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나선 NH證 윤병운…당면 과제는 ‘첩첩산중’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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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주총서 윤병운 대표…‘정영채 라인’ 평가
파두‧ELS‧지배구조 리스크에 내부단속 과제 직면
선임 과정서 중앙회와 불협화음…돌파구는 ‘책무구조도’ 도입

NH투자증권이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윤병운 대표이사 선임 안을 의결했다. 윤 신임 대표는 전임 정영채 대표와 20년 동안 동고동락 한 인물로, 평사원으로 입사해 IB(투자은행) 부문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정 전 대표 산하 6년 동안 NH투자증권은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옵티머스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에 휘말리는 등 내부통제에 부실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새롭게 수장 자리에 오른 윤 대표로선 증권업 불황의 허들을 넘어 실적을 키우는 동시에 내부 단속도 강화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NH투자증권이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윤병운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을 의결했다. ⓒ 시사저널
NH투자증권이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윤병운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을 의결했다. ⓒ 연합뉴스·NH투자증권 제공

‘정영채 시대’ 6년 지고 ‘윤병운 시대’ 맞은 NH證

NH투자증권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윤병운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자리에서 정영채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진행해, 윤 대표를 “자본시장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앞서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윤 대표는 신임 사장 후보로 최종 추천한 바 있다.

윤 대표는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기업금융팀장, 커버리지 본부장 등을 거쳐 IB1‧2사업부 대표(부사장)까지 올랐다. 경력 대부분이 주로 기업금융에 특화돼, ‘정통 IB맨’이란 평가를 받는다. 사내에선 ‘정영채 라인’으로 통하던 인물이기도 하다. 정 전 대표 산하에서 NH투자증권은 2021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길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는데, 윤 대표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실적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NH투자증권은 ‘통 큰 주주환원’에 나서며 실적을 증명했다. NH투자증권은 윤 대표 낙점과 동시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별도 당기순이익 증가분 965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는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이 합병해 NH투자증권으로 출범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NH는 지난해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7200억원, 순이익 550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기준 업계 3위로, 이 같은 실적이 통 큰 주주환원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 관련 3차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3월 25일 오후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자들이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한 중징계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1년 3월25일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자들이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한 중징계 등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병운號, 실적 입증보다 내부통제 강화 급선무

다만 당장 급한 과제는 내부 단속이다. NH증권의 실적은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내부통제 이슈에서는 옵티머스 펀드 불완전판매 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진 파두 사태 불공정거래 의혹,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특히 윤 대표 선임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지주사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 간 불협화음이 연출됐다는 점도 악재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맨’ 출신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농협금융지주는 윤 대표를 추천하면서 공방전이 벌어졌다. 윤 대표로선 갈등을 수습하고 그룹 차원의 신임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NH투자증권이 고안한 조치는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이다. 지난해 12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증권사의 경우 내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로,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아울러 윤 대표는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전국 지점을 순회하며 내부 통합에 나설 전망이다. 윤 대표는 오는 28일부터 서울 마포구 소재 회사 고객지원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모든 지점 순회 방문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취임사로 “저는 CEO임과 동시에 영업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맹목적인 수익추구보단 내부통제절차를 실효성 있게 구축하고 임직원의 책무를 정교하게 설계해 정도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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