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누가 장막 뒤 실체를 흐리는 걸까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0 15:00
  • 호수 15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베일에 싸인 ‘장자연 사건’ 3대 핵심 쟁점 분석

2009년 3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는 그동안 고위층에게 술접대 및 성접대를 강요받던 중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장씨가 남긴 문건에 조선일보 관계자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권력형 성 비위 사건’에 대한 은폐 시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지난해부터 1년여의 시간 동안 장씨 사건을 재조사했다. 특히 올해 ‘유일한 증언자’를 자처한 윤지오씨(본명 윤애영)가 등장하면서 장씨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한층 달아올랐다. 하지만 윤씨 증언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고, 조사단 내부의 잡음이 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진상조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2009년 당시 장씨 사건과 관련된 수사기록과 장씨 소속사인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이하 더컨텐츠)의 대표 김종승씨와 소속 연예인이었던 이미숙·송선미씨 간 전속계약 분쟁 소송기록 등을 입수했다. 여기에 윤지오씨가 등장하면서 내놓은 새로운 증언들의 내용을 더해 여전히 베일에 싸인 ‘장자연 사건’에 대한 세 가지 핵심 쟁점을 분석했다. 이는 곧 지난 2009년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1.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

장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남긴 문건 중 현재까지 전해지는 건 총 4장이다. 장씨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았다는 유장호 전 더컨텐츠 소속 매니저는 2009년 장씨 사망 직후 경찰 조사에서 “장씨가 작성한 문건을 모두 태웠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장씨 사망 1주일 후 KBS가 불에 태워진 채 버려진 장씨의 문건 일부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세상에 내용이 알려졌다. 이 문건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4장의 문건이다.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사례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문건에는 ‘조선일보 방 사장’과 ‘방 사장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이 등장한다. 이로 인해 조선일보 오너인 방씨 일가가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 외에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수차례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서 말미에는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란 문구와 함께 장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서명과 지장이 담겨 있다. 

매니저 유장호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씨가 작성한 문건은 총 7장”이라고 진술했다. 즉 현재까지 남아 있는 4장 외에 3장의 문서가 더 있다는 의미다. 유씨는 2009년 7월27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문: “최종적으로 완성된 A4용지 4장을 어떻게 하였나요.”

답: “완성된 A4용지 4장에 장자연이 작성날짜, 자신의 주민번호, 자신의 이름을 기재한 후 자신의 지장을 찍었습니다.” 

“장자연과 전화통화를 하여 만날 장소를 정한 후 2009년 3월1일 오후 7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OOO커피숍’에서 제가 장자연과 만났는데, 장자연이 저에게 3장의 편지를 주었습니다. 당시 장자연이 뭐라고 하면서 저에게 편지 3장을 주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유씨는 추가적인 3장의 편지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끝내 말하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유씨의 변호인은 법원에 제출한 변론요지서에 “장자연은 피고인 유장호에게 자신이 쓴 편지(A4용지 3장)를 주었는데, 편지의 내용은 문서로 작성된 내용이 다 사실이라는 내용, 법률적으로 잘 알아봐 달라는 당부의 내용, 김종승과 관련하여 조심해야 할 사람들 등이었다”고 밝혔다. 

장씨 사건에 대해 ‘유일한 증언자’를 자처한 윤지오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4장 외에 사람의 이름과 직함이 적혀 있는 문건이 1장과 3분의 1 정도의 분량으로 있었다”며 “사람 이름은 30~40명가량”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재 남아 있지 않은 3장의 문건에 소위 ‘장자연 리스트’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하지만 2009년 당시 장씨 문건에 대해 최초 보도한 김대오 전 노컷뉴스 기자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추가 문건에 있는 내용은 절대로 리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수사기록에 첨부된 장씨 자필 문건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수사기록에 첨부된 장씨 자필 문건

‘리스트’라 불릴 만한 내용은 정작 장씨의 자필 문건이 아닌 ‘가짜 편지’에서 등장했다. 2011년 3월 SBS는 장씨가 지인에게 작성한 편지 200여 통을 입수했고, 편지에 총 31명의 인사가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며 편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장자연 리스트’로 둔갑해 온라인을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이 편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장씨가 쓴 듯 꾸며낸 위조 편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작성자는 당시 교도소에 있었던 전아무개씨였다. 그는 가짜 편지를 쓴 혐의로 6개월의 징역을 더 복역했다. 

