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7 결정한 《미스트롯3》…송가인·양지은 계보 이을 뉴스타는 누구인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1 07:3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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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정서주 비롯해 나영·배아현·미스김·오유진·김소연·정슬 결승행 티켓 획득
2월2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미스트롯3》에서 뽑힌 톱7 ⓒTV조선
2월2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미스트롯3》 준결승전에서 뽑힌 톱7 ⓒTV조선 캡처

“3대 트로트 여제는 누가 될 것인가.” 

원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 TV조선 《미스트롯3》의 톱7이 가려졌다. 《미스트롯3》 11회(준결승전)는 큰 관심과 화제 속에 2월29일 밤 방송됐다. 앞서 이 프로그램은 10주 연속 지상파-비지상파에서 송출되는 전체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제 대망의 12회 결승전만 남았다. 톱7 중 누가 1회 우승자 송가인, 2회 우승자 양지은에 이어 ‘진(眞)’을 차지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지만, 이미 차세대 여성 트로트 스타 그룹의 진용은 갖춰졌다. 그동안 ‘미스-미스터 트롯’ 시리즈가 톱7 결정에 방점을 찍고, 종방 이후에도 7인을 함께 묶어 방송 활동, 콘서트, 광고 마케팅 등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정서주, 신곡 《바람 바람아》 불러 1위 

트로트계에서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의 톱7 결정은 곧 차세대 스타 탄생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에게도, 대중음악 시장 주류로 부상한 트로트계에도 톱7은 각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날 준결승전의 미션은 작곡가 신곡 부르기였다. 송가인의 《무명배우》, 영탁의 《찐이야》, 양지은의 《그 강을 건너지마오》 등 메가 히트곡을 배출한 미션이다. ‘최신 등용문’을 통과한 《미스트롯3》 톱7의 면면을 보면 1회와 2회 때 못지않게 비범한 특징이 묻어난다. 

준결승전 1위는 ‘첫눈 보이스’ 정서주(16)에게 돌아갔다. 정서주는 히트 작곡가팀 알고보니 혼수상태가 만든 《바람 바람아》를 불렀다. 고음이나 화려한 기교 없이도 풍성하게 감성을 전달해 큰 호평을 받았다. 심사위원 대부분은 이 곡이 새로운 메가 히트곡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수 김연자는 노래가 주는 감동에 공연이 끝나고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정서주는 심사위원 점수 1387점에 국민 마스터 점수 86점을 더해 총 1473점을 받았다. 

2월2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미스트롯3》 준결승전에서 1위를 차지한 정서주가 신곡 《바람 바람아》를 열창하는 모습 ⓒTV조선 캡처
2월2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미스트롯3》 준결승전에서 1위를 차지한 정서주가 신곡 《바람 바람아》를 열창하는 모습 ⓒTV조선 캡처

올해 서울 한림연예예술고 입학을 앞둔 정서주는 부산에서 태어나 《미스터트롯1》 5위 정동원을 보고 노래를 시작한 ‘정동원 키드’다. 3년 전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 ‘트로트 샛별 정서주’에 트로트는 물론 가요와 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 커버 영상들을 업로드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14세였던 2022년에 일찌감치 데뷔했고, LG헬로비전 《장윤정의 도장깨기-전 국민 가수 만들기》 출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3월부터는 ‘노래 인사 안부’라는 공연을 만들어 강원도 양양·인제, 충남 보령, 전남 해남과 인천 서송병원 등을 찾아 재능기부 노래 공연을 펼쳤다. 대가수 이미자의 노래를 잘 불러 ‘리틀 이미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스트롯3》 1라운드에서 이미자 원곡의 《동백아가씨》를 불렀는데, 이미자를 떠올리게 하는 음색으로 심사위원들과 청중을 놀라게 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 투표 강자로 군림해 왔다. 남의 스타일을 따라 하기보다 스스로 해석하며 자기 방식대로 부르고, 첫 소절부터 차별화된 음색으로 감탄을 부르는 능력은 ‘정서주 장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2위는 ‘정통 트로트 강자’ 나영(20·본명 김나영)이었다. 나영은 작곡가팀 알고보니 혼수상태와 선희 작곡가가 함께 만든 《99881234》를 열창했다.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흥도 나고 눈물도 나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무대를 선사했다. 나영은 심사위원 점수 1370점에 국민 마스터 점수 91점을 더해 총 1461점을 받았다. 가수 진성은 “선곡이 압권이었다”면서 “(나영의) 할아버지가 방송을 보고 덩실덩실 춤을 추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영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외할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 아래 노래에 도전하게 됐다.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인 2018년 KBS1 《전국노래자랑》 전남 곡성 편에 참가해 인기상을 받으면서다. 고등학생 때는 순천 지역 청소년 노래대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해 가수의 꿈을 본격적으로 키웠다. 

