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생’ 선수에, ‘52년생’ 감독…민주당 ‘OB 손익계산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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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OB 컷오프’ 논의했지만…박지원‧정동영 본선행
“갈등조정자 역할 할 것” vs “후배들에 길 터줬어야”

22대 총선을 앞두고 원외에 머물던 민주당 ‘올드보이’(OB)들이 복귀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이해찬 전 대표가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은데 이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각각 현역 의원을 물리치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구루 역할을 하던 OB들의 귀환을 두고 야권 내 시선이 갈리는 모습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컷오프’ 논의됐지만…박지원·정동영 공천

14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민주당 지도부는 비공개회의를 통해 4·10 총선 공천에서 이른바 ‘OB 인사’들을 ‘컷오프’(공천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압박함과 동시에 ‘정치 세대교체’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도부 일각에서 제기되면서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2월1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떡잎은 참으로 귀하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고 밝히며 ‘물갈이론’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이 대표는 “새 가지가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도 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5선 도전을 노리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1942년생인 박 전 원장은 초선 윤재갑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출사표를 던졌고, 17대 대선 후보를 지낸 1953년생 정 전 장관은 재선 김성주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 병에 출마했다.

그러나 좌초될 것이라 전망됐던 OB들의 도전은 순항하는 모양새다. 이들 모두 각각 현역 의원을 경선에서 물리치고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박범계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이 전날(13일) 민주당 당사에서 발표한 9~10차 경선 결과와 전략선거구 경선 결과에 따르면, 전북 전주병에서 정 전 장관이 김성주 의원과 맞붙어 승리했고,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도전한 박 전 원장이 윤재갑 의원을 꺾었다.

 

감독‧선수로 복귀한 OB에 野시선 ‘분분’

OB들의 복귀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갈린다. 일각에는 이들이 당내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으로 당이 어수선한 가운데, 당의 ‘큰 어른’ 역할을 하는 OB들이 당 화합의 물꼬를 터줄 수 있단 기대에서다. 이해찬 전 대표가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던 ‘이재명 리더십’도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정치의 세대교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당이 흔들릴수록 신구(新舊)의 조화도 필요하다”며 “특히 경선은 당원들의 선택이다. 당 지도부가 인위적으로 세대교체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OB의 복귀가 당의 혁신 및 세대교체 의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동시에 OB들이 당의 험지나 격전지가 아닌 ‘텃밭’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선사후당’의 자세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된다. “당의 승리를 위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사례도 언급된다.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한 청년정치인은 “이분(OB)들이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당을 위해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아이디어도 있고 의지도 있지만, 세가 적고 힘이 없어 원내 진입이 어려운 후배들로서는 아쉬운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OB들의 복귀가 총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그만큼 민주당의 총선 전략 상 큰 득이 되지도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OB들의 출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당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국민들로부터 평가받는 척도”라며 “국민들은 여야 중 어느 당이 더 많이 변했는지를 볼 것이다. 그 변화의 상징으로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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