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찌라시’, 전달만 해도 처벌받을까
  • 남기엽 변호사 (kyn.attorney@gmail.com)
  • 승인 2019.07.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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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연예인 ‘찌라시’, 전달만 해도 처벌받는다.

‘법대로 생각해야 하는 시민들’ vs ‘배운대로 법을 적용하는 법조계’

이 둘의 인식 차이는 생각 외로 큽니다. “이게 어떻게 유죄지?” “저게 왜 무죄야?”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에서의 상식과 형법, 그 경계에 있는 현실을 다루고자 합니다. ‘어떠해야 한다’가 아닌 ‘어떠하다’는 것을 짚어 독자 여러분들에게 법률적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연예인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사람들의 눈과 귀는 그들의 가십에 모인다. 그 연예인이 속칭 ‘톱스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럴 때마다 그들을 둘러싼 ‘찌라시’는 기승을 부린다(‘지라시’가 표준어인데 이 글에선 이렇게 쓰겠다). 얼마 전 이혼을 발표한 어떤 연예인 부부를 둘러싸고는 망상에 가까운 찌라시가 쏟아졌으며 당사자들은 입장문을 통해 자극적인 보도와 추측성 댓글 등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아마 작성 당시부터 [받은글]이라 표기되었을 그 찌라시들은 다들 한 번쯤 받아봤을 것이다. 뭔가 남의 정보를 은밀히 캔 기분도 들고, 내가 이 험한 정보망 세계의 중추 안에 들어와 있는 그 기분이 들 때, 유포의 욕구가 생긴다. 혹여나 다른 친구가 “혹시 ○○○ 관련 찌라시 받은 거 있어?”라고 묻는다면 ‘인싸력’을 발휘하기에 이것만한 게 또 없다.

혹시 경찰에 끌려가진 않을까. ‘단톡방도 아닌 친구에게 전송만 했다면 괜찮다. 물론 찌라시를 직접 작성했거나 공개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다면 처벌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개인톡으로 전송만 했다면 문제될 게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친구에게 1:1로 전송한 찌라시, 처벌된다

그러나 위 행동은 정확하게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내가 찌라시를 받고 전송한 것처럼 친구도 전송할 수 있다. 그 친구에게 받은 또 다른 친구는 사람이 많은 단톡방에 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단톡방의 어떤 누군가는 또 다른 단톡방에, 그 곳의 또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너와 나의 연결고리 모두가 줄줄이 처벌된다.

탈출구는 있다. 조문을 자세히 보면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나온다. 제대로 된 변호인이라면 당신이 단지 가십을 공유했을 뿐이고 특별히 비방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법률 없이 범죄 없고 형벌 없는 죄형법정주의(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praevia lege poenali)가 이 대목에서 등장한다.

그러나 처벌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특별법인 정통망법으로부터 탈출해도 일반법인 형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처벌될까.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① 공연성, ② 명예를 훼손할만한 사실의 적시이다. 스폰서, 의처증, 동성애자 이런 것들이 ②의 요건에 해당함은 당연해 보이니 ①을 살펴보기로 한다. 본 칼럼 전편들에서 다룬 횡령, 강간 등과는 달리 명예훼손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으므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형법 제307조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라고 기술되어 있다. 공연하다는 말은 ‘여러 사람이 알 수 있도록’이란 말과 같다. 그러니까, 수만명이 모인 촛불시위 어느 광장에서 “○○○은 문란하며 변태적 성행위를 즐긴다!”라고 했을 경우 처벌된다.

그런데 1명에게만 말했을 경우에도 처벌된다. 유포할 가능성이 있는 친구에게, 또는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것이 능히 예상될만한 어딜 가도 있는 캐릭터에게 저런 말을 하면 처벌된다. 쉽게 말해 받은 이가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처벌된다.

