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없이 ‘햇반 최대 매출’ CJ제일제당…즉석밥 다음 스텝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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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 카테고리 키운다…곤약밥·솥반 등으로 자체 경쟁력 강조
쿠팡 외 플랫폼과 협력 다각화…혈당밥 등 건기식 판매도 늘려

CJ제일제당과 쿠팡의 ‘결별’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의 성적은 업계의 관심사였다. 2022년 11월 납품가 갈등이 발생한 이후,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이 햇반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CJ제일제당은 햇반의 ‘역대 최대 매출’ 성과를 발표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제 ‘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신제품을 통해 햇반 자체의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즉석밥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햇반 ⓒ연합뉴스

“경쟁력으로 시장 환경 극복”…웰니스’ 카테고리 확대

6일 CJ제일제당은 ‘햇반의 집밥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신제품 3종을 선보였다. 서리태 흑미밥, 렌틸콩 퀴노아 곤약밥, 병아리콩 퀴노아 곤약밥 등이다. 이번 신제품 출시는 햇반 매출 실적을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것으로, CJ제일제당이 내놓은 ‘웰니스 카테고리 확장 계획’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당시 CJ제일제당이 단일 브랜드, 그것도 햇반에 대한 매출 실적만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특히 역대 최대 매출 성과를 전하며 “‘경쟁력’을 통해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환경을 극복했다”고 전한 만큼, 업계는 CJ제일제당이 쿠팡과의 ‘갈등의 연장전’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웰니스 카테고리를 햇반 성장세의 배경으로 꼽는다. 주력 상품은 곤약밥과 솥반 등으로, 이 카테고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 신장율을 보였다. 올해는 웰니스 카테고리를 더 키워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술적 한계로 상품화가 어려웠던 제품들을 선보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햇반의 웰니스 카테고리 제품들이 활약한 배경에는 웰빙 트렌드가 있다. 2022년 9월 출시된 곤약밥은 체중과 건강에 신경 쓰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단순히 신속하게 소비하는 ‘즉석밥’이 아니라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거나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건강밥’으로 햇반을 진화시킨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받은 식후혈당밥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CJ제일제당이 2013년 내놓은 식후혈당밥은 혈당 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섭취할 수 있는 즉석밥으로, 같은 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았다. 현재 CJ제일제당 공식몰인 더마켓, 컬리, 네이버 등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홈쇼핑 경로도 추가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판매 채널을 더 확장해 ‘건강식’ 키워드에 방점을 찍는다는 계획이다.

김유림 CJ제일제당 햇반 마케팅 팀장은 “웰니스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잡곡밥과 곤약밥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맛과 영양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제품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이 컬리와 함께 출시한 ‘향긋한 골든퀸쌀밥’은 3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컬리 홈페이지 캡처

신제품 공동출시·선론칭 등으로 파트너십…윈-윈 전략

CJ제일제당이 네이버나 컬리 등 플랫폼들과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CJ제일제당은 온라인 유통 다각화를 햇반 성장세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단순히 판매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전이나 판촉 행사를 함께 진행하면서 윈-윈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네이버와는 지난해 쌀의 날(8월18일) 기획전을 진행해 9배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컬리와 함께 출시한 ‘향긋한 골든퀸쌀밥’은 3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소비자 호응이 이어지자 컬리와 CJ제일제당은 긴급 추가 생산을 결정하고 판매를 재개했고, 누적 판매량 6만7000세트를 돌파했다.

신세계 유통사와는 신제품 ‘선론칭’을 통해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지난해 ‘환경을 생각한 햇반’ 신제품을 이마트, SSG닷컴, G마켓 등 신세계 유통사를 통해 두 달간 선판매하고, 그 뒤 다른 유통 채널로 판매처를 늘렸다. 이에 새로운 판매처가 필요한 CJ제일제당과 다양한 판매 제품을 원하는 신세계 유통사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쿠팡과의 ‘따로 서기’에도 햇반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양사가 손을 잡을 가능성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햇반이나 스팸 등 대명사가 된 식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그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당장 CJ제일제당이 쿠팡의 손을 잡을 필요성은 적어 보인다”며 “다만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세가 거센 만큼, 향후 양사의 협력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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