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평 샛길’ 지키려다…소송전 휘말린 해운대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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區 “공공도로로 용도폐지 대상 아냐”…주상복합건물 개발 ‘급제동’
1심 재판부 “재량권 일탈‧남용”…區 “인정할 수 없어” 항소
법원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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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가 주상복합건물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가 소송에 휘말린 끝에 1심 패소했다. 해운대구가 대체 가능한 ‘29평 규모의 골목길’을 ‘행정재산으로의 도로’라며 2년이 넘게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란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해운대구가 항소장을 제출한 가운데, 소송을 제기한 사업자 측은 “명백한 행정갑질”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개인사업자 A씨는 B부동산신탁과 2021년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맺고 해운대구에 주상복합건물을 신축하기로 했다. 사업부지의 전체 면적은 2207㎡, B신탁은 사업권부지 중 96%에 해당하는 2110㎡를 확보했다.

문제는 남은 사업부지 97㎡(약 29평)를 두고 발생했다. 주택법상 해당 사업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하고 나머지 토지가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면,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나머지 토지가 국유재산 중 행정재산에 해당하면 매도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 해운대구는 위 사업부지 29평이 ‘행정재산으로의 도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해운대구청장이 아닌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운대구가 ‘행정재산으로서의 도로’라고 한 위 29평 규모의 도로가 ‘일반재산’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이다. 또한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좌초시키기에 해당 골목길의 보존가치가 극히 적고, 그럼에도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판사 문흥만)는 구체적으로 ▲원고가 확보하지 못한 토지의 면적이 97㎡에 불과한 점 ▲준공 이전까지 쟁점 토지를 대체할 신규 도로 개설을 A씨가 계획하고 있는 점 ▲쟁점 토지의 보존 가치가 아주 높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해운대구청장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봤다.

그러나 해운대구는 행정에 문제가 없다며 즉시 항소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매우 복잡한 사안이다. 소송 중이기에 자세한 사항은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관련해 A씨 측은 해운대구가 행정 오류를 바로잡지 않고 ‘행정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입장이다. 3심 끝에 승소한다고 해도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이자 탓에 도산 위기에 몰릴 것이란 게 A씨 측의 우려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의 여지윤 변호사는 “해운대구청장은 1심에서 문제된 골목길이 행정재산으로서의 도로에 해당한다는 아무런 증거도 끝내 제출하지 못하면서 변론기일만 여러 차례 연기했다”며 “행정재산으로서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해운대구청장이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위법한 행정사무처리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수백억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할 예정”라고 밝혔다.

해운대구는 사업부지 29평이 ‘행정재산으로의 도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거부했다. 사진은 쟁점이 된 사업부지 중 일부. ⓒA씨 측 제공
해운대구는 사업부지 29평이 ‘행정재산으로의 도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신청을 거부했다. 사진은 쟁점이 된 도로 중 일부. ⓒA씨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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