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대위 ‘시너지’ 실종? 한동훈號 ‘자중지란’ 위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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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표 현수막’에 한동훈 제동…용산 ‘의대증원’ 안철수 비판
‘이종섭 논란’ 두고도 이견…“당 지지율 침체에 분열 시작” 지적도

‘원팀’을 외치며 출범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총선 2주를 앞두고 분열하는 양상이다. 전국에 게시할 캠페인 문구를 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간의 이견이 표출된 가운데, 정치 현안을 놓고도 공동선대위원장 간 충돌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선대위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선대위가 ‘이종섭 논란’ 등을 두고 전혀 다른 메시지를 발표하자, 현장에서 뛰는 여당 후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들과 맞잡은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들과 맞잡은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전략 두고 ‘한 지붕 두 목소리’?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밤 전국 시·도당에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의 정당 현수막 게첩을 윤재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명의의 ‘긴급 지시’로 내려보냈고, 시·도당은 이를 각 후보자 선거사무소에 전파했다.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전날 같은 내용의 정당 현수막 게첩을 지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현수막은 정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설치하는 광고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8일부터 사용할 수 없다. 단 이틀이라도 ‘종북세력’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을 전국에 게첩해야 한다는 게 윤재옥 위원장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당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TK(대구‧경북)를 비롯한 ‘집토끼 유권자’를 결집시켜야 한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 ‘긴급 지시’는 또 다른 ‘긴급 지시’로 제동이 걸렸다. 한동훈 위원장이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현수막 철회를 지시하면서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여당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묵은 종북 프레임이 여론을 더 악화시킨다는 후보들의 우려에, 한 위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48시간 동안 지도부 내에서 2개의 긴급지시가 내려오자 현장 후보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격전지로 분류되는 수도권 지역구의 한 여당 후보는 “홍보 문구 하나, 현수막 하나에 후보들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며 “긴급 지시까지 내릴 정도면 그만큼의 전략적 배경이 있었어야 하는데, (철회됐다는 것은) 내부 검토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 현안을 두고도 지도부 간 이견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이른바 ‘도피 출국’ 논란이 불거진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거취를 두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분(이종섭)이 어디 호주 가서 도피할 수 있나. 공무원이기 때문에 자기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며 “대한민국에서는 그게 큰 이슈지만, 사실 외국 사례 같으면 이슈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촉구한 한 위원장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관련해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도 2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저는 그 일이 생기자마자 국민 시각에서 ‘조치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이 대사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나아가 안철수 위원장은 ‘의대 정원’을 두고 대통령실과도 대치하는 모습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의 2000명 증원은) 절대 성역은 아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다”라며 “(증원 규모) 4000명도 2000명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다 주먹구구식”이라고 대통령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반면 같은날 인 위원장은 “며칠 내로 (정부와 의사협회 간) 좋은 대화의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 긍정적으로 본다”고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정부 여당 위기에 반발 목소리 커져”

당 지도부의 계속되는 충돌에 여권 일각에선 지도부의 ‘리더십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동훈 원톱’ 체제와 달리 총선을 앞두고 선대위원장의 역할이 분산되면서 메시지 전달이나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침체되자 이른바 ‘윤석열‧한동훈 레임덕’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권심판론’이 쉽사리 불식되지 않자, 선대위 내부와 일부 후보들이 자신만의 전략, 개인기로 승부를 보려한다는 시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통령실과 여당 비대위, 선대위, 후보들이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는 양상”이라며 “한동훈 위원장을 향한 지지율이 당으로 전환되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 증원과 이종섭 대사 논란을 거치며 윤 대통령의 리더십도 위기에 봉착했다. 일부 선대위원과 후보들이 (지도부가 아닌)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공동선대위도 시너지를 잃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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