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해진 ‘조용한 공천’…이철규-한동훈 내전에 與 ‘전전긍긍’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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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비례대표 공천 불투명…당 지도부, 약속 지키지 않아” 韓 저격
총선 D-21 공천 갈등에…與 후보들 “분열은 공멸” 위기감 팽배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에서 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에서 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21일 앞두고 여권 내 분열이 이는 모습이다. 이철규 의원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공개 충돌하면서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아는 친윤석열(친윤)계 복심 이 의원이 한 위원장을 비판하고자 나서자,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 내홍이 가져올 여론의 변화에 여권 후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이자 공천관리위원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여의도 국회 앞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초 국민의힘에서는 비례대표를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고심하여 결정한 후 국민의미래로 넘기기로 뜻을 모았으며 그리 말했다”며 “그런데 당 지도부(한동훈 비대위)에서,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저는 당 공동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비례 공천 과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어떤 분들은 ‘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자 공관위원이 국민의미래 공천에 반응하느냐, 월권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러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 모두가 다 월권이고 모두 다 잘못된 것 아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규에 근거해 비례추천제와 관련 비대위원장과 사무총장, 그리고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에게 당을 위해 헌신해오신 분들, 특히 호남 지역 인사, 노동계, 장애인 종교계 등에 대해 배려를 개진한 바 있다”며 “그건 밀실에서 제가 권한 없이 청탁한 게 아니라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책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친윤계 복심 이 의원이 한 위원장을 공개 저격하자, 정치권에선 이른바 ‘윤심’도 한 위원장에게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평소 윤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개인행동’에 나섰을 리 없다는 시각에서다. 여권 일각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 ▲황상무 수석 사퇴·이종섭 대사 귀국 ▲장예찬‧도태우 후보 공천 취소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번 재배치 등 다양한 현안에 걸쳐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의 이견이 계속됐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반발에 거리 두는 韓…후보들 ‘좌불안석’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1차 당정갈등’에 이어 공천을 두고 ‘2차 당정갈등’이 발발할 우려가 커지자, 한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취재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이 의원의 기자회견 소식에 별도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확인됐다. 한 위원장은 21일 계획된 대구‧경북(TK) 후보자 지원 유세에만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한 위원장은 이 의원 기자회견에 앞서 “비례대표를 정하는 절차는 시스템 공천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며 “총선 20일 남겨 놓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운명공동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이 의원과 공개 충돌했던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이날 이 의원 기자회견에 대해 “우선 총선을 20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일일이 반박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선거 승리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 남은 기간 힘을 모아주시고, 후보가 되신 분들은 국민들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 내 분열이 일면서 여권 후보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감돈다. 가뜩이나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출국 여파 등으로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공천 갈등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서울 지역구에 출마한 여당 한 후보는 “AI(인공지능)가 공천을 하지 않는 이상 이견을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논쟁이 울타리 밖을 벗어나는 순간 이건 공멸의 지름길을 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벤치클리어링’이 우리 편끼리 발생하면 ‘선수’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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