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배당, 자사주 소각까지…‘밸류업’ 선도하는 증권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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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배당, ‘최초’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이 경쟁력…장기전으로 봐야”

정부 주도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는 가운데,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힌 증권사가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며 분위기를 선도하는 흐름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연달아 배당을 확대했고,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가운데, 기업 자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된 가운데,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발적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 시사저널 박정훈

막 오른 3월 주총 시즌…대형 증권사 위주 ‘밸류업’ 동참 움직임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배당 지급안을 결의한 국내 증권사 대다수가 예년보다 배당금 총액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은 2023년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2200원으로, 작년 1700원 대비 29.4%(500원) 올렸다. 배당금 총액은 1518억원에서 1965억원으로 늘었다. 대신증권도 보통주 1200원, 우선주 1250원 등의 현금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결산배당금 총액이 전년도 801억원에서 821억원으로 2.5% 늘었다.

NH투자증권은 보통주 800원, 우선주 8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해, 전년보다 약 14%가량 배당 규모를 늘렸다. 배당 총액은 2808억원 규모로, 저금리 기조에 증권업 활황기를 맞았던 2021년 332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배당뿐만 아니라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증권사도 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500억원 규모의 보통주 약 417만 주를 매입 후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이 합병해 NH투자증권으로 출범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배당액과 자사주 취득액을 반영한 주주환원성향은 무려 59.5%로 예상된다.

키움증권도 자사주 209만5345주를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3분의 1씩 소각키로 했다. 키움증권의 2023년도 배당금액은 881억원으로 확정됐고, 자사주 취득액 700억원을 합하면 주주환원율은 47%에 달한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822억원 규모의 보통주 1000만 주 소각을 결정했으며, 배당금 총액 898억원까지 고려한 주주환원성향은 52.6%다. 이에 더해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2026년까지 매년 최소 보통주 1500만주 및 우선주 100만주 이상을 소각하기로 했다.

‘역대급’ 주주환원책에 주가도 화답…“참여 기업 더 늘어날 것”

이 같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은 각 사의 주가 상승세로 곧바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합병 후 ‘최초’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든 NH투자증권 주의 경우 지난 12일 공시 이후 전날 종가(1만2840원)까지 9.6% 크게 상승했다.

증권주 전반도 우상향 곡선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11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전날 754.65로 마감, 올해 들어 15%가량 상승했다.

다만 국내 상장 증권사 23곳 가운데 아직 배당금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의 명확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가이드라인은 오는 5월 이후 마련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선 해당 가이드라인의 세부내용을 확인한 뒤 움직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제고시키는 게 기업들 입장에선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 전반에 퍼져나가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100m 달리기보다 마라톤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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