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여론에 재부상한 ‘尹-韓 갈등설’…‘뇌관’은 이종섭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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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도피 논란’ 두고 당정 ‘불협화음’ 기류
尹-韓 충돌 우려에…총선 D-23, 與 노심초사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여당과 대통령실 간의 미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이다.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도피 출국’ 논란과 관련해 여당과 대통령실이 상반된 인식을 드러내면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사의 귀국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여권 일각에선 거취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이 대사 논란의 해법을 두고 다시금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1월23일 화재 현장인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1월23일 화재 현장인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섭 즉시 귀국’ 두고 당정 온도차

대통령실은 18일 언론에 배포한 ‘현안 관련 대통령실 입장’에서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해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한·미·일·호주와 안보 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 수출에 비추어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 발표가 야권뿐 아니라 여당을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여당 수도권 총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 대사의 자진 귀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표출됐기 때문이다. 함운경(서울 마포을)·임재훈(경기 안양 동안갑) 등 국민의힘 총선 후보자 8명은 “이 대사는 지체없이 자진 귀국해 공수처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전날(17일) 한동훈 위원장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위원장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장 회의에서도 이 대사 문제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이종섭 리스크’가 총선의 악재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인데, 대통령실은 이 같은 우려에 상반된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흔들리는 여론에…여권 내 감도는 긴장감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한 위원장의 행보에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칫 야권의 ‘정치 공세’에 여당과 정부 모두 휘말릴 여지를 한 위원장이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한 핵심관계자는 “이 대사와 관련한 인사권자(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받을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여권에선 대통령실이 이 대사를 유임시키는 대신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이 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사퇴시키는 선에서 당과 타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를 근거로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 나경원·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도 황 수석의 거취 결단을 요구하고 나서자,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도 ‘황 수석 경질’ 여론을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대사 유임을 여당 지도부가 수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대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8일 발표됐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1~1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8.6%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 조사보다 1.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지난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에서는 국민의힘이 4.0%포인트 내린 37.9%, 민주당이 2.3%포인트 하락한 40.8%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인사 논란, 과일·채솟값 등의 인상 여파에 따른 장바구니 민심 악재 등이 변수로 등장해 40%대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사 거취가 도화선이 돼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설이 불거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월21일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후 1월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함께 점검하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정당 지지도 및 정당 지지도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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