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핸즈코퍼레이션, 최근 4년간 산재 78건 터져
  • 인천 =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19.03.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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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업종 대비 산재율 최대 9배 높아…컨베이어 작업장서 안전사고 잦아
근로강도 높아 근골격질환자 속출…“근로자 늘리고, 근무시간 줄여야”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핸즈코퍼레이션 본사 안내데스크. ⓒ 이정용 기자
인천 서구 가좌동의 핸즈코퍼레이션 안내데스크. ⓒ 이정용 기자

설 연휴를 앞둔 2월2일 오후 11시쯤. 인천시 서구 가좌동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A(51)씨가 컨베이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서부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의 조사결과, 안전보건관리 책임자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국내 1위, 세계 5위의 자동차 휠 생산능력을 보유한 ‘핸즈코퍼레이션’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은 2015년에 산업재해(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사업장으로 손꼽혔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가 불량한 사업장에 대해 엄정한 감독과 사법처리 등을 통해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핸즈코퍼레이션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고’ 공염불…산재 잇따라 발생

시사저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의원(정의당)실을 통해 2016~2018년까지 핸즈코퍼레이션에서 발생한 산재의 현황과 경위, 상해종류 등의 내용이 담긴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자료는 근로복지공단이 핸즈코퍼레이션의 제1공장·제2공장·제3공장·제5공장·금형사업부 등 5곳의 공장별 사업장 법인등록번호를 기준으로 추출한 통계자료다.

핸즈코퍼레이션 5곳의 공장에서 최근 3년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된 산재는 사고 37건, 질병 18건 등 총 55건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중 사고 37건과 질병 12건 등 49건을 산재로 승인했다.

공장별로는 제1공장에서 16건이 발생했고, 제5공장 15건, 제3공장 9건, 제2공장 8건, 금형사업부 1건의 순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6년에 20건이 발생했고, 2017년에 12건, 2018년에 17건이 접수됐다. 핸즈코퍼레이션 사업장에서 매월 1건 이상의 산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은 산재가 꾸준히 지속된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2015년에 산재·사망사고가 잦은 사업장 264곳을 발표했다. 핸즈코퍼레이션은 당시 산재율이 높거나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등 안전보건관리가 소홀했던 사업장으로 꼽혔다. 무려 29명의 산업재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78건의 산재가 터진 것이다.

공장별로는 제5공장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제1공장과 제2공장에서 각각 9명이 발생했다. 이는 3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전국의 사업장 중 가장 많은 규모다. 특히 전체 근로자 중 재해 근로자의 비중을 따지는 재해율은 규모별 동종 업종의 평균치(0.31~0.41%)보다 최대 9배 이상 높았다. 제5공장의 재해율은 무려 3.72%에 달했고, 제3공장은 2.89%, 제2공장은 2.45%로 분석됐다.


컨베이어 작업장 사고 빈번…안전관리 소홀

인천서부경찰서는 A씨의 사망사고 이후 핸즈코퍼레이션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B(46)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도 B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이 안전관리를 소홀해 했다는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컨베이서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7월3일 오전 8시55분쯤 제3공장에서 컨베이어를 수리하던 C씨가 왼손 검지와 중지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C씨는 파손된 컨베이어 롤러를 교체하기 위해 컨베이어의 스위치를 껐지만, 다른 작업자가 정비가 끝난 것으로 알고 스위치를 켜는 바람에 사고를 당했다.

또 2016년 5월17일 오후 2시쯤 제2공장에서 컨베이어 체인에 D씨의 오른손이 말려들어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D씨는 선풍기 전원을 켜고 작업대로 다시 넘어오기 위해 컨베이어 상부를 잡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2014년 9월 14일 오전 1시쯤 E씨는 컨베이어에 걸린 제품을 풀어주는 작업을 하는 중 미끄러져 오른쪽 무릎이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들 사고는 모두 산재로 승인됐다.


강도 높은 근로여건…해마다 근골격질환 속출

핸즈코퍼레이션의 산재는 컨베이어 작업장 등에서 벌어진 파열이나 열상 이외에 근골격질환이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 2016년에 7건이 발생했다가 2017년에 2건으로 줄어들었지만, 2018년에는 8건이나 발생했다. 근골격질환은 근육과 뼈에 피로도가 누적돼 생기는 질환이다.

근골격질환 원인의 대부분은 자동차 알루미늄 휠 도장이나 검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핸즈코퍼레이션이 생산하는 자동차 알루미늄 휠의 무게는 10~20㎏이다. 휠을 옮기는 작업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다치거나 질병이 생겼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근무여건이 산재의 원으로 꼽히는 셈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은 110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가 3조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한번에 12시간씩 주·야를 번갈아 가면서 근무하는 셈이다. 근로자들은 근무여건을 4조3교대로 바꾸고, 근로자를 충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핸즈코퍼레이션의 한 근로자는 “많은 위험요인과 강도 높은 근로여건 때문에 늘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며 “회사의 재무상태를 보면, 산재를 줄이기 위한 인원 충원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승규 교수는 “중량물을 장시간 반복해서 옮기는 근로현장에서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개선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잦은 산재, 가중처벌 불가…노동계,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은 핸즈코퍼레이션이 산재가 잦은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수위를 높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북부지청 관계자는 “핸즈코퍼레이션이 산재가 잦다는 사실을 알지만, 별도의 가중처벌은 할 수 없다”며 “각각의 산재에 따라 법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핸즈코퍼레이션의 산재 예방을 위해 수시로 지도·관리·감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고용노동부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는 “핸즈코퍼레이션은 근무여건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부분이 많은데, 이런 것이 제대로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며 “산재사고는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발생한 산재사고는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핸즈코퍼레이션은 산재가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근무여건도 다른 제조업 사업장에 비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핸즈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조금만 아파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기 때문에 산재가 많아 보이는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산재 현황보다 사고나 질병 산재가 많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동차 휠을 생산하는 사업장들 중 2조2교대로 근무하는 곳도 있다. 근로강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며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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