만약 리스트가 존재한다면, 리스트에 누가 등장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윤지오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장씨의 문건에서 ‘이름이 특이한 국회의원’과 언론인 3명의 이름을 봤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진상조사단 내부에서는 윤씨의 진술을 놓고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리스트에 누가 등장하는지 특정하게 된다면, 이후 실제 장씨에게 성폭력을 가했는지 여부 등은 재수사를 통해 가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인 호야스포테인먼트 유장호 대표가 2009년 3월18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고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인 호야스포테인먼트 유장호 대표가 2009년 3월18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2. 수사부실·외압 의혹 및 ‘조선일보 방 사장’의 실체

장자연씨의 문건에서 명확하게 등장하는 인물은 ‘조선일보 방 사장’과 ‘방 사장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이다. 장씨는 문건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김성훈(김종승) 사장님 회사에 계약을 하면서 김성훈 사장님 강요로 얼마나 술접대를 했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방 사장님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후 몇 개월 후 김성훈 사장이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과 술자리를 만들어 저에게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시키고….”

2009년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은 ‘조선일보 방 사장’과 ‘스포츠조선 대표’를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혐의를 따져봤지만 “장자연을 알지 못한다”는 방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에 ‘조선일보 사장’이라는 기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장자연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거나 성접대를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조사단이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새로운 증언이 등장했다. 4월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사단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장씨와 자주 통화하고 만났다는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다. 방 전 대표의 지인은 조사단에 “방 전 대표가 ‘(측근인) ㅎ씨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접대를 받은 것으로 꾸며줘서 사건이 잘 마무리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와 가장 가까운 사이로 2009년 수사 당시에도 진술했던 이아무개씨도 “장씨가 숨진 뒤 장씨의 다이어리에서 방 전 대표의 이름을 여러 차례 발견했으며, 과거 장씨로부터 ‘방 전 대표가 자꾸 접근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장씨의 문건에 등장하는 ‘방 사장님 아들’이 방 전 대표라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상황이다. 

문제는 방 전 대표에게 술접대 강요 등 범죄 혐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조사단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얼마나 명확하게 나올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조선일보와 관련된 의혹에는 ‘수사 외압 의혹’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경기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외압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조 전 청장은 5월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정은영) 심리로 열린 민사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내 집무실로 찾아와서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서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거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재판은 조선일보사가 지난해 10월 장자연 사건 보도와 관련해 MBC 《PD수첩》 등에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열렸다. 

부실 수사 의혹도 진상조사단의 과제다. 2009년 수사 당시 처벌을 받은 사람은 김종승 더컨텐츠 대표와 매니저 유장호씨뿐이었다. 장씨와의 술자리에 동석했던 것으로 지목돼 수사선상에 올랐던 인사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수사가 부실한 것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장씨가 사용한 휴대전화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던 점, 장씨의 1년 치 통화기록이 누락된 점 등이 부실 수사의 근거로 꼽힌다. 조사단 관계자는 부실 수사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재수사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조사단 관계자는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제기된 의혹을 모두 검토해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3. 특수강간·마약 등 새로운 의혹의 실체

윤지오씨가 얼굴을 드러내고 조사단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불거진 새로운 의혹이다. 윤씨는 3월19일 KBS1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해 장씨가 술접대 자리에서 술이 아닌 약물에 취해 성범죄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조사단에 마지막으로 출석했을 때 약물 의혹을 처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방송에서 “당시 고인(장자연씨)의 행동은 술에 취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술에 탄 무언가를 복용했다면 타의에 의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약물에 의한 성폭행이 입증된다면 특수강간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4월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씨의 성폭력 피해 의혹과 관련한 진술들이 있는데, 제기된 의혹 상의 불법(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이 중대하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며 “과거사위가 검찰에 성폭력 피해 의혹과 관련한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도록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시간 뒤, 조사단 내부 단원이 이를 반박하는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해 왔다. 이 단원은 “윤지오씨가 의혹을 제기하니 기록을 좀 봐 달라는 의미로 ‘일부’ 의견이 나와서 보고한 것이지 (관련) 혐의가 인정되는 것처럼 보고된 것이 절대 아니다”며 “보도자료가 나간 것이 황당하다”고 밝혔다. 윤씨의 증언에 대해서도 내부의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린 것이다. 

실제 조사단 내부에서도 윤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조사팀 관계자는 “장씨의 약물 의혹은 윤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전혀 확인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윤씨가 ‘장씨가 인사불성이었다’고 지목한 날짜의 기록을 보면, 비슷한 시간대에 장씨의 통화내역이 수십 차례 확인되는 등 약물 의혹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조사단이 특수강간 혹은 강간치상에 대한 수사 권고를 결정할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수사가 가능해진다. 

 

※ 연관기사

☞‘증언 신빙성’ 논란 윤지오, “억대 후원금 챙겼다” 지적도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