 무대의 성격도 있었다. 그러다 2회전부터 1대1 대결로 긴장도를 상승시켰다. 하지만 이번엔 72명의 도전자만 선별해 1회전부터 1대1 서바이벌 대결을 펼치도록 했다. 

출연자 선발에도 심혈을 기울인 느낌이다. 이젠 나올 만한 실력자들은 이미 다 나왔을 거란 우려가 컸었는데, 놀랍게도 제작진은 실력자들을 또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이 수준 높은 무대를 연이어 만들어냈고,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의 특징인 놀라운 팀미션 공연도 어김없이 구현됐다. 누가 이기고 탈락했는지를 떠나 쇼 자체가 재미있고 감동적인, 볼 만한 콘텐츠였다. 그 결과 16% 내외의 시청률이라는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기존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의 성공이 초현실적 수준이었다면 이번 《미스트롯3》는 일반 프로그램 차원에서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겠다. 

MBN 《현역가왕》 포스터 ⓒMBN
MBN 《현역가왕》 포스터 ⓒMBN

《미스트롯3》와 《현역가왕》 동시 성공 

경쟁작인 《현역가왕》은 이미 종영했는데 마지막 회에 시청률 17.3%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깜짝 성공이다. 한국 여자 트로트 대표를 뽑아 일본의 여자 대표들과 장차 트로트 한일전을 치른다는 설정의 프로그램이었다. 《현역가왕》은 미스트롯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현저히 약하지만 한일전이라는 이벤트의 힘은 강력했다. 1회 6.8%로 출발했다가 프로그램 내용이 알려진 후 계속 상승했다. 

이 두 프로그램이 동시에 인기를 끌면서 더 많은 스타가 탄생했다. 원래 트로트는 정체된 장르였는데 급속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음악적으로도 새로워진다. 새 스타들은 전통적인 트로트의 틀을 넘어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트로트가 현대화되고 있다. 

세 번째로 트로트 스타들이 주목받자 어린 세대의 도전도 늘어났다. 이번 《미스트롯3》와 《현역가왕》에서 모두 20세 이하 어린 세대 도전자들이 주목받았다. 성악 출신의 염유리와 복지은(《미스트롯3》), 발라드 출신의 린(《현역가왕》)처럼 타 장르 출신 도전자도 늘어간다. 이런 흐름이 트로트의 외연을 넓히며 더욱 다양화하게 될 것이다. 

시간을 이기는 트렌드는 없기 때문에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위력은 점점 줄어들 수 있다. 이번 《미스트롯3》의 경우 10회까지 16% 내외를 유지하며 그 이상의 상승 동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제작진 입장에선 아쉬울 만하다. 현실적으로 여기서 시청률이 대폭 상승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정도의 수준 또는 지금보다 조금 낮은 정도 수준만이라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시리즈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앞으로 계속 새 얼굴을 찾아내고 음악적 참신함을 선보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스타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 대단히 매력적인 스타만 찾아낸다면 큰 폭의 상승까지 이뤄낼 수 있다. 문제는 스타성 있는 새 인재 찾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큰 숙제로 남았는데, 설사 큰 스타를 발굴하지 못한다 해도 워낙 쇼 자체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당분간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계속 국민에게 위로와 흥을 전해 주는 콘텐츠로 어느 정도의 인기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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