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普洱茶)의 가치를 결정짓는 3대 원칙
  •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3.06 08:00
  • 호수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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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Tea Road] 유기농·가공방식·숙성환경 따라 천양지차로 맛 갈려

보이차(普茶)는 운남(雲南)의 소수민족이 대대로 만들어 즐기던 변방의 차였다. 청나라 황실공차로 보이차가 중원에 알려지며 치료효과와 효능을 기술한 문헌이 많아졌다.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를 비롯해 《물리소지식(物理蘇知識)》 《백초경(百草經)》 《사모채방(思茅採訪)》 등에 부작용 없는 만병통치약처럼 보이차가 소개돼 있다. 현대에 와서는 보이차의 약리작용과 치료효능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며 과학적 분석과 임상시험을 통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보이차 숙성고 안에 제습을 위해 숯과 천연제습제를 배열해 놓은 모습 ⓒ 서영수 제공
보이차 숙성고 안에 제습을 위해 숯과 천연제습제를 배열해 놓은 모습 ⓒ 서영수 제공

보이차 치료효능 임상시험 통해 사실로

보이차의 대표적인 성분 중 하나인 카테킨(Catechin)은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이다. 폴리페놀은 신체세포를 노화시키는 활성산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산화 기능과 항암, 항균작용이 뛰어나다. 체지방을 줄여주는 감비차(減肥茶)로 알려진 보이차의 맛과 품질을 결정짓는 3대 원칙은 재료, 기술, 보관이다. 우선 좋은 찻잎을 재료로 선택해야 한다. 재료가 좋다면 차를 만드는 가공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장기보존하며 마시는 보이차는 다른 종류의 차에 비해 보관방법이 중요하다.  

보이차의 가치를 결정하는 3대 원칙 가운데 하나인 좋은 재료가 아닌 것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듬뿍 사용한 찻잎이다. 대량생산하기 위해 넓은 평지에 밀식 재배하는 기지차(基地茶)와 경사진 산비탈에 계단식 차밭을 조성해 키우는 대지차(臺地茶)는 농약과 화학비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운남성농업과학원차엽연구소에서 개량한 국가급 우량개량종 차나무 ‘운항10호’와 ‘운항14호’는 추위에 강하고 생산량이 많아 밀식 재배하는 대규모 차밭에서 선호한다. 

보이차에 잔류하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경계하는 소비자를 고려해 대규모 차밭도 요즘은 유기농법과 간벌을 해서 안전한 차를 만들 수 있는 건강한 찻잎을 생산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자연림 속에 흩어져 있는 형태로 크는 생태차나무는 100년 이상 되면 고차수(古茶樹)라 부르며 최고급 보이차로 인정하는 고수차(古樹茶)를 만드는 모차(毛茶)로 사용된다. 최근 중국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비료와 농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고수차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보이차가 노차(老茶)가 되려면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지만 진품을 구하기 힘들고 진품이라 할지라도 곰팡이와 습(濕)으로부터 자유로운 노차가 드물다. 이를 알게 된 중국 소비자들이 고차수의 어린잎을 순료로 한 고수차를 선호하기 시작하며 고수차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상승했다. 인기 차산의 올해 고수차 모차 가격은 1kg에 800만원을 뛰어넘기도 했다. 고수차는 중국 부자들에게 건강관리와 부를 과시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보이차는 찻잎을 채취해 수분을 날리며 시들기를 기다리는 위조(萎凋)와 뜨거운 솥으로 숨죽인 찻잎을 덖는 살청(殺靑), 그리고 세포막을 파괴하기 위해 덖은 찻잎을 비벼주는 유념(捻)과 햇볕에 말리는 쇄청건조(灑菁乾燥)를 해야 1차 가공이 끝난다. 1차 가공이 끝난 모차(毛茶)를 틀에 넣고 고온의 수증기로 부피를 줄여 면포에 싸서 압력을 가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건조시키면 생차(生茶)가 완성된다. 보이차 중 숙차(熟茶)는 모차를 쌓아놓고 미생물 발효를 촉진하기 위해 물을 뿌려가며 강제로 숙성시키는 조수악퇴(潮水渥堆)발효 기법을 사용해 만든다. 찻잎을 따는 순간부터 기계를 사용하는 대량생산 방식과 전체 공정을 수공으로 하는 전통기법에 따라 완성된 차의 품질도 달라진다.   

보이차는 동시에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사람이 만들었어도 보관 장소와 방법에 따라 맛이 천양지차이며, 가격 또한 편차가 크다. 최고의 보이차는 좋은 찻잎을 가지고 숙련된 기술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왔을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오래 묵힐수록 맛이 뛰어나다는 뜻의 월진월향(越陳越香)은 보이차의 핵심 포인트이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보관한 ‘시간의 양(量)’에만 관심이 있다. 어떠한 환경에서 보관해 제대로 숙성했는지를 뜻하는 ‘시간의 질(質)’에는 무심하다. 

중국 동관시의 쌍진보이 대표 진영당씨 ⓒ 서영수 제공
중국 동관시의 쌍진보이 대표 진영당씨 ⓒ 서영수 제공

‘보이차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손자가 마신다’는 말처럼 장기보존이 가능한 차다. 시간의 양보다 시간의 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개척을 한 진영당(陳永堂)을 만나러 필자는 ‘쌍진보이(雙陳普)’가 있는 동관(東莞)시로 갔다. 세계 최대의 차 시장이 있는 광동성(廣東省) 광주(廣州)의 방촌(芳村)시장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쌍진보이’는 보이차를 단순하게 보관만 하는 창고가 아닌 제대로 숙성시키는 과학적 개념을 도입해 보이차 보관에 혁명을 일으킨 선진 기술 전문기업이다.

보이차를 상인들이 보관하는 방식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일반 창고에 보이차를 그냥 쌓아놓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온다습한 환경의 창고에 보이차를 넣거나 물을 뿌려 단기간에 외형을 산화시켜 발효가 잘된 노차처럼 속여 팔기 위한 작업용 창고다. 대다수 상인들은 “보이차는 오래 묵힐수록 좋다”고 선전하며 팔면서도 보이차를 제대로 보관하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진영당은 같이 생산된 보이차라도 보관 방식에 따라 맛의 변화가 천양지차라는 사실을 깨닫고 1992년부터 보이차 보관 연구에 매진했다. 

보이차와 무관한 일을 하던 진영당은 시행착오와 각고 끝에 잡미가 없이 향기가 깔끔하고 탕색도 농후하며 구감이 좋은 중량감 있는 보이차 숙성의 저장방법을 찾아냈다. 1995년 자신의 첫 번째 보이차 숙성 차창고를 시범 건립하면서 ‘쌍진보이’를 창업했다. 8개 저장창고의 총면적이 14만㎡를 넘어선 ‘쌍진보이’는 현재 창립 당시보다 480배 큰 보이차 숙성고를 운영하고 있다. 숙성고는 온도변화와 습도에 민감한 보이차를 위해 사각형의 건물 안에 또 하나의 건물이 들어간 형태였다. 


“보이차는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

보이차 숙성창고는 육중한 이중철문으로 된 보안문을 통과해야만 숙성고로 가는 복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중창 너머로 보이는 숙성고는 숯과 횟가루로 습기를 잡고 있었다. 실내온도를 조절하며 대형 송풍구를 통해 공기를 순환시키며 대류현상을 활용하고 있었다. “숙성고 안에서 살아도 되겠다”는 필자에게 진영당은 “보이차를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로 대한다. 숙성저장 과정은 살아 있는 차의 진화(陳化) 과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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