실제로 주부 A는 남편과 수상한 관계로 보이는 여대생 B를 매우 싫어했는데 마침 시장에서 동네사람 1명과 B, 그리고 B의 어머니를 만났다. 여기서 A는 소리쳤다. “너 시커먼 놈과 매일같이 붙어 다니는 거 알아. 여관 가서 자고 아침에 들어온다며?”라고 말했다가 동네사람 1인 때문에 유죄판결 받은 일이 있다.

 

“너 이거 다른 곳 뿌리지마” 약속하고 유포해도 처벌

그럼 다른 곳에 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찌라시를 유포했다면 어떨까. 그래도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받은 친구가 남들에게 뿌리면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비공개 대화방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유포했더라도 전파가능성은 있다”며 비슷한 사안에서 유죄판결을 했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 사실’을 드러내도 명예훼손죄가 된다는 점이다. 실제 아동성폭행을 해서 복역한 사람에게 아동성폭행범이라고 소문내도 죄가 된다. 심지어 그 내용을 들은 사람들이 전과사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대법원은 본다.

사람마다 명예감정의 결은 제각각이다. 누구는 허위사실로 인격이 난도질당해도 자신만 당당하면 된다며 잘 살아가기도 하고 다른 누구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가 드러난 것만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다. ‘게이’란 표현을 들어도 누구는 당당하지만 다른 누구는 수치심을 느낀다(대법원은 명예훼손이 된다고 본다).

실무에 있다 보면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지는 않는 사례를 종종 경험/목격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기자에게 특정 연예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사실을 전달한 경우 기존 법리에 따르면 그 자체로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하지만 대법원은 기사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는 찌라시 문화

찌라시 문화는 모두를 가해자로 포섭하여 단죄를 어렵게 만든다. 찌라시를 종종 친구에게 전송했는데 이제껏 경찰의 전화를 받은 일이 없다면 그건 운이 좋았던 것이다. 찌라시에 등장하는 당사자가 당신을 고소했다면 피해가기 어렵다.

1970년대 청춘 스타였던 배우 정○○는 가봉 대통령의 아들을 낳았다는 찌라시로 ‘깜둥이 엄마’라는 조롱을 듣고 연예계를 떠났다. 한 인격을 말살하는 찰나적인 재미, 즉각적 문장은 목적 없이 소비된다.

유명한 저서 《아웃사이더》의 저자 콜린 윌슨은 “병들어 있음을 다들 모르는 문명 속에서 자기가 병자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인간이 아웃사이더”라며 그들을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진실을 전달”하는 ‘진리의 희생자’로 규정한다.

대중이 당사자 뿐 아니라 ‘승리 단톡방’의 단순 참여멤버들까지 비난한 이유는 이들이 인격의 말살을 방관 혹은 부추긴 또 다른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이들 중 어느 한 명도 “너희 이러면 안 된다. 이것은 나쁜 짓이고 범죄”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

마찬가지로 찌라시를 유포하고 공유하는 이들에게 이런 담뱃대를 들이대며 훈장질을 하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그랬다가는 “재미로 보자는 것인데 뭐 그리 빡빡하냐”, “넌 그렇게 깨끗하냐”며 아웃사이더가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질적 차이만 다를 뿐, 찌라시에 의해 성매매 여성, 폭력 남편, 싸이코패스로 규정된 피해자들 눈에는 모두가 가해자가 된다. 모두가 방관하는 사이 가해자는 희석되고 피해자만 남는다. 찌라시 문화는 정상이 아니다.

☞받은 글을 받았다면 그냥 있자. 유포하는 순간 처벌된다.

※ 사족: 명예를 훼손했다 하여 무조건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형법은 제310조를 두어 진실이 명예를 훼손한다 하여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에 대한 가십보도는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데 과연 연예인까지 ‘공인’에 포섭하여 무거운 윤리적 책임을 지워야하는지는 좀 더 논의될 필요가 있다.

남기엽 변호사대법원 국선변호인남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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