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사지 말자” 불 지펴진 불매운동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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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경제보복 조치 이후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확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핵심 품목에 대해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선 후 국내에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주문이 잇따라 나오고, 민간에서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뜨겁게 지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1일 한국을 겨냥해 경제 제재를 내리자 시민들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라며 “일본 제품 불매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일본 자동차 등 일본산 제품을 사지 말자는 제안이 빠르게 번져나가는가 하면, 일본 여행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일부 마트 점주들은 일본산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7월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불매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연합회 측은 “대한민국 중소상인자영업단체들은 과거사에 대한 일고의 반성 없이 무역보복을 획책하는 일본을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 업종에 걸쳐 일본 제품 판매 중지 운동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국내 일부 소매점은 이미 일본 담배와 맥주에 대해 전량 반품 처리하고 판매를 중지했다. 단체들은 “한국마트협회 회원사 200여 곳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고 밝혔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7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제품 판매중지 돌입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7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제품 판매중지 돌입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은 온라인상에서 먼저 시작됐다. 최근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는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불매 기업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렉서스·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부터 소니·파나소닉·캐논 등 전자제품 브랜드, 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 등 의류 브랜드 등이 망라됐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며 “A맥주에 일본 자본이 들어갔는지는 처음 알았다” “애용하는 제품도 많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번거롭더라도 대체재를 살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여행 커뮤니티인 네이버 ‘네일동’ 카페 등에서도 여행 취소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오키나와 여행을 항공수수료까지 물고 취소했다. 급히 충남 대천의 한 리조트를 예약했다” “지금 상황에서 일본여행을 가면 ‘호구’가 될 것 같아 태국이나 유럽 여행을 고민 중”이라고 적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지난 7월1일 게시된 이 청원은 현재까지 약 2만40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온라인상에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것에 비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매 움직임은 아직까지 크지 않은 편이다. 한 일본 제품 판매점 직원은 “불매운동 이야기는 들었지만 매출은 평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7월1일 이후 여행 취소 건수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전주 대비해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했다.

소비자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번 건은 소비자들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데도 정치·사회적 문제가 소비자운동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라면서도 “불매운동은 가장 강한 단계의 소비자운동으로, 성공 자체가 쉽지 않다”고 했다. 임 사무총장은 “일본산 수입품은 의류, 맥주 등 완제품 형태로 들어오는 소비재 비중이 낮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더불어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출신 연예인들에 대한 퇴출 운동까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걸그룹 멤버 등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그들이 한국 무대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본 국적 아이돌 멤버에게 불똥 튀고 있는 것을 두고 “참 어리석다고”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7월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트와이스, 아이즈원 일본 국적 멤버 퇴출운동을 대한민국을 돕는 운동이 아니라 해롭게 하는 운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 의원은 “싸움에서 이기려면 우리 편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 있는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까지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우리가 이기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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