나영은 선천적으로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노래를 연마해 왔다. 이 같은 사실은 《미스트롯3》 방송 전까지 일부 관계자에게만 알려져 있었다. 방송 초반 ‘노래의 강약 조절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청각장애의 영향이 컸다. 소리가 잘 안 들리기에 자신이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면 남들에게도 잘 안 들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노래한 탓이다. 반쪽 청력을 보완할 방법은 스스로를 믿고 소리의 떨림과 파장을 미세하게 캐치하며 감을 잡아가는 것뿐이었다. 나영은 5회 방송에서 장애를 고백하면서 “노래할 때 (내 노래가) 잘 들리지 않으니 솔직히 짜증나기도 했지만, 남들보다 두 배 더 연습하면 되는 게 아니겠나”라고 의연한 태도를 보여 주위를 감동시켰다. 

2월2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미스트롯3》의 한 장면 ⓒTV조선 캡처
2월29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미스트롯3》의 한 장면 ⓒTV조선 캡처

10·20대가 독식한 톱7

‘꺾기 인간 문화재’ 배아현(28)은 구희상 작곡가가 만든 발라드 트로트 《100일》을 불러 3위를 차지했다. 트레이드마크인 꺾기와 고혹적인 음색을 기반으로 이별의 정서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노래로 전한 따듯한 격려에 일부 청중은 눈시울을 붉혔다. 다만 김연우, 김연자, 장윤정 등은 좀 더 감정적으로 입체감 있게 불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아현은 심사위원 점수 1367점에 국민 마스터 점수 87점을 더해 총 1454점을 받았다. 

배아현은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인 2011년 《전국노래자랑》 서울 중랑구 편 장려상과 청소년트로트가요제 대상을 탔고, 고등학생 땐 JTBC 《히든싱어2》 주현미 편에 모창 능력자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소양강처녀가요제 대상, 포항대변전국가요제 대상 등 가요제를 휩쓸었다. 당시 노래에 전념하느라 수학여행도 가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5년 이호섭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2020년엔 SBS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에서 톱5에 진입하기도 했다. 쉼 없이 달려왔으나, 이번 《미스트롯3》 참가 전까지 배아현은 무명가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배아현이 《미스트롯3》 1라운드에서 《조약돌 사랑》을 부를 때부터 전문가들은 그가 송가인과 임영웅처럼 무명 현역 가수의 인생 역전 신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때로는 구성지고 간드러진 꺾기의 화신 같은 가창으로, 때로는 대형 가수 같은 묵직함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여기까지 왔다. 

‘해남 처녀 농부’ 미스김(23·본명 김채린)이 4위였다. 미스김은 불스아이, 소유찬, 함길수 작곡가가 함께 만든 《홍실》을 불렀다. 미스김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주무기였던 정통 트로트가 아닌 발라드 트로트로 승부수를 띄웠다. 담백하고 구슬픈 목소리, 섬세한 호흡에 심사위원들과 청중 모두 매료됐다. 특유의 구수함은 잠시 넣어뒀다. 김연우는 “처음부터 마지막 소절까지 가사 내용에 맞는 감정을 끌고 가는 걸 보고 대단한 가수라 느꼈다”고 말했다. 미스김은 심사위원 점수 1373점에 국민 마스터 점수 77점을 더해 총 1450점을 받았다. 

