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나눔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묻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4 13:00
  • 호수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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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 어른연구소 대표의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

한 사회에서 가장 막막한 단계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이다. 세대로, 지역으로, 심지어 성별로 서로가 싸운다면 그 사회는 이미 신뢰를 잃은 사회다. 축제가 돼도 부족한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 앞에 한국의 모습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등불을 든 사람들도 있다. 인문학자 김경집 어른연구소 대표가 신간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를 통해 누구보다 곡진하게 이 질문을 던진다. 사는 게 혼란스럽고 힘겨울 때마다 나를 깨우고 삶에 희망을 주는 사람, 나눔,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김경집 지음│그래도봄 펴냄│268쪽│1만9800원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김경집 지음│그래도봄 펴냄│268쪽│1만9800원

이야기 중심으로 26편을 담아놓은 이 책을 읽은 이라면 앞서의 표현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람들 간 신뢰에 관한 이야기다. 그 신뢰에서 가장 큰 기초는 가족이다. 부모와 자식 간, 형제자매 간, 친척 간에 신뢰가 없는 사람이 생면부지의 이웃이나 지역에서 신뢰를 갖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청소하는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고마움, 에베레스트 8000m 고지까지 올라가 쓰레기를 치우는 한왕용 등산가, 또 장학금을 주려는 자신의 이야기 등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말한다.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다. 의외로 우애를 찾기가 예전 같지 않은 듯한 풍토는 형제가 많고 적은 문제는 아닐 것이다. 누나들이 베푼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제 잇속에만 마음이 먼저 닿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저자는 세 번의 사반세기를 채우는 중에 겪은 일, 듣거나 본 것, 전해 들은 이야기, 책을 읽다 적어둔 감동의 순간들을 ‘사람’ ‘나눔’ ‘연대’로 나누어 담았다. 따뜻한 마음과 속 깊은 배려를 통해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와 힘이 되는 사람들, 소박하지만 자신의 경계 안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사회구조를 바꾸고 그 변화를 통해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가족 이외에도 가난한 농부지만 더 가난한 시인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사업 실패로 남들 눈을 피해 성묘를 다녀와야 하는 친구를 위해 미리 벌초를 해주는 친구 등 내가 누군가의 벗이라는 자체가 이미 충분히 행복한 일이라고 말해 준다.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서는 공감 뉴런이 진화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경쟁에서 이기거나 평소에 갖고 싶던 걸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짜릿하지만 잠깐뿐이다. 이때의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비슷한 걸 다시 경험해도 이전의 행복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이를 도와줬을 때 느끼는 행복은 그 강도가 강렬하지는 않지만 매우 오래간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보다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선택하게 되고 그런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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