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10호 종투사’ 따내나…대신, 교보에 ‘승기’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5 16: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신증권, 종투사 기준 ‘자기자본 3조원’ 눈앞에
오익근 3연임 확정하고 종투사 넘어 초대형IB 구상
교보증권도 박봉권 3연임에 무게…후발주자로 나설 듯

최근 국내 중소형 증권사 사이에선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자기자본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 창출 수단이 다양해지고 규제 수위도 낮아져서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진입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이다. 2013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래 9개사가 종투사 진입에 성공했고, 현재는 ‘10호 종투사’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싸움이 치열하다.

경쟁의 주인공은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이다. 분위기는 올해 들어 바뀌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막상막하의 흐름이었지만, 대신증권이 치고 나가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올해 종투사 진입을 넘어 자기자본 4조원 달성과 ‘초대형IB’ 진출까지 넘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증권사 모두 현재 오익근(대신), 박봉권‧이석기(교보) 체제의 연임이 확실시된다. 증권가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살아남은 이들 리더십이 종투사 진입까지 순항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 진입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 시사저널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 진입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 시사저널

종투사 기준까지 단 1500억원…대신, 초대형IB도 넘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오익근 체제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대신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오 대표를 단독 대표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 대표의 연임안은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연임안이 통과되면 오 대표는 2020년 대표 자리에 오른 데 이어 2026년까지 임기를 연장한다.

업계에선 대신증권이 올해 상반기 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쇄신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오는 4월 종투사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종투사로 지정되려면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야 한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연말 기준 2조8532억원으로, 상당히 근접해있다.

대신증권은 종투사 지정을 넘어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격까지 넘본다는 계획이다. 초대형IB로 지정되려면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야 한다. 대신증권은 본사 사옥 매각과 계열사 배당 등을 통해 4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사 사옥의 평가 가치 금액은 6000억~7000억원에 달한다.

대신증권은 지난 2020년 라임펀드 환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이후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적 경영 기조 덕에, 증권가를 휩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비껴났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6822억원, 당기순이익 6855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배당을 통한 4800억원의 일회성 수익을 제외해도 영업이익 2022억원, 당기순이익 205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8%, 138% 증가했다.

왼쪽부터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와 박봉권·이석기 교보증권 대표 ⓒ 대신증권·교보증권 제공
왼쪽부터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와 박봉권·이석기 교보증권 대표 ⓒ 대신증권·교보증권 제공

1조원 모자란 교보증권, 2029년까지 진입 목표

반면 교보증권은 종투사 지정을 위한 자기자본 규모 조건에 못 미치는 상태다. 지난해 말 교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8월 최대 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3조원 달성까지 아직 1조원가량 부족하다.

교보증권은 종투사 진입을 장기 프로젝트로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다만 시기는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교보증권도 지난해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실적을 대폭 개선했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703억원, 당기순이익 676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2조원 미만 중형 증권사 가운데 연간 실적 1위에 해당한다.

교보증권도 박봉권 대표의 3연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이석기 대표가 먼저 연임된 데 이어 박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면서, 교보증권은 박봉권‧이석기 각자대표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교보증권 측은 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자본 확충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종투사에 선정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난다.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와 외화 일반 환전 업무도 가능해진다. 현재까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이 종투사로 지정됐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