미스김은 《미스트롯3》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가수의 꿈을 품고 달려왔다고 할 만한 이력은 찾을 수 없다. 당초 전남 해남에서 여름에는 꿀벌을 기르고 겨울엔 배추 농사를 짓는 처녀 농부라고 소개됐다. 미스김은 《미스트롯3》 1라운드에 이미자의 《님이라 부르리까》를 놀랍도록 깔끔하게 소화해 냈다. 도저히 농사만 짓던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운, 프로 가수 같은 가창과 분위기였다. 《미스트롯1》 6위 장민호는 “찐(진짜) 강자가 나타났다”고 했고, 알고보니 혼수상태는 “송가인 무대를 봤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우승 우보가 나타났다”며 놀랐다. 미스김은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오로지 단단한 실력 하나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5위 자리는 ‘무결점 챔피언’ 오유진(15)에게 돌아갔다. 오유진은 작곡가팀 지화자 조타가 만든 《예쁘잖아》를 불렀다. 밝은 에너지와 힘 있는 보이스, 유려한 완급 조절, 어떤 노래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소화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최종 톱3에 들어갈 만한 실력”(김연우), “스타성만큼은 단연 1등”(장윤정)이라는 등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오유진은 심사위원 점수 1367점에 국민 마스터 점수 76점을 더해 총 1443점을 받았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오유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 손에 이끌려 노래교실을 찾았다가 트로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은 그를 금세 ‘트로트 신동’으로 알려지게 했다. 오유진은 부모의 이혼이란 아픔도 노래의 깊이를 더하는 정서로 승화했다. 오유진은 “어머니가 일로(이혼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항상 바빴다”면서 “(트로트 신동으로 활동할 때) 방송을 하면서 또래 친구들은 다 엄마와 같이 있는데 나 혼자 할머니와 다니니까 ‘왜 쟤는 부모와 안 다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유진은 《미스트롯3》 데스매치에서 “엄마가 지어준 밥을 먹고 싶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노래”라며 가수 유지나의 《모란》을 절절한 감성으로 소화해 현역부 배아현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오유진은 가창력과 감성을 바탕으로 《미스트롯3》 경연을 거치며 무대 매너까지 키워 점차 완성형으로 발전, 내내 최상위권 순위를 유지했다. 

‘종합 끼 패키지’ 김소연(20)은 작곡가 해피엔뽕이 만든 《오케이》를 불러 6위에 올랐다. 라틴풍의 노래를 안정적인 발성과 프로페셔널한 춤으로 완벽히 소화했다. 무반주 구간에서 허스키 저음을 선보여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기존의 맑고 높은 음색과 확연히 달랐다. 김연자는 김소연에게 100점을 주며 “김소연의 새로운 창법을 발견한 신곡”이라고 평가했다. 김소연은 심사위원 점수 1357점에 국민 마스터 점수 85점을 더해 총 1442점을 받았다. 

김소연은 《미스트롯3》 방송 초반에 가장 유명한 참가자였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소연은 고등학생 때인 2020년 MBC 《트로트의 민족》에 참가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앳된 모습의 청소년이 김용임의 《나이야가라》를 상큼하게 소화해 내자 큰 반향이 일었다. 김소연은 ‘트로트계의 아이유’라는 별명을 얻으며 팬을 끌어모았다. 이미 스타덤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인지도나 확장성 면에서 여전히 목마름은 가시지 않았다. 타 방송 오디션 수상자라도 트로트계 메이저 등용문인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에서 인정받아야 차세대 스타로 공인되는 분위기여서다.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미스트롯3》에 도전장을 내민 김소연은 매회 실력을 입증하며 차근차근 올라와 마침내 결승에 이르렀다. 

화제의 참가자 빈예서 탈락 ‘고배’ 

결승행의 마지막 티켓은 ‘고막 여자친구’ 정슬(24)에게 주어졌다. 정슬은 작곡가팀 용복이 형이 만든 《사랑학개론》을 불러 7위에 랭크됐다. 단단한 고음과 정확한 리듬감이 돋보였다. 상큼한 표정과 화려한 퍼포먼스는 덤이었다. 장윤정은 정슬의 가창에 대해 “(노래할 때) 나쁜 버릇이 없고 전달력도 완벽했다”며 “이 노래를 정슬보다 잘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극찬했다. 정슬은 심사위원 점수 1344점에 국민 마스터 점수 77점을 더해 총 1421점을 받았다. 

정슬은 오디션 프로그램 첫 도전에 톱7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에 보컬 전공으로 입학한 것 외에 그에 대해 알려진 건 별로 없다. 그러나 정슬은 매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결승까지 치고 올라왔다. 

‘감성 천재’ 빈예서(12)와 ‘난초 보이스’ 곽지은(32), ‘불사조 요정’ 윤서령(21)은 각각 8, 9, 10위로 도전을 마감했다. 《미스트롯3》 방송 초중반에 화제를 몰고 다닌 빈예서는 감기에 걸려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노래를 시작해 모두의 우려를 자아냈다. 결국 초반에 가사 실수가 나왔다. 이후 놀랄 만큼의 침착함으로 공연을 마쳤지만, 반전을 만들어내긴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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