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따라잡기 용쓰는 여론조사
  •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
  • 승인 2011.05.0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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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중도 높이기 위한 RDD 통화 채택 등 방식 다양화 시도 이번 재·보선에서 <시사저널>-KSOI 예측이 결과에 가장 근접

 

▲ 4월27일 경기 성남 분당구에서 한국리서치 관계자들이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상대로 출구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마 후보와 정당만이 선거 때 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함께 시험장에 들어간다. 선거 후 낙마한 후보는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예측을 실패한 조사 기관들이 위로받는 경우는 없다. 이번 4·27 재·보선에서는 여론조사가 실제 결과와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3월31일 <시사저널>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는 최종 선거 결과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당시 본지 여론조사는 전체 네 곳 가운데 강원을 제외한 분당 김해 순천 등 세 곳에서 당선자 예상을 적중시켰다). 오히려 지난해 정확성을 자랑했던 출구조사가 체면을 구겼다. 선거 기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팽팽한 긴장이 계속되었고 실제 결과에서도 2~5% 이내의 박빙 승부를 연출했다. 오차 허용 범위를 고려할 때 대체로 여론조사가 이러한 접전 양상을 적절히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강원도 결과를 예로 들면서 이번에도 여론조사가 헛발질을 했다고 비난하지만 이것은 수용하기 어려운 지적이다. 독일, 미국 등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 108조에서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선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르는 선거 막판 1주일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이다. 특정 사건으로 판세가 출렁일 수 있다.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측의 불법 선거 논란이라는 초대형 사건이 터졌다. 실제 각 캠프와 정당에서 실시한 공표 금지 기간의 조사 결과들은 후보 간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졌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해당 사건이 있기 전의 조사 결과와 최종 결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한편 이번에는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의 예측 실패 ‘대참극’ 후 지적된 가장 큰 문제는 표본 추출 틀로 사용하는 전화번호부가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가구 등재율이 50%에도 미치지 않아 전화번호부에 없는 가구들은 조사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대표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숨은 ‘40대 표심’ 읽는 데 유효

이에 대해 온라인과 휴대전화 조사, 거주 지역과 성·연령 외에 직업과 학력까지 실제 인구 특성 비율에 맞추어 표집하는 방안, 기존 전화번호부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었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전화번호부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자 이른바 RDD, 즉 임의 걸기 방식이 활용되었다. 해당 지역의 국번을 확인하고, 있을 수 있는 모든 전화번호를 생성한 후 무작위로 번호를 추출해 조사하는 방식이다. 전화번호부 비등재율은 40대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이들 40대는 과거 보수적 성향을 지니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진보적 이슈에 더 호응하는 경향을 드러내면서 지난 지방선거 오차 발생의 주요인이었다. 그런데 RDD 방식은 40대 조사에서의 이런 표심 왜곡 현상을 일정 부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사 결과에 대한 과잉 해석 문제도 해결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조사 결과는 참조 자료 중 하나라는 인식이 좀 더 강화되어야 한다. 근대적 여론조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갤럽(George Gallup)이 “조사의 최종 결과는 어떤 의미에서도 선거 예측 혹은 예언이 아니다”라고 일갈했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이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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