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위기론, 단순한 엄살 아닌 ‘치명적’ [배종찬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1 15:0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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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불과 40일 남기고 여야 지지율 역전 현상 뚜렷
공천 평가·대표 리더십 모두 국민의힘이 앞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이 ‘피범벅’이 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남의 가죽 벗기다가 피 칠갑 된다”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나” 등의 발언을 한 홍영표 의원이 “선거 참패 전망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굉장히 안이하다”고 규탄했다. 홍 의원은 “지금 민주당 공천의 진행을 보면 하위 평가 20%가 약 31명으로 3분의 1 정도가 커밍아웃을 했다. 그런데 31명 중 28명은 친문이나 비명 의원들”이라며 “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대표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비판하는 사람들, 친문·비명을 비롯한 반대 세력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식의 공천이 진행되다 보니까 우려가 큰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천의 가장 민감한 인물이 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끝내 공천하지 않았다. 경쟁자들을 다 거세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이 2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친명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에 대한 전략공관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다리마저 외면하고 홀로 이재명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하나일 때 승리했다”며 “명문(明文)의 약속과 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폭정을 심판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월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역대로 공천 파동은 곧 총선 패배로 이어져

민주당의 공천 논란 대상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워왔던 비명계 5선 설훈 의원도 탈당을 선언했다. 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의 측근과만 결정한다.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은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만 곁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를 조선시대 최고 폭군 ‘연산군’에 비유했다.

의정활동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던 박용진 의원과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하위 평가하면서 친명과 비명의 반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로 민주당이 얼룩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고,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 법률 대리인으로 활약했던 인사들이 대거 공천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른바 ‘대장동 공천’이라는 혹평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장 민주당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서울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2월22~23일 실시한 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41%, 민주당 36%로 나왔는데 주목할 점은 같은 조사에서 지난 8월 이후 국민의힘에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민주당이 선거를 불과 40여 일 남겨둔 시점의 조사에서 ‘크로스’(지지율에서 우선순위 자리가 뒤바뀌는 결과)를 당했다. 서울은 국민의힘 43%, 민주당 31%로 12%포인트나 국민의힘이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낙동강벨트’가 이번 선거에서 중요하다는 분석을 많이 하고 있는데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은 국민의힘이 48%로 17%포인트나 앞서는 결과로 나왔다(그림①). 다른 이유가 아니라 공천 파동의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역대 선거를 돌아보면 민주당이 낙동강벨트에서 무너졌을 때 전체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없었다. 민주당 위기설이 단순히 엄살이 아니라 치명적인 타격으로 보이는 이유다.

선거 결과에 절반 이상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공천이다. 역대 선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공천만 무난하게 하더라도 양대 정당의 경우 130~140석 정도는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6년 총선에서 공천을 잘한 집권여당은 과반 정당은 아니었지만 다수당 자리는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란 유리한 상황을 품에 안았음에도 야당인 민주당은 내부 공천 파동으로 다수당도 과반 정당도 되지 못했다. 결국 연말에 있었던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 자리는 박근혜의 차지였다.

2016년은 정반대였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옥새 들고 나르샤’로 온 국민의 분노와 지지층의 원성을 유발했고 끝내 다수당 자리를 잃고 말았다. 선거 패배의 여파는 매우 컸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탄핵을 당했고 국정농단 혐의로 대권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직무 긍정평가, 한동훈 52% vs 이재명 36%

이렇듯 공천 평가는 총선과 직결된다. 한국갤럽과 서울경제신문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공천을 잘했다고 보는지, 잘못했다고 보는지’ 물어보았다. 긍정 전체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공천을 공정하게 했다는 평가는 40%, 민주당은 27%로 국민의힘이 13%포인트 앞선다. 특히 이번 총선의 핵심 지역인 서울에서 두 정당의 공천 공정성은 국민의힘 47%, 민주당 24%로 꽤 큰 차이로 나타났다(그림③). 민주당은 공천 갈등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공천 탈락자들의 폭탄 발언은 계속 이어지고 확대되고 있다.

결국 공천 파장과 영향은 이번 선거의 프레임이 되고 있는 두 인물로 수렴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조용한 공천’에 대한 평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쪽으로 가고 있고, 민주당의 막장 공천 양상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갤럽과 서울경제신문은 이번 조사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얼마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역시 얼마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개별 질문으로 물어보았다. 조사 결과 한 위원장의 직무에 대한 긍정평가는 52%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무 평가는 사뭇 달랐다. 긍정평가가 36%로 40% 선을 넘지 못했다.

서울 지역은 한동훈 위원장의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평가가 57%로 나왔고 이 대표에 대한 긍정평가는 38%로, 한 위원장이 약 20%포인트 직무 평가에서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서민 정책에 대한 반응 민감도가 높은 자영업층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 직무 평가는 57%로 나왔고, 이 대표에 대한 평가는 36%로 나타났다(그림③).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이 전략지역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4년 전 천직이라 여겼던 법관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사법 개혁을 입법부에서 이루고자 민주당에 입당했다”며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선거에서 가장 큰 위기는 아군이 적군으로 돌변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위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단순히 묵살하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br>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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