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을 장기간 먹어도 괜찮을까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1 12: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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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소화불량·세균감염 등 부작용
불필요한 장기 복용은 주의할 필요

위장약 가운데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라는 약물이 있다. 위산 분비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약물이다. 그래서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궤양 등 다양한 위장질환 치료에 사용한다. 실제로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은 환자가 가장 일반적으로 처방받는 약물이기도 하다.

PPI는 매우 안전하고 부작용도 경미해 널리 사용하는 약물이다. 그런데 최근 여러 연구에서 이 약물을 장기간 사용할 때 다각적인 건강 위험 가능성이 제기돼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골밀도 감소와 골절 위험도 증가다. PPI는 위산 분비를 억제해 칼슘 흡수를 감소시키고, 이에 따라 골밀도 감소 및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고령의 환자,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사람, 저칼슘혈증 환자는 PPI 사용 시 골절 위험이 더욱 커진다. 

또 다른 것은 신장 기능 저하다. 특히 만성 신장질환 환자가 PPI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신장 기능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연구가 2019년과 2021년 여러 학술지에 게재된 바 있다. 위장관의 흡수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것도 주의할 요소다. PPI는 위산 분비 억제를 통해 소화효소 활동과 영양소 흡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장기간의 PPI 사용은 소화불량, 설사, 변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2016년 연구에서는 PPI 복용자의 경우 소화불량이 20% 정도 증가하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연관된 건강 위험으로 영양소 결핍이 있다. PPI는 비타민B12·마그네슘·철분 등이 몸에 흡수되는 정도를 줄이기도 한다. 이는 빈혈, 근육 경련, 만성 피로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PPI가 위산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위장관 내 미생물의 군집 변화를 유발하게 되고, 세균 감염 위험이 커진다. 또한 PPI 사용이 폐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연구는 관찰 연구들이므로 명백한 인과성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장기간 약물 복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복용량이나 사용 기간 줄여야

최근 PPI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복용이 늘어 위장관 합병증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때로는 치료에 대한 재평가 과정 없이 증상에 대한 간략한 평가만으로 지속 처방되는 일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PPI 같은 약물의 적응증이 되는 질환이나 처방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PPI를 통한 치료가 지속되어야 하겠다. 이러한 경우에도 약물 치료에 반응이 있다면, 가급적 적은 용량으로 복용하거나 기존에 확립된 치료 기간 내에 충분한 용량을 사용해 기대 치료 효과를 최대화해 약물의 총 사용 기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PPI를 처방받아 복용하는데도 증상에 개선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약제로 변경하거나 치료를 중단하고 다른 원인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이미 확립된 PPI 사용의 적응증이 되는 질병에서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복용이 필요하며, 충분한 기간 동안 적절한 용량의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적절한 적응증과 적절한 재평가가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약물 사용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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