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이어 대구까지 흔들…전문가들이 본 ‘조국 바람’ 이유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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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호남‧중도 넘어 TK서도 비례 지지율 20% 기염
“투표 포기했던 ‘반윤비명’ 결집” “역내로남불”…‘두 자릿수 의석’ 전망
조국혁신당 조국대표가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대표가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파동, 막말 논란, 이종섭 주호주대사 등 용산발 리스크. 이들과 더불어 4‧10 총선 정국을 뒤흔든 핵심 ‘변수’로 빠짐없이 지목되는 존재가 있다. 조국혁신당. 당명을 확정짓고 창당대회를 연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10석 이상의 의석을 노리며 양당을 긴장케 하고 있다. 2심서 유죄를 선고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조국 대표의 ‘사법리스크’마저 상쇄해버린 ‘조국 돌풍’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조국혁신당의 부상은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호남에서 40%를 돌파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을 꺾고 1위를 한 조사들이 발표된 데 이어,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도 심상찮은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1명에게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할지 물은 결과(22일 발표, 전화 조사원 방식으로 진행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14.3%), 조국혁신당은 부산‧울산‧경남(PK)에서 22%를 기록해 더불어민주연합(19%)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대구‧경북(TK)에선 20%를 기록해, 9%에 머문 더불어민주연합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거대 양당과 제3지대 신당들에 실망해 요지부동이던 ‘중도층’ 유권자의 움직임은 더욱 역동적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21~22일 전국 성인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25일 발표,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4.3%,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조국혁신당은 양당 비례 정당을 꺾고 33.1%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의미래는 26.3%, 더불어민주연합은 19.3%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조국혁신당 부상의 1‧2등 공신은 윤석열‧이재명?

시사저널이 26~27일 취재한 전문가 5인은 전부 조국혁신당이 최소 1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젠 지민비조가 아니라 비조지민”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지역구 후보를 뽑으러 투표장에 가서 조국혁신당으로 비례대표 ‘교차투표’ 하는 것이 아니라, 투표장에 안 가려 했던 사람들이 조국혁신당을 찍으러 가서 ‘지민’하는 분위기로 반전됐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소극적 지지층 또는 중도‧무당층을 투표소로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를 ‘반윤비명’의 결집이라고 분석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3월 초만 해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일정 파이를 나눠 먹는 수준이었는데, 점점 그 파이가 확장되는 현상을 보였다”며 “이는 야권 지지 성향의 중도층이 새롭게 합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에 동의하지 않는 동시에 이재명 대표에도 비판적이어서 투표를 포기한 이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조국혁신당의 부상 덕에 PK등 전국적으로 혼전인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들까지 다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민주당으로선 아주 ‘땡큐’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재명 대표에 반감을 갖고 있는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 도저히 국민의힘은 찍기 싫고 이재명의 민주당도 싫어 주저했던 유권자들에게 뚜렷한 선택지가 하나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반윤비명’의 결집이 PK에서 이뤄져 야권이 4년 전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소장은 “PK엔 기본적으로 범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45% 정도 잠재돼 있다. 친노무현‧친문재인, 즉 비이재명 성향을 가진 이들이 다수”라며 “이재명의 민주당은 그동안 이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유권자들을 다시 동하게 한 게 바로 부산에 연고가 있는 ‘친문’ 조국”이라며 “조국 찍으러 간 이들이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를 뽑을 테니 민주당은 4년 전 PK 8석보다 더 많은 의석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돌풍의 가장 본질적인 동력은 결국 강한 ‘정권심판’ 여론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국혁신당이 이달 초 창당 후 서서히 상승세를 타던 무렵, 용산발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대통령실 수석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더 큰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종섭 대사의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이태원 참사’ 이후 무의식속에 잠자고 있던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가 본격화됐다”며 “그런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정권 심판을 가장 선명하게 내걸고 등장하니 바람을 탄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조국의 2심 유죄가 오히려 설득력 더했다”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 나아가 윤 대통령‧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비교 효과’가 톡톡히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유 대표는 “조 대표는 ‘정권심판론’에 있어 국민들로부터 일종의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국 개인의 핸디캡은 분명 있지만 ‘그동안 많이 당했다’는 연민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천 소장은 동정론과 함께 ‘역(逆)내로남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조 대표가 오래 수사를 받고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상태이기에, 그의 정권심판 목소리에 더욱 설득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유권자들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및 디올백 의혹, 주가조작, 그리고 한동훈 위원장의 딸 관련 의혹을 보며 ‘당신들은 왜 조국처럼 조사나 재판 안 받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형선고를 받았던 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가 사형제 폐지를 얘기하면 설득력을 얻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 대 한동훈의 대결 구도에선 이 대표의 이러한 문제 제기는 별다른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조 대표가 얘기하면 설득력이 있다”고도 부연했다. ‘방탄’ 논란을 이어 온 이 대표와 달리, 충분한 수사와 재판을 받은 조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상쇄되고 있는 이유란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멈출 줄 모르는 조국 돌풍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했다. 유 대표는 “조국혁신당이 이 같은 기세를 몰아 최근엔 ‘대한민국을 구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며 “이 점은 중도층 등 일부 유권자들에겐 ‘뜨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배부른 상태에서 오버가 나오지 않게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여론조사들엔 기본적으로 야권 지지층이 과다 표집돼있다. 조사에 응하지 않는 ‘샤이 보수’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돌풍과 달리)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일정한 파이 안에서 나눠먹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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