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사수’ 전재수 對 ‘험지 탈환’ 서병수…서부산 북구갑 ‘낙동강 매치’ [총선 빅매치]
  • 부산=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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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대결로 ‘낙동강 벨트’ 핵심지…국힘, 5연승 후 최근 2연패
전재수 “정쟁 대신 바닥민심”…서병수 “시정 경험으로 미래도시”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4·10 총선을 16일 앞두고 여당의 연이은 악재로 부산 민심이 출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부산 내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낙동강 벨트’(부산 북구·강서구·사상구·사하구, 경남 김해·양산시)는 10개 선거구 중 절반이 오차범위 내에서 여야 간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 북갑은 강서구가 빠져나가는 등 선거구 변화를 겪으며 더욱 앞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앞서 북·강서갑은 부산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보수당의 텃밭으로 분류됐다. 정형근·박민식 전 의원이 이 지역에서만 1996년부터 내리 5연승을 거뒀다. 이렇게 20년간 이어져온 보수왕조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멈춰 섰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재수 의원이 박 전 의원을 11.85%포인트 격차로 이기며 지난 8년의 패배를 설욕한 것이다. 전 의원은 4년 전 박 전 의원과의 두 번째 매치에서도 2.01%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두며 지역 수성에 성공했다.

전재수 의원은 이번에도 북갑 출마로 3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에선 전 의원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던 박민식 전 의원이 서울 강서을로 선거구를 옮긴 대신, 해운대구·기장군갑과 진구갑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이 ‘험지 탈환’을 위해 직접 나섰다. 전 의원은 본인의 지역에서 이룬 성과와 평판을 내세웠고, 서 의원은 전임 부산시장으로서 시정 경험과 중진 메리트로 ‘현역 매치’ 승부수를 띄웠다.

두 후보는 현재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일보 의뢰로 지난 18~19일 부산 북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후보는 49.9%, 서 후보는 42.8%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공약 유세와 민심의 흐름에 따라 결과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셈이다. (무선 ARS조사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낙동강에 민주 바람 분다” “이재명당 대신 정부 지원”

시사저널은 총선을 16일 앞둔 25일, 북갑 관할구역 내 구포시장과 덕천역, 만덕역 일대를 찾았다. 이날 전재수·서병수 두 의원도 출근길 시민들과 스킨십하며 본격 유세에 나섰다. 전재수 의원은 만덕역 인근의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사무실로 돌아와 지지자들의 민원을 청취했다. 그 과정에서 한 주민은 전 의원의 손을 잡으며 “지금 낙동강 전역에 (민주당세) 바람이 불고 있다”고 상기된 반응도 보였다.

주민들은 지역을 지켜온 현역 전재수 의원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놓았다. 택시기사 황아무개(59)씨는 “전 의원은 지역관리를 워낙 탄탄하게 해서 상당히 안정권”이라며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더분하고 친근해서 평판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구포시장에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60대 김아무개씨도 “전 의원은 선거철에만 보여주기 식으로 시장을 방문하지 않고, 평소에도 단골로 오며 힘든 건 없는지 물어본다”며 “서민의 편에 서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도 이날 아픈 몸을 이끌고 마스크를 쓴 채 덕천역 지하철 유세에 나섰다. 그는 지하철 출구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마다 “희망찬 북구를 만들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며 인사했다. 이에 화명동에 거주하는 여성 정아무개(48)씨도 서 의원에게 다가가 악수하며 “이번 총선에서 여당과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겠다. 의원님도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서 의원을 무심히 지나친 다른 시민은 “여당에서 왜 서병수 의원을 전략이라면서 뚱딴지같은 곳으로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진정성도 잃고 서 의원에게도 마이너스”라고 혹평했다. 택시기사 황아무개씨도 “부산진구에서 잘하던 사람을 일부러 험지로 빼낸 결과가 무엇이냐”며 “하태경·장제원 의원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결국 개혁은 빈껍데기고 진정성은 남지 않았다”고 집권여당을 직격했다.

윤석열 정부 지지·심판 여부에 대한 의견도 팽팽하게 대립했다. 덕천역 인근에서 만난 김아무개씨는 “고물가로 인한 민생도 힘들지만, 여기에 대통령의 잘못이 누적되면서 국민들도 분노가 쌓였다”며 “대통령을 탄핵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근 당정 갈등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감동마저 없다”고 직격했다. 반대로 앞선 화명동 주민 정아무개씨는 “윤석열 정권을 지지해줘야 한다”며 “이재명당은 범죄 혐의를 방탄해놓고 어떻게 선거판에 나올 수 있나. 또 항상 정부 발목만 잡은 만큼 이번엔 정부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부산 북구에 위치한 덕천역 일대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25일 부산 북구에 위치한 덕천역 일대를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전재수 “1000만 방문객으로 2000억”…서병수 “낙동강 관광시대 열겠다”

이처럼 민심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 후보는 모두 ‘민심 맞춤’ 공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다만 양측의 공약 우선순위는 다소 달랐다. 전재수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 만나 ‘금빛노을브릿지’ 등의 인프라 구축을 성과로 내세우며, 여기에 ‘경부선 철도지하화 숲길’과 ‘금빛노을강변공원’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서울 경의선 숲길처럼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며 ‘새로운 랜드마크’ 만들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 의원은 이를 위한 과제로 ‘경부선 철도 지하화’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 ‘감동나루길 리버워크’는 물론, 수영장을 포함한 북구 복합문화체육센터 등 문화·복지 인프라도 건립하겠다고 했다. 또 덕천역의 고질적 문제였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완공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북구는 크게 바뀔 준비가 돼있다”며 “북구 1000만 방문객, 2000억 경제효과 시대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5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25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서병수 의원도 교통 개선과 지역 개발을 공약했다. 그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와 ‘낙동강 리버시티 조성’을 내세우며 “덕천역 일대에 조성될 복합환승지구를 관광형 쇼핑타운으로 변모시켜 서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폐선 부지를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미래형 도시 거점 지구로 조성하고, 화명생태공원 인근 부지는 테마공원으로 조성해 대규모 낙동강 관광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서 의원은 ‘서부산 고속철도 건설’을 통해 구포역을 서울의 수서역처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수영장을 포함한 스포츠문화컴플렉스 건립은 물론, ‘북구 글로벌 빌리지’ 조성을 통해 북구를 영어도서관과 체험시설을 갖춘 명품교육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북구는 창업·관광·문화벨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낙동강 핫플렉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후보는 각자 본인들이 ‘북구를 발전시킬 최고의 일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 의원은 “북구를 위해 일할 일꾼은 전재수다. 정쟁 대신 ‘바닥 민심’을 꼭 챙기겠다”며 “북갑을 토대로 낙동강벨트는 물론 PK의 다른 지역에도 좋은 영향이 번지고 있다. 민주당의 부산 전체 판세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반면 서 의원은 “그동안 전재수 의원이 지킨 북구는 부산의 변방이었다”며 “저는 일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시정 경험을 통해 북구를 서부경남권의 중심도시, 미래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5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덕천역에서 지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병수 의원실 제공
25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덕천역에서 지지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